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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소믈리에를 아시나요?
다양한 분야서 활동중 … 국내 자격증 제도 없어

“이 차는 어떻게 마셔야 될까?” “기름진 음식에는 어떤 차가 어울릴까?”

최근 세계 각국의 차들이 수입됨에 따라 차를 즐기는 사람들의 고민도 늘어나고 있다. 수십여 종이 넘는 각 차의 특성을 파악하기도 힘들뿐더러 어떻게 해야 차의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해 등장한 신종 직업이 바로 티 소믈리에(Tea Sommelier)다.

소믈리에(Sommelier)란 원래 와인 감식 전문가를 뜻하는 말로, 와인의 구매와 관리ㆍ서빙뿐만 아니라 고객의 와인에 대한 이해를 돕고 요리와 잘 어울리는 와인을 추천해주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러한 개념을 ‘차’에 도입한 것이 ‘티 소믈리에’다.

티 소믈리에란 용어가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롯데호텔 중식당 도림이 호텔리어 민지현 성은영씨를 ‘티 소믈리에’로 명명하면서 부터다. 이후 차 전문 매장이나 호텔 중식당 등에서 차 품질을 감별하거나 고객에게 차의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 차를 우려내주는 사람을 통칭해 ‘티 소믈리에’라 부르고 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운영하는 마르코폴로 무역클럽에서 일하는 강윤희(32)씨는 2003년부터 전문 티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콘티넨탈 호텔이 운영하는 마르코폴로 무역클럽에서 일하는 강윤희(32)씨는 2003년부터 전문 티 소믈리에로 활동하고 있다. 마르코폴로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중식당 청해에서부터 차 서빙을 맡아온 강씨는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했을 뿐 아니라 중국 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돼 전문 티 소믈리에의 길을 걷게 됐다. 틈틈이 한국차인연합회 다예랑다도원 김미려 원장으로부터 차문화 이론과 실습교육을 받았고, 관련된 책을 읽으며 티 소믈리에로서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강씨가 하는 일은 전문 카터를 가지고 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요리에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고, 주문을 받아 차를 우려내 제공하는 것. ‘차 우려내는 것이 뭐 그리 어렵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각 차의 특성에 따라 찻잎의 양과 물 온도를 정확히 맞춰야 하는 것은 물론 다구 사용법과 우리는 순서 등의 다법(茶法)도 지켜야 하는 까다로운 작업이다.

“처음에는 차 우리는 복잡한 절차와 생소한 차 용어, 수백여 가지에 이르는 다구 이름을 외우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다”는 강씨는 이제 차 우리는 것을 자신의 수행으로 삼을 만큼 여유가 생겼다.

“고객에게 공양(供養)한다는 마음으로 차를 우리다 보면 마음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차 맛도 훨씬 좋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티 소믈리에란 직업의 첫 발을 내딛는다는 점에서 힘든 점도 많지만 더 열심히 배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티 소믈리에가 되겠습니다.”

지난해 문을 연 서울 청담동 차 전문카페 ‘천재향’에서도 티 소믈리에를 만날 수 있다. 50여 가지의 차를 판매하고 있는 천재향에서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3단계에 걸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천재향에서 취급하는 차를 중점적으로 배우는 1차 교육과 외부 수탁을 통해 이뤄지는 2, 3차 교육을 통해 차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과 다법을 익히게 된다. 최영재 과장은 “천재향을 비롯한 차 전문카페들이 늘어나고 국내 차시장도 점차 넓어짐에 따라 티 소믈리에의 성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밖에 서울 인사동의 ‘아름다운차박물관’과 태평양이 운영하는 차 전문까페 ‘오설록티하우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의 ‘티톡스(tea talks)’ 등에서도 티 소믈리에가 고객의 차 선택과 감별을 도와주고 있다.

호텔 중식당에서 일하는 티 소믈리에는 전문 카터를 가지고 다니며 고객이 주문한 요리에 어울리는 차를 추천하고 주문을 받아 차를 우려내 제공한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 티 소믈리에가 활동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아직 티 소믈리에를 양성하는 정식 교육기관이나 자격증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티 소믈리에가 되려는 사람들은 중국차 전문가나 차 전문단체 등에서 교육을 받은 후 중국 다예사(茶禮師)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 다예사란 중국의 다관(茶館)이나 음식점 등에서 차를 우리고 맛을 감별하는 차 전문가를 말하는 것으로, 중국 정부나 단체 등에서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하지만 다예사 자격증이 차에 관한 전문성을 담보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몇 개월간의 교육만으로 차 우리는 기술은 배울 수 있을지 몰라도 차의 품질을 평가하고 차가 갖는 고유한 특성을 파악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중국다예연구중심 김영숙 원장은 “차를 우리는 기법뿐 아니라 차문화 전반에 걸친 지식과 차 자체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진정한 티 소믈리에라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6-01-31 오전 9: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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