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불교문화연구원(원장 지관)은 지난해 7월 작고한 독일의 저명한 불교학자 하인즈 베헤르트(H. Bechert) 교수가 남긴 장서 2만여 권을 인수키로 했으며, 금강대(총장 직무대행 조성환) 또한 독일의 한 전문사서 펠릭스 에르프(F, Erb)씨로부터 소장 도서 5천여 권을 최근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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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괴팅겐대학의 베헤르트 교수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곰브리치(R. F. Gombrich) 교수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기 팔리어 불전 연구의 대가로 꼽히는 인물이며, 에르프씨는 대표적인 인도불교학 연구거점인 독일 함부르크대학의 인도철학과 전문 사서로서 중관학 전공자다. 두 사람 모두 불교학에 대한 탁월한 안목과 식견을 갖춘 인물로서 이들의 소장도서의 질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특히 베헤르트 교수의 장서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상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자택의 서가 두 곳과 괴팅겐 아카데미 등에 장서가 보관돼 있는데, 그 길이만도 100m(5단 서가)에 달한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측은 대략 2만여 권으로 수량을 추산하고 있다.
그의 장서에는 팔리어·산스크리트어·티베트어 원전 자료는 물론 18~19세기에 간행됐으나 지금은 절판돼 구할 수 없는 서구의 불교학 연구서가 수두룩하다. 또 경전 연구의 기초가 되는 필사본 자료도 다수 들어 있다. 특히 50~60년대 스리랑카와 인도에서 수년간 체류하면서 자료를 수집한 적도 있어 희귀 자료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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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경 베헤르트 교수의 장서가 도착하면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소장 도서 규모는 3만여 권으로 크게 늘어난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실장 현원 스님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도서가 한역·티베트어역·팔리어역 대장경 등 원전 중심인 반면, 이번에 들여오는 베헤르트 교수의 장서는 2차문헌과 18~19세기의 서구 불교학연구 초기 도서가 다수 들어있다”며 “내용과 성격상 균형 잡힌 자료 보유가 가능해졌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은 목록작업을 거쳐서 불교학연구자들에게 자료 열람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금강대가 최근 들여온 에르프 박사의 장서에도 귀중한 자료가 다수 포함돼 있다. 70·80년대 불교학을 공부했던 에르프 박사는 불교학연구자의 길을 접고 전문 사서로 남기로 결정, 책을 매각했다. 에르프 박사의 장서에는 티베트 불교관련 개인전집류 등 절판 자료가 많이 포함돼 있다. 금년 가을 개관되는 금강대 불교학 도서관에서 에르프 박사의 장서를 만날 수 있다.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이나 금강대의 경우에서 보듯 전문 연구자의 개인 장서를 통째로 구입하는 것은 효과적인 도서 확보 방법이라 할 만하다. 절판돼 더 이상 구할 수 없게 된 많은 책들을 손쉽게 구할 수 있음은 물론, 연구자가 자신만의 안목으로 수십 년에 걸쳐 세계 각국에서 구해온 자료를 일거에 사들일 수 있어 비용과 시간 절감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이미 일본과 대만 등에서는 많은 관심을 갖고 개인 장서를 사들이고 있다. 실제로 일본의 창가학회 또한 베헤르트 교수의 장서를 사들이기 위해 유족에게 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먼저 신속하게 움직인 덕에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이 장서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됐다.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 안성두 연구원은 “역사가 짧은 도서관이 오래된 장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저명학자의 장서를 기증받거나 구매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며 “적극적으로 자료를 확보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불교학 연구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