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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의 23개 교구본사는 적게는 40여개에서 많게는 70~80개에 이르는 말사를 관리한다. ‘본사(本寺)’는 말 그대로 지역의 중심사찰로서 각종 종무행정과 지역 포교를 책임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총무원을 비롯한 중앙종무기관과 본사의 유기적인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앙종무기관과 본사의 관계는 ‘형식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중앙종무기관은 종책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고 또 본사도 지역 현실을 반영한 의견과 대안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총무원, 교육원, 포교원 등의 중앙종무기관은 교구본사 국장 소임자들과 함께 현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고 있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이 회의 역시 형식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허와 실을 진단해본다.
#4개 국장회의 진행
조계종 총무원과 교육원, 포교원 등의 중앙종무기관 실무 부서가 진행하는 교구본사 국장회의는 4개다. 포교국장, 교무국장, 호법국장, 성보박물관장 회의 등이 열리고 있으며, 종단 안팎의 사회 현안이 있을 때 개최되던 사회국장회의도 조만간 정례화 될 예정이다. 조계종 환경위원회 회의도 사찰환경 보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비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현재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은 포교국장 회의다. 포교국장 회의는 조계종 종법에 명시돼 있는 유일한 회의다. 포교법 제2장 제6절에 규정된 전국포교국장회의는 △포교원 사업과 정책 △포교진흥에 관한 계획 및 정책 △각 지역포교에 관한 주요 사항 등을 논의한다. 포교원장이 분기별 1회의 회의를 소집하며, 중요 사안 결정시에는 수시 소집도 가능하다.
교무국장 회의도 매년 2차례 정도 개최된다. 행자교육과 본말사 주지연수, 각급 승가고시를 비롯한 각종 승려교육과 관련한 일정을 확인하고 의견 수렴을 하는 교무국장회의는 비교적 높은 참여 속에서 진행된다.
본말사 스님들의 일상생활지도와 감찰, 호법(護法)을 담당하는 호법국장회의도 열리고 있다. 호법국장회의에서는 본사별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을 비롯한 주요 동향과 정보의 공유가 이뤄지는 장이다.
최근 사찰문화재 보존과 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13개 본사를 포함해 총 18개 사찰에 건립된 성보박물관의 관장회의도 정례화 돼 있다. 지난해 5월 첫 회의를 열었던 박물관장회의에서는 문화재 관리방법 토론과 박물관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조계종 교육원 전창훈 교육행정팀장은 “국장회의는 중앙종무기관의 주요 종책과 업무를 각 교구본사에 설명하고 이를 계기로 말사까지 사업을 확대 시행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교구본사 국장회의의 성과와 한계
그러나 이러한 성과 못지않게 교구본사 국장회의는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이것은 본지가 포교, 교무, 호법, 사회 등의 소임을 맡고 있는 전국 교구본사 국장스님 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50명의 스님들 중 80%가 넘는 43명의 스님들은 “교구본사 국장회의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포교국장 회의나 교무국장 회의의 경우 참여율이 높긴 하지만, 포교원과 교육원이 이미 결정된 내용을 보고하는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일부 국장 스님들은 회의를 실질적인 안건 토론이 되는 형식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호법국장 회의 역시 소임자의 부재가 많다보니 일부 교구본사는 일상적인 업무 수행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와 같은 개별적인 문제와 함께 스님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회의의 가장 큰 문제는 회의가 정기적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스님들은 그런 회의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호법국장회의의 경우 가장 최근에 열렸던 때가 2004년 5월이다. 호법부장이 중앙종회의 인준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실에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열기가 쉽지 않다. 다른 국장회의도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결의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운영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렇다보니 중앙과 지역이 일관되게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쉽지 않으며, 집중성 또한 떨어진다. 조계종 호법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 2년간 4명의 부장스님이 부임했었다”며 “일상적인 업무는 차질 없이 진행하지만 본사와의 업무연관성은 현저하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구본사 국장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의제로 제출된 안건들을 논의하고 토론하기보다 ‘공지하고 통보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충청지역의 A 포교국장 스님은 “회의를 하면 전체 23개 중 18개 안팎의 본사 정도가 회의에 참여한다”며 “포교원이 제시하는 종책 중 지역의 현실과 괴리된 내용들이 나올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같이 회의가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교구본사 국장들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하게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교구본사 국장의 임기는 짧으면 3개월, 길면 1~2년 정도다. 그래서 “업무를 파악하기 무섭게 그만 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교구본사 교무국장 중 유일하게 10년 이상 소임을 수행하고 있는 용주사 교무국장 성무 스님은 “회의를 할 때마다 새롭게 소임을 맡은 스님들이 적지 않게 온다”며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임기는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성무 스님은 “국장은 최소 2년 이상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교육원이 직접 교무국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더 심각한 것은 교구본사에 총무, 재무, 교무, 기획, 호법, 사회, 포교 등의 7직이 제대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1/3이상의 본사가 아직도 7직을 구성하지 않을 만큼 본사의 행정의지는 미약하다. 7직은 조계종이 종헌 90조 1항을 통해 교구본사가 갖춰야 할 직책으로 규정하고 있는 교구행정의 핵심이다.
호남지역의 B 교무국장 스님은 “일부 소임이 공석일 경우 다른 국장 스님이 업무를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구본사의 행정력부터 높이는 방안을 시급하게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중앙종무기관과 교구본사의 업무 권한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아 회의에서 결의된 내용들이 실질적으로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남지역의 C 호법국장 스님은 “교구본사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조사권은 해당 본사에 위임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름뿐인 회의보다 조사권 위임 등의 실질적이고 현실성 있는 대책 마련을 통한 지역과 중앙의 네트워크 구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상명하달식 행정 지양하고 본사는 종무행정체계 확립해야
상징적인 성격이 강한 교구본사 주지회의에 비해 국장회의는 실질적으로 업무를 집행하기 위한 회의다. 그렇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중앙종무기관과 지역 교구본사가 보다 유기적으로 업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상명하달식 행정 행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7직도 제대로 임명하지 않고 소수의 종무원들로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교구본사도 보다 체계적인 종무행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미리 공지된 안건이 활발하게 토론될 수 있도록 하고, 결의된 내용들을 철저하게 집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국장 혜용 스님은 “늦었지만 사회국장회의를 진행하려는 것은 지역 현안과 중앙의 정책을 적절하게 접목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본사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중앙종무기관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안 제시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종무행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