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조사위원회(위원장 정명희)가 황우석 교수팀의 2004·2005 사이언스 논문을 조작된 것으로 규정하고, “원천기술은 없다”고 최종결론을 내렸지만 ‘황우석 지키기’ 열풍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불교계에도 황 교수의 ‘잘못’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그의 기술까지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정서가 팽배해 있어, 황 교수 지지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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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종단의 협의체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의장 지관·이하 종단협)도 16일로 예정돼 있는 이사회에서 기타 안건으로 황우석 교수 사태를 다룬다. 종단협 사무총장 홍파(관음종 총무원장) 스님은 “종단협 차원에서 검찰의 공정한 수사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진상규명위원회 설치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종단협의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사회적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의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불교계가 이처럼 황 교수를 여전히 지지하는 것은 서울대조사위 구성 및 조사결과에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위에 줄기세포전문가가 없다는 점, 황 교수팀의 기술 보유 사실을 애써 부정하려 한 점 등으로 미루어 ‘황 교수 죽이기’ 의도가 숨어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더욱이 황 교수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논문 데이터 조작은 시인하면서도,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갖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물론 황 교수가 불자라는 데서 비롯된 불교계 내 우호적인 분위기가 황 교수 지지여론 형성에 한몫 하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우석 박사 지키기 재가불가들의 모임’을 이끌고 있는 동산반야회 김재일 회장은 서울대조사위의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100억원 규모의 재단을 설립해 황 교수의 연구재개 및 원천 기술 재현을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일반 언론에 의해 불교계 공식입장인 양 확대 해석돼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 회장은 또 황 교수가 동국대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교계 언론에 알림으로써 황 교수를 난처하게 만들기도 했다. 동국대 이사 영담 스님은 “특정인을 위해 수의대를 새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움직임들과 관련 불교계 내부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 스님과 전 실상사화엄학림 학장 연관 스님 등 중진 스님 9인은 10일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사회가 황 교수를 질타하는 세력과 옹호하는 세력으로 양분되고, 종교 간 대립 양상으로까지 비쳐지는 데 대해 유감을 표했다.
중진 스님들은 성명서에서 “황 교수가 불교인이라 해서 일방적인 옹호를 해서는 안 되며, 전문가에게 충분한 검증과 확인을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는 한편, “우리는 정부에 공정한 수사를 주문하며, 모든 진행과정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계간 대중학술지인 <불교평론>의 주간 조성택 교수(고려대 철학과·불교학)는 <불교평론> 2005년 겨울호 권두언을 통해 “최근 불교계의 지지 입장은 ‘과학적 연구’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불자라는 이유로 황우석 교수 개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구자로서 지켜야할 가장 기본적인 연구 윤리와 정직성을 무시한 연구자를 같은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감싸고 비호하는 것은 명분도 없을뿐더러 종교적으로도 옳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광서 참여불교재가연대 대표는 “황 교수를 지지하는 심정은 이해하지만, 검찰 수사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진상규명위원회 등을 조직하는 것은 엄정한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며 “공적인 기구인 검찰의 수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보고 난 뒤 그때 가서 문제를 제기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