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생을 경영하라
3. 불자CEO에게 듣는 자기경영법
![]() | ![]() | |||
| ||||
![]() | ![]() |
경제에 관한 한 누구도 예외일 수는 없다. 사람들의 움직임과 생각 하나하나 경제와 결부되기 때문이다. 개인으로부터 지역, 국가, 세계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벗어날 수 없는 것이 경제이다.
지난 한 해 국내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우리 경제계를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운니지차(雲泥之差)를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국내 기업 임원 4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명 가운데 1명이 심화되고 있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과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현상을 지적했다. ‘하늘과 땅 차이’라는 뜻의 운니지차는 2006년 우리 경제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경제지표들이 경기회복세를 알리는 신호를 보내면서 정부를 비롯한 민간연구소들도 올해 성장률을 5%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경제는 높은 실업률,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과 임금격차 확대,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에 따른 사회보장비 삭감, 고령화 급진전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제문제의 범위를 좁혀가면 가정의 문제, 개인의 문제로 드러난다.
#잘 벌고 잘 쓰는 법
서울 도선사에 다니는 오순영씨(37·서울 상계동)의 생활 면면에도 알게 모르게 경제논리가 작용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오씨는 언론을 통해 접하는 경제 소식은 대충 훑어보거나 흘려듣기 일쑤였다. 나, 내 가정과는 동떨어진 소식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반면 오씨는 남편과 얼굴을 붉히면서까지 꼼꼼하게 가계를 챙겼다. 기초생계비를 비롯해 아이들의 양육비, 교육비, 문화생활비를 효과적으로 조정하며 가정경제를 책임졌다.
신행생활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열심히 활동하면서도 오씨는 신행생활이 경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선사에서 보내온 소득공제용 기부금영수증을 받고 불교와 경제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됐다. 초와 향을 사서 불단에 올리고 시주금을 내는 일까지도 경제활동의 한 부분이었고, 오씨에게는 가정경제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요한 한 분야였다.
순간 오씨는 또 다른 의문을 품게 됐다. 무소유를 강조하는 불교는 수많은 경제문제에 직면하게 되는 현실세계와 맞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 사람들은 좀 더 많은 돈을 벌어 풍족한 삶을 누리길 원하는데 불교는 되레 그 반대의 삶을 추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경준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는 “불교를 욕망을 부정한 무소유의 종교로 이해하거나 경제적인 활동에 매우 소극적이고 부정적 입장을 견지하는 종교로 인식하는 것은 잘못된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혜의 경제, 불교
부처님은 재산을 얻거나 늘이는 눈을 갖고 있으면서도 증식의 방법을 식별할 줄 아는 안목을 가진 이를 두 눈 가진 사람이라고 하면서, 안목이 없는 사람과 안목은 있으되 식별할 줄 모르는 사람을 각각 눈 먼 사람과 한 눈만 있는 사람으로 비유했다. 이는 돈 버는 일에 관심을 가지되 바르게 벌어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수입을 생계비와 생산비, 저축, 여윳돈 등 으로 나누어 사용하라는 사분법까지 제시하기도 했다.
불교의 경제논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바르게 써야 한다는 기본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자리이타와 나눔, 회향의 가르침은 바르게 쓰는 법을 일러준 지혜의 경제라 할 수 있다.
불교의 경제관을 실생활에 응용하려는 불자들도 있다. 불교학을 전공한 김효주(42·부산시 명륜동)씨는 지난해 경전에서 사분법을 접하고 가정경제에 적용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효과는 너무 좋았다. 전엔 여섯명이나 되는 가족의 생계비 부담이 너무 커서 저축은 물론 여윳돈을 가질 없었지만, 사분법을 적용한 뒤부터 저축을 할 수 있게 됐다.
정진우(47·청주시 우암동)씨는 큰 효과는 얻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사분법을 가정경제에 적용하고 있는 경우다. 저축비중이 높았던 예전과 달리 생계비와 생산비, 저축의 비율을 어느정도 맞추기는 했지만, 여전히 여윳돈을 굴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정진우씨는 사분법을 통해 생활 속의 불교를 실천할 수 있게 돼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불교에서 찾은 것 외에도 스스로 자신을 경영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점이다. 이들은 경제의 출발점을 자신과 가까운 가정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불교의 경제관은 기업이나 지역사회에 적용돼 실증받은 바는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곧 개인, 가정의 담을 넘어 기업으로, 지역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