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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의 경제학]"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
[구병진]돈을 위해 산다고?
“새해에는 부자 되세요.” “돈 많이 버세요.” “대박 터뜨리세요.”

구병진 박사
이런 말들이 아마도 새해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덕담이고 인사일 것이다. 몇 해 전 ‘부자 되세요’라는 모 금융회사의 광고카피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처음 들을 때만 해도 부끄러운 속내를 드러낸 것 같아 민망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 되바라진 광고 문구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가장 무난하고 보편적인 인사가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무런 느낌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돈이야말로 내가 움직이고 일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가 됐다.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이 이제 우리 사회에서 불문의 윤리로까지 승화된 듯하다.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산다”라는 말을 부정하면 위선이 되어버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돈이 아닌 그 무엇을 위해 산다고 하면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거짓말쟁이거나, 정치가이거나, 정신이상자라고 간주한다.

모든 사람들이 돈을 위해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온갖 노력을 다해 벌려고 하는 돈을 가지고 막상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 우리는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돈을 벌어서 사람들은 무엇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절대적인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에게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고 묻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너무나 궁색하다. 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는 돈을 잔득 쌓아 놓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 그럴 듯한 변명 중의 하나이다. 결과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사는 것 자체가 궁극적인 善이 되었다. 어떠한 과정을 밟든 돈을 벌게 되면 존경 받고 힘을 가지게 된다. 결과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무시의 생각이 잔혹하고 무시무시한 사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돈을 위해서 친구를 배신하고, 동료를 속이는 등의 이야기는 너무나 소박한 동화 속에나 나오는 이야기들이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살해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불교와 경제활동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불교는 富와 財를, 보다 직설적으로는 돈을 경시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경전에서 부처님은 말씀하신다. 부모, 아내, 자식, 그리고 남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 財가 필요하다고.

그러면서도 재물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니라고 경계하고 있다. 즉 일정한 윤리 규범에 따라 재산의 획득을 추구해야 하며 자신은 물론 타인에게도 위해를 가하지 않는 정당한 법에 따라 재산의 증대와 축적을 이루어야 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행위가 ‘해탈을 위한 수도’라는 종교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참다운 뜻을 가진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한때 일본 사람들을 가리켜 경제적 동물이라고 우리가 비하했던 적이 있었다. 단지 돈 버는 일에만 몰두해 있고 다른 가치는 전혀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냉소하면서 붙였던 말이다. 지금 우리의 현실을 보면 바로 우리야말로 경제적 동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돈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그리고 돈을 버는 그 과정이야말로 보다 큰 의미를 갖는다. 돈을 위하여 열심히 일할 때 그 돈으로 무엇을 할지 한 달에 한번 만이라도 생각해보자. 오직 돈만을 추구해온 것이 우리의 삶이라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구병진 박사는


서울대 경영학 박사. 미국 펜실베니아대 초빙교수, 연세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홍익대 강사를 역임했으며, 국민은행 경제연구소 실장, 다산캐피털 대표이사, 푸른1318 대표이사 등을 두루 거쳐 실물경제 분야에도 정통하다. 현재 동국대 불교대학원에서 불교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구병진(서울대 경영학 박사) |
2006-01-15 오후 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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