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6 (음)
> 종합 > 지역
대구 불교계 서문시장 화재피해 상인돕기에 앞장


“저는 세 자식을 둔 주부입니다. 29일 이후 밥을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서문주차장을 임시상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는 말에 처음으로 밥을 했습니다. 한가닥 기대와 희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구 서문 시장 화재현장을 둘러보는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


1월 5일, 대구 서문시장은 여전히 메퀴한 화기가 진동하고, 대형화재로 하루아침에 생계수단을 잃은 피해상인들의 절규와 호소, 울부짖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놓여있다. 예전 활기에 넘치던 2지구 상가건물은 붕괴위기를 맞아 검게 그을린 채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냈고, 아직 남아있는 두 대의 소방차와 주위를 점검하는 소방병력이 29일 악몽을 상기시키고 있었다.

구랍 29일, 영남지역 최대의 재래시장 중 하나인 대구 서문시장에 발생한 대형화재는 이렇게 2지구 1160여 개의 상가를 고스란히 잿더미로 만들었다. 1996년 새해가 밝았지만 오갈데 없는 상인들은 서문주차 빌딩 앞에서 대체 상가 마련을 요구하며 추위도 아랑곳없이 연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새해 첫날부터 대구에 불어 닥친 참담한 위기 상황. 피해상인 중 60~70% 이상이 불자로 추정되는 가운데 지역불교계가 피해상인 돕기에 나서 큰 위로가 되고 있다.

서문시장 불자 상인들로 구성된 서문자비거사림회(회장 김강식)는 화재가 발생하자 9교구 봉황 봉사단과 함께 진화작업을 하는 소방관을 도우며 즉각적인 활동에 나섰다. 회원중 5명이 피해를 입는 등 피해 당사자이기도 한 서문자비거사림회는 누구보다 서문시장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어 피해상인들의 안타까운 사정을 불교계에 전달하고 도움을 주선하는 등의 안내도 도맡았다.

영남불교대학 대 관음사(회주 우학)는 장엄 정토회(회장 김상길)의 주관 하에 스님과 전 신도가 하나 되어 피해상인 돕기에 나섰다. 불자 상인들의 구체적인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1월 4일부터는 서문주차빌딩 앞에서 컵라면과 따뜻한 차를 나눠주며 봉사활동을 펴고 있다. 또, 16일부터는 피해상인 돕기 바자회도 개최할 예정이며, 기수별 모금활동도 벌이고 있다.

영남불교대학 총무 밀허 스님은 “관심을 가지고 함께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피해상인들에게는 큰 재활의 용기가 될 것”이라며 봉사활동에 나서게 된 취지를 설명했다. 영남불교대학은 상인들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매일 3교대로 15명씩 나와 봉사활동을 지속할 예정이다.

서문시장에 성금을 전달하는 지성스님.


9교구본사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도 3일 총무국장 선광 스님, 허석구 신도회장과 함께 서문시장을 방문해 피해상인들을 위로하고 스님과 신도들이 모금한 성금 이천만원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서 지성 스님은 “이번 화재를 서문시장이 새롭게 도약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모두 힘을 합쳐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대구 사원주지연합회(회장 법혜)도 7일 성도절 기념 대법회에서 성금을 모금한 후 피해상인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현재 서문시장 피해상인들은 서문주차장을 임시상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동의해줄 것을 서문시장의 모든 상인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또, 소방당국이 초기진화만 잘했어도 이런 참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남불교대학 36기 부회장이며 남성합창단장인 이길찬(36기) 거사도 점포 2개를 잃고 3억 여원의 재산피해를 입은 피해상인이다. 이길찬 거사는 “서문시장 화재는 상인들만의 아픔이 아니라 대구시민 모두의 아픔이라며 피해 상인들이 안정을 찾을 때까지 적극 돕겠다는 우학 스님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 거사는 “하루빨리 부처님의 가피가 있기만을 바랄뿐”이라며 아픈 마음을 추스려 봉사활동에 임했다.

농성중인 피해상인 배선녀(50)씨는 “불자로서 불교계의 봉사활동이 너무 힘이 된다며 감사하다”고 말했다.

서문자비거사림회 김강식 회장은 “이처럼 어려운 때 불자들이 나서 부처님의 동체대비사상을 실천하며 부처님 정법수호의 계기가 돼야한다”며 불자들의 자비행을 요청했다.
대구=배지선 기자 |
2006-01-07 오전 10:15:00
 
한마디
닉네임  
보안문자   보안문자입력   
  (보안문자를 입력하셔야 댓글 입력이 가능합니다.)  
내용입력
  0Byte / 200Byte (한글100자, 영문 200자)  

 
   
   
   
2024. 11.26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원통스님관세음보살보문품16하
 
   
 
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