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4.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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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불성이 있다구요 '왈왈'
[시방세계]개의 해 맞은 사찰 명견들

2006년 병술년(丙戌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근한 개(犬)의 해다. 개는 우리 주위에서 가장 흔히 접할 수 있고, 그래서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이와 함께 불교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동물이 바로 개다. 1700 공안 중 대표적인 화두인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의 ‘구자무불성(狗子無佛性)’의 주인공이 바로 개다.

특이한 것은 전국의 사찰에서도 견공들이 명물로 맹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십 수 년 간 절을 지키며 도량석과 새벽예불, 좌선 등으로 열심히 수행(?)하는 개, 신도와 탐방객들을 사찰 구석구석까지 안내하는 개, 스님과 함께 절 수행을 하는 개 등 전국의 견공들은 지금 ‘불성을 가진 존재’로서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진도 불장사 견공 하마가 스님과 함께 예불을 올리고 있다.


#대승사 ''종무원'' 백구

경북 문경시 산북면 사불산(四佛山) 자락에 위치한 고찰 대승사에는 보물 제991호 금동보살좌상 만큼이나 유명한 개가 있다. 바로 경내 주차장에 자동차가 도착하면 어김없이 뛰어나오는 ‘백구’다. 백구는 벌써 2년째 사찰 안내 ‘소임’을 맡고 있는 ‘종무원’이다.

백구의 모습은 1월 4일에도 다르지 않았다. 오전 10시경 2대의 자동차에 나눠 탄 10여명의 신도들이 주차장에 도착하자 백구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타나는’영화제목의 존재처럼 모습을 드러냈다. 매일 보는 식구처럼 ‘뜨거운 포옹’ 인사를 나눈 백구와 신도들은 자연스럽게 대웅전을 향해 오른다.
거의 매일 대승사를 찾는 임태분(56 · 경북 문경읍 점촌동)씨는 “백구는 개가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백구가 ‘개’라면 결코 사찰 안내와 등산로 탐방 등의 일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어떻게 개가 한 번도 짖지 않을 수 있느냐?”며 개가 아닌 이유를 조목조목 나열했다. 실제로 백구는 대승사에 온 이후로 한 번도 짖지 않았다고 한다. 대신 ‘꼬리 흔들기’로 탐방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안거 때마다 대승사를 찾아 살림을 보살피고 있는 안정영(59 · 대구시 수성구 파동)씨도 “백구는 등산객들의 길 안내를 위해 4~500m에 이르는 산길을 마다않고 오르내리고 있다”며 백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동안거 정진 중인 대승사 주지 탄공 스님도 점심 공양 후 백구와 함께 경내를 거닐며 방선을 한다. 탄공 스님은 “종무원이 없는 대승사에서 백구는 종무원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며 “틀림없이 전생에서부터 불교와 적지 않은 인연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승사 백구가 신도를 대웅전으로 안내하고 있다.


#골굴사 ''보살'' 동아

올해 열네 살이 된 동아는 골굴사의 살아있는 보살이다. 한 살이 되기 전 골굴사로 와 지난 십수 년 간 절과 함께 한 ‘산 증인’이다. 한창 때는 스님보다 먼저 일어나 스님들을 깨웠고 도량석과 새벽예불에도 빠지지 않는 모범 ‘불자’였다. 또 스님들이 참선을 할 때도 좌복 하나를 차고 앉아 삼매에 빠지곤 했다.
지금도 골굴사의 신도들과 수련회에 참석했던 시민들은 ‘동아보살’을 보러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오고 있다고 한다.
골굴사의 한 종무원은 “동아는 언제나 주지 스님의 요사채인 화쟁료를 지키고 있다”며 “일반 불자들보다 더 열심히 수행하는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대구 죽림정사의 공부하는 개 마야.


#죽림정사의 공부하는 마야

<현대불교>와 대구 동화사가 지난해 8월부터 3개월간 진행한 ‘계율대법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마야는 대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마야는 계율대법회가 진행되는 동안 동화사 통일기원대전 계단 밑에 웅크리고 앉아 법문을 들었다. 처음 마야가 왔을 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신도들도 마야가 법회에 빠지지 않고 참석하자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야가 절에 오게 된 인연을 보면 옛날 고승들의 출가 상황을 보는 듯하다. 죽림정사의 한 신도가 마야를 데리고 법회에 참석했는데, 마야는 법회가 끝났음에도 다시 집으로 가려 하지 않아 죽림정사에 ‘주석’하게 됐다고 한다. 누런색 리트리버 종으로 1m가 넘는 큰 덩치의 소유자인 마야는 지금도 죽림정사 법회가 열릴 때마다 제일 먼저 자리를 잡는 열성파 불자다.

경주 골굴사의 보살 동아.


#''절생활 1년이면 절한다'' 불장사 하마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의 주인공 개보다 더 뛰어난 개 하마. 진도 불장사에서 절을 하고 불공을 올리는 개 하마는 진도를 대표하는 진도개다. 소문만큼 영민한 하마는 법당에서 목탁소리나 염불소리만 나면 경내에 있다가도 법당으로 들어와 스님, 불자들과 함께 예불을 드린다.
하마가 절을 하기 시작한 것은 3개월 전. 다른 개들과 달리 불자들이 예불하는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하마는 불장사 주지 북산 스님으로부터 절하는 방법을 배웠고 지금은 어느 불자 못지않게 절을 잘한다.
북산 스님은 “하마는 관세음보살 정근을 유달리 좋아한다”며 “개의 해를 맞아 하마와 불자들에게도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한다.
유철주 기자 | ycj@buddhapia.com
2006-01-09 오전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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