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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방이나 카페 등에서 컴퓨터 게임에만 몇 날 며칠을 몰입해 있는 청소년들이 상당수 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사람은 누구나 즐거움(쾌락)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들이 컴퓨터 게임을 통해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특정한 것에 대한 즐거움의 추구나 몰입이 지나쳐 청소년들 자신의 삶의 균형자체를 잃게 된다면 이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컴퓨터 게임에서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즐거움은 대부분 말초적인 것이다. 즐거움의 질자체가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얻는 즐거움은 항상 더 많은 만족을 요구하게 마련이다. 이러한 유의 즐거움이 쉽게 중독 증세를 유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게임에 청소년들이 몰입하는 이유 중 하나는 컴퓨터 게임이 일종의 가상현실(cyber reality)속에서 실행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은 실제의 현실과는 달리 과정이 생략되고 결과가 중시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의 현실과는 달리 가상현실에서는 윤리적, 법적 제재가 약하고, 개인의 책임의식도 희박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가상의 세계에서 청소년들은 현실의 ‘자아(self)’와는 다른 ‘가상적 자아(cyber self)’를 갖게 된다.
불행하게도 컴퓨터 게임중독증이 심각한 청소년들의 경우 자아와 가상적 자아의 경계를 인식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현실과 비현실, 가상과 실상을 혼동하는 증세를 보임으로써 사회문제화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그러나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면서, 현실적으로 인터넷상에서 널리 유포, 실행되고 있는 컴퓨터 게임과 같은 청소년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부정하거나 배척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부모에게 있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교육적 지혜라고 할 수 있다.
지혜는 주어진 현실을 무조건적으로 부정하려는 마음 ‘컴퓨터 게임이 청소년 문화라는 것을 인정할 수 없어’ 혹은 변별하려는 마음 ‘컴퓨터 게임할 시간이 있으면, 책 한권이라도 더 읽지’라거나, ‘컴퓨터 게임은 애들에게 아주 나쁜거야’라는 식의 시비를 가리려는 마음에서는 싹트지 않는다.
교육적 지혜는 탁월한 교육이론가 보다는 오히려 자식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는 지혜로운 부모들의 교육행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더 많다.
실제로 필자는 몇 년 전 게임중증에 걸린 아들을 둔 아버지의 이야기를 감명깊게 들은 적이 있다. 지면 제약으로 자세한 이야기를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기억이 남는 것은 나중에 아버지가 컴퓨터 게임을 아들보다 더 좋아하게 되었고, 자연히 아들과도 많은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어느 날 컴퓨터 게임을 너무 좋아하게 된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아들의 말을 들었을 때, 그 아들이 그렇게 믿음직하고, 사랑스럽게 느껴질 수 없더라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교육의 지혜도 불교에서 추구하는 지혜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교육적 지혜는 현실을 사실 그대로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발전적으로 승화하려는 마음과 태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중도를 지키는 교육적 지혜는 디지털 시대에 요청되는 교육적 삶의 방식 가운데서도 가장 이상적임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