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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과 설치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양주혜씨는 프랑스문화원, 문화관광부 청사, 공원 등에서 특유의 조형세계를 실험해 왔다. 색점 작가라 불려질 만큼 20여년이 넘게 색점을 그려왔다.
1990년대 중ㆍ후반을 거쳐 2000년대로 오면서 기하학적 형태로 배치ㆍ기록된 <반야심경>과 화엄일승법계도의 형태에 주목하고 작업에 활용했다.
■ 작가 인터뷰
“불교는 내게 있어 철학입니다. 반야심경과 법계도를 작업한 까닭도 내 정체성 중 중요하게 각인된 동양인으로서의 정신과 사상에 대한 애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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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작가가 화엄일승법계도를 만난 것은 10년 전 부석사를 갔을 때이다. 화엄일승법계도를 응용한 관광상품을 보고 단번에 매혹됐다. 이후 해인사에서 만난 한 스님으로부터 의상대사 법계도의 의미를 들었다.
“법계도를 공간 속에 재현하고 싶었다”는 양 작가는 “법계도를 작업할 때는 경판을 머리에 이고 법계도를 돌던 불자의 마음과 같아진다”고 고백한다.
양 작가가 가장 먼저 불교와 만난 작업은 <반야심경>에 색점찍기였다. 1998년 아트선재미술관에 전시됐던 ‘흔적지우기’는 반야심경 글자 위에 색점을 찍어 만다라처럼 펼쳐놓은 작품이다. 양 작가는 “만다라는 형태로써 정신을 전달하는 가장 완벽한 형태”라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법계도에 심취한 작업들을 해왔다. 99년 ‘여성 미술제-팥쥐들의 행진’에서 법계도 책꽂이를 만들어 선보였다.
2000년 개인전 ‘空ㆍ0ㆍ不’에서는 타일 위에 시트를 붙여 법계도를 공간으로 불러냈다. 2001년 서울 지하철 5호선 봉축열차에 형광시트로 작업한 법계도는 그 독특함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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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해 점자 보도블럭을 활용한 법계도 ‘디아나의 노래’를 선보이며 시각장애인들에게 법계도를 읽을 수 있도록 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도 양주혜 작가의 행보는 바쁘다. 상반기에는 한국과 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아 프랑스문화원 측에 건물 외벽 바코드 작업을 제안했다. 가을에는 개인전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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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주혜 작가는 “법계도를 따라 물이 흐르고 유리 조형물로 투명한 느낌을 살린 공원과 법계도 형태로 나무를 심어 숲을 거닐며 생각을 할 수 있는 법계도 공원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 서울 동숭동 아르코미술관 외벽을 장식한 투명 판 위에는 알록달록 선들이 그어져 있다. 양주혜 작가가 입혀놓은 바코드들이다. ‘빛이 만들어낸 형태의 재현’이라는 작가의 설명과 함께 모든 존재에 부여된 ‘가치성’을 생각하며 미술관 안으로 들어섰다. 마침 휴관일(매주 월요일)이어서 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설치된 전시장을 작가와 함께 일일이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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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양 작가의 말투에서 작품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우리나라 설치미술가 1세대 양주혜 작가의 작품들은 지난 12월 28일부터 ‘양주혜:길 끝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2월 11월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02)760-4598
아르코미술관에 들어서면 왼편에 위치한 소갤러리. 소갤러리 전체를 하나의 아카이브(특정 장르에 속하는 정보를 모아 둔 정보 창고)로 꾸몄다. 동시대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미술 건축 문화 관련 출판물과 카탈로그 108권을 서가에 채웠다. 투명 아크릴과 바코드 문양으로 구성된 서가는 법계도의 일부를 본떠서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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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갤러리에 들어서면 특이한 음악이 들려온다. 사람의 목소리와 플루트의 음율로 채워진 그 음악은 바코드로 표현된 그림의 색에 음을 배치하고 점의 수만큼 박자로 인식해 음악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빛과 소리, 공간 그리고 물질이 합쳐 하나의 작품이 된 제1전시실에서 양주혜 작가는 평면 속 바코드를 입체적 공간에 세웠다. “누워있는 것을 일으켜 세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을 화두로 시간과 공간으로 형상화된 바코드들을 감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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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천들이 늘어져 있고 바닥에는 불이 들어오는 숫자들이 나열돼 있다. 전시실 4면을 둘러싼 하얀 벽에는 작품이 만들어낸 그림자들이 흔적처럼 새겨진다. 이 그림자들 역시 바코드의 모양 그대로다. “이 물질 없는 그림자를 만들어 내기 위해 물질로 조형물을 만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바닥에 놓인 13개의 숫자들이 만들어내는 색깔은 6초 단위로 변화한다. 이를 기반으로 색상마다 악기를 정했고 색깔이 바뀌는 속도를 박자로 삼아 서로 다른 13개의 악기를 연주했다. 양 작가는 제1전시실을 거대한 사원이라고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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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발표 신작을 전시한 제2전시실에서는 기둥 하나에도 주목하자. 기둥마다 바코드 작업이 돼 있다. 초기 색점찍기에서부터 최근 바코드 작업에 이르기까지 전 작업의 경향을 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 양 작가는 제2전시실을 “색점과 빛, 텍스트와 영상이 어우러진 사원”이라고 설명한다.
이곳에는 ‘초기 색점찍기’ ‘흔적 지우기-반야심경’ ‘흔적찾기Ⅱ-치아보형물’ 색색깔의 천을 법계도 모양으로 누벼 만든 작품들이 벽면을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