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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이 발표한 한국의 10대 기술은 근래의 눈부신 경제성장을 뒷받침한 중요한 기술을 선정한 것이다. 기술의 면면을 살펴보면 정보통신 분야에서 DRAM, 플래시 메모리를 중심으로 하는 메모리반도체·CDMA·디스플레이·인터넷 온라인 게임 기술 등 4개, 기계·조선 분야에서 자동차·LNG기술, 화공재료분야에서 2차전지(계속 충전 가능한 건전지)·철강제조기술, 에너지 건설 분야에서 초고층건축·한국표준원자력발전기술이 선정됐다. 기타 생명공학 기술 등 훌륭한 과학 기술이 선정되지 못한 것은 기술의 선진성에도 불구하고,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기 때문이다.
선정된 10대 기술이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은 참으로 대단하다.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우리나라가 반도체에 투자를 시작한 것이 1980년대 초다. 당시 미국과 일본의 기술과의 격차를 고려했을 때, 반도체에 투자를 시작하면 곧 망할 것이라고 반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90년대 말 DRAM 분야, 그리고 2000년대 초에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성취했다. 이러한 반도체 기술이 있기에 휴대폰을 비롯한 가전 기술 등이 세계 1위를 차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동차, 항공기 분야에서도 앞으로 반 정도가 전자 정보 기술이 포함된다고 하니, 타 분야 경쟁력 역시 탄탄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우리사회는 과학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정보 통신 기술이 우리의 삶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 또한 바꾸고 있다. 사진관에 필름 맡기러 간다든가,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줄을 섰던 추억 등이 이제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생명공학과 나노과학의 발전은 병원에서 진찰을 받기 위해서 줄을 서는 방식을 바꾸어 놓을 것이다. 자가 진단 칩이 나오면, 치료약 역시 맞춤형으로 환자가 스스로 조제하게 될지 모른다.
이러한 기술을 발전을 부처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팔만대장경에서 과학 기술에 대해서 언급하신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시에도 홍수에 의한 피해, 전염병에 의한 고통, 그리고 농작의 문제해결을 위한 기술의 영향이 컸을 것임에도 말이다. 기술의 발전이 근본적인 인간의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더 큰 진리를 설하는 데에도 시간이 부족하셨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경쟁과 성장, 그리고 세계화라는 현대의 패러다임이 인간과 지구 환경을 끝없이 파괴하는 지금, 탐·진·치를 제거하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불성을 계발하는 것이 어떻게 과학 기술의 건전한 사용과 연결지을 것인지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