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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료전지는 ‘fuel cell’의 번역으로, 마치 자동차에 휘발유를 충전하듯이 수소를 충전하면 전지로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휘발유로 움직이는 자동차보다 오히려 모터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먼저 출현했다. 공학기술에서는 단위 부피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양이 중요한데, 휘발유에 비해서 전지로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가 훨씬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부피를 가지고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아 충전을 자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같은 이유로 100년 전 사라졌던 전지 자동차가 다시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는 것은 역사적인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전지가 전기를 만드는 원리는 간단한 산화·환원반응에 기초한다. 물질들은 각기 성질이 달라서 전자를 주고받는 능력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구리와 아연을 전해질 용액에 담구면, 아연은 전자를 주면서 +이온이 되고, 구리에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외부에서 전구를 달아주면, 이 전자가 흘러서 전구를 켜는 것이다. 이렇게 전자를 주려는 물질(산화작용)과 전자를 받으려고 하는 물질(환원작용)의 성질 차이로 전기가 발생된다.
이러한 전자의 주고받음에 의한 전기화학적인 반응은 우리 몸이 음식에 의해서 에너지를 얻는 것, 심지어 생각하고, 사랑하는 것의 기본을 이룬다. 가령 음식은 소화기관에서 탄소물질로 변하는데, 이 탄소물질이 산소에 전자를 주는 산화작용에 의해서 에너지를 내어 놓음으로써 우리 몸의 체온과 필요한 에너지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부산물로 이산화탄소를 내어놓는 작용이 호흡이다.
단지 우리의 몸에서는 서서히 산화 환원작용이 일어나도록 신진대사를 조절함으로써, 급하게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방지하는 오묘한 시스템이다. 우리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작용 또한 근본적으로 들어가면 이러한 물질의 전자의 주고받음에 의한 작용임을 알 수 있다. 이렇게 생긴 전기의 흐름이 신경 세포를 통하여 뇌로 전달되어 인식, 기억이라는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다.
이유 없이 번뇌가 일어나고 자기 연민이 일어날 때, 이 번뇌가 단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전자의 작용임을 이해하자. 그리고 이 작용 역시 영원히 계속되는 실체가 있는 것이라기보다, 거대하게 흘러가는 신호와 에너지의 한 발현일 뿐이라는 것을 이해하자.
다르마의 모습이 ‘경유능경 능유경능(境由能境 能由境能)’, 즉 경계(업, 유위법)와 주관(불성, 깨달음)이 서로 기대어서 흘러간다는 승찬 스님의 <신심명> 한 구절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