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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억 가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칩이 수천 원에 불과하고, 단추만 누르면 세상 어디에 있는 친구와도 통화할 수 있으며, 그리고 인터넷에서 나사의 지구 사진을 즉각 받아 볼 수 있는 오늘날에도 미아 문제는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과학 기술과 삶의 문제와의 간극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다.
지난 30년간의 컴퓨터나 통신 기술은 기계 중심적인 기술의 전개였다. 컴퓨터가 있으면 인간이 그 컴퓨터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형국이었던 것이다. 1950년 대 IBM이 컴퓨터를 소개하고 나서, 당시 컴퓨터 과학자들은 전 세계에서 컴퓨터가 3대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시 컴퓨터의 용도를 과학적 계산에 국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0년 IBM PC가 개발되고 나서, 개인이 PC를 여러 대씩 가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PC 시장은 폭발했고, 전 세계 전자 시장, 나아가서는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많은 가정에서 2대 이상의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다.
21세기는 ‘유비쿼터스 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유비쿼터스’는 라틴어로 ‘어디에서나 산재하고 있는’ 이라는 뜻이다. 우리의 주위 모든 것에 계산(혹은 컴퓨팅)기능을 가진 컴퓨터가 산재한다는 개념이다.
환경을 인지하고 이 환경변화에 따라서 컴퓨터 환경이 스스로 가장 적합하게 변화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갖게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GPS(지구 위치 추적 시스템)를 장착한 자동차, RFID(무선 인식 시스템) 센서를 장착한 홈 네트워크, 그리고 환경 센서를 장착한 공원 등을 꼽을 수 있다.
GPS의 가장 큰 목적은 속도위반 방지다. 자동차의 속도와 주위의 속도 단속기의 위치를 기억해 두었다가 운전자나 아니면 자동 운전 장치에게 속도의 변화 필요성을 알려주는 것이다. 사람, 물건 등에 무선 기능을 가진 먼지만한 칩을 장착해 두면, 무선을 이용해서 이동하고 있는 물건과 사람의 정보를 탐침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일이 쉬워진다. 따라서 미아 발생은 처음부터 가능성이 차단되는 것이다. 자동차에 부착된 RFID는 자동차 차폐기 뿐만이 아니라, 자동차가 주차장에 도착 전에, 가장 가까운 주차 공간을 컴퓨터로 가르쳐 줄 것이다. 공원의 나무에 장착된 센서는 환경의 변화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러한 유비쿼터스의 세계는 화엄경의 세계를 연상케 한다. 이 세상 만물이 인연의 그물에 얽혀 있어서 어느 하나 인연의 그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제망찰해(帝網刹海)’와 같은 모습을 연상케 한다. 유비쿼터스의 세계에서는 세상 어느 구석에서의 일도, 우리의 일상 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없다. 더욱 빠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유비쿼터기술이 좋은 부처님 인연을 만드는 도구로 사용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