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원장 박경준·이하 불문연)이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허상만)으로부터 중점연구소로 지정돼, 9년간 약 21억 원의 재정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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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술진흥재단이 2005년 12월 28일 발표한 2005년도 중점연구소지원사업 선정 결과에 따르면 인문학연구소 가운데에는 불문연을 비롯해 부산대 인문학연구소,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등 6곳이 선정됐다.
지난 1999년에는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서울대 한국문화연구소, 성균관대 대동문화연구원, 연세대 국학연구원 등 9개 인문학연구소가 중점연구소로 선정돼 지원받은 바 있다.
불문연이 지원받게 될 연구의 주제는 ‘아시아 근·현대 불교문화 연구.’ “한·중·일 동북아 3국을 포함한 아시아 전체 불교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한국불교의 미래를 모색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다. ‘아시아 근·현대 불교문화 연구’라는 주제는 한국은 물론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선행 연구사례가 없어서 연구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연구를 위해 불문연은 △동북아 삼국의 근대화와 불교문화의 변용비교(1단계) △아시아 불교문화의 다양성과 정체성(2단계) △아시아 불교문화 교류와 한국불교의 현대적 모색(3단계) 등 주제를 설정했다. 과제 수행 기간은 각 단계별로 3년이며, 총 9년이다.
1단계 과제에는 총괄연구책임자인 원장을 비롯해 과제책임자 김상일 교수(국문과), 정병준(사학과), 강석원 교수(일문과) 교수, 박사 취득자 9명 등 20여명의 전문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과제책임자의 면면에서 알 수 있듯 이 연구는 학제간협동과정의 특성을 띤다.
중점연구소 과제 수행은 ‘아시아불교문화학’이라고 하는 새로운 학문분야 정립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불문연은 1단계 3년차에 6개 강좌를 시험적으로 개설하고, 2단계에는 ‘아시아 불교문화 협동과정’ 석사 과정을, 3단계에는 박사과정을 개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그간 불교학이 주로 교리나 경전에 치우쳐왔으며, 근대기 불교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데 대한 반성은 줄곧 있어왔으나 마땅한 대안은 없었다. 불교를 동북아시아 3국의 관계 속에서 조망하려는 시도는 더더욱 없었다. 이 점에서 불교학을 사회학적이고 지역학적 개념으로 확대한 아시아불교문화학은 불교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중점연구소 지정은 창학 100주년을 맞은 동국대 발전 전략 수립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동국대 내 연구소 가운데 중점연구소로 선정된 곳은 불문연이 처음이어서 불교학이 갖는 대외 경쟁력이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불교학을 중심으로 한 특성화 주장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불교문화연구원장 박경준 교수는 “아시아불교문화학은 한중일 3국의 갈등만 부각되고 있는 이 시대에 불교를 매개로 한 협력과 화해의 가치를 밝혀줄 것”이라며 “동국대가 아시아불교문화학을 선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중점연구소란
중점연구소란 대학연구소의 연구 인프라를 강화함으로써 대학의 연구거점을 구축해 젊은 연구자 양성 촉진 및 특성화·전문화·국제화 도모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가 시행하고 있는 제도.
한국학술진흥재단의 기존 지원 방식이 일회적이다보니 프로젝트팀이 급조되는 경향이 있고, 과제가 종료되면 프로젝트팀이 사라져 학문적 성과가 제대로 축적되지 못하는 한계가 지적되곤 했다. 중점연구소는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고안됐다. 즉, 특정 연구소를 장기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연구소를 매개로 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지속적인 연구결과 축적이 가능케 하는 데 중점연구소 지정의 의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