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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들의 의식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본지가 1215명의 불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100세 시대-불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7.3%가 죽음준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죽음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한 응답자는 20~30대에서 50%대에 머물렀지만, 40대 69.5%, 50대 73.2%, 60대 80.8%로 연령이 높아질수록 죽음준비를 필요로 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처럼 많은 불자들이 죽음준비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을 아는 이들은 의외로 적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죽음준비를 원하는 응답자의 3분의 2 가량이 구체적인 방법을 모른다고 답해 이에 대한 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경우 1960년대 미네소타 대학에 ‘죽음의 준비과정’이라는 교과가 개설된 것을 시작으로 1970년대 들어 전국에 1100여개 과정이 개설됐고, 초·중등 교과서에도 반영됐다. 일본도 삶과 죽음 교육의 교육과정을 개발하고, 2005년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반해 죽음준비라는 개념조차 낯선 한국에서는 교과과정 반영은 아직 기대하기 어렵다. 종교계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호스피스와 죽음준비교육이 확산되는 추세에 만족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불교계는 이조차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등록된 80여개의 호스피스 기관 가운데 87.5%가 기독교계 기관과 병원이다. 불교계 호스피스 양성교육은 불교계 유일의 독립형 호스피스 시설인 청원 정토마을을 필두로 양산 통도사 자비원, 보성 대원사, 서울 수효사, 대구 관음사 영남불교대학, 불교자원봉사회 등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종단차원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천태종이 유일하다.
절대 다수의 호스피스 기관이 기독교계에 속해있다 보니, 기독교인 자원봉사자가 훨씬 많이 배출된다. 봉사현장에서는 기독교계 호스피스 자원봉사자가 불교계의 10배가 넘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임종을 맞는 불자가 불자 호스피스의 보호를 받기가 쉽지 않다.
불교계의 열세는 죽음준비교육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기독교의 경우 1991년 각당복지재단 산하에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회’를 발족시키면서 죽음준비교육을 이슈화 한 이래, 죽음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또 개별 교회 차원의 죽음준비교육도 활발해 지난해만도 서울 금호교회, 평화성결교회 등에서 죽음준비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또 노인대학을 운영하는 교회들도 죽음준비교육을 앞다퉈 도입, 선교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불교계에서는 죽음준비에 대한 논의조차 활발하지 못하다. 프로그램으로는 조계사가 수탁관리하고 있는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죽음프로그램 이외에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서울노인복지센터는 ‘이웃과 후손을 위한 생명나눔캠페인’(2002년) ‘아름다운 흔적 자서전 쓰기’(2003년) ‘보살생과 서원으로 여는 내생’(2004년) 등을 마련한 바 있다.
보성 대원사는 템플스테이에 죽음교육을 접목했다. 대원사(주지 현장)는 지난 해 템플스테이 주제를 ‘죽음을 준비합시다’로 정하고, 사후 49일간을 미리 겪어보는 바르도 체험과 임종염불 등을 프로그램에 포함시켜 좋은 호응을 받았다.
이처럼 불교계의 죽음준비 관련 활동이 산발적인 수준에 머무는 이유에 대해 권경임 한국종교사회복지포럼 회장은 “죽음준비의 중요성에 대한 불교계의 인식이 미흡한데다, 불자 자원봉사자들이 활동할 수 있는 불교계 병원이 적다는 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죽음은 당사자나 주위 가족에게 가장 고통스러우면서도 종교적인 순간임을 감안할 때, 호스피스의 보살핌은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주는 계기가 된다. 실제로 보살핌에 감동해서 개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볼 때 불교는 포교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불교 본연의 자비정신 실천이나 불교적 방식의 중생구제 기회를 놓친다는 점은 말할 것도 없다.
대원사 현장 스님은 “기독교의 호스피스 활동은 진실에 의한 접근이라기보다 신앙으로 유도하는 것인데, 생사해탈의 지혜가 풍부하게 담겨 있는 불교가 기독교적인 방법에 의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불교적인 호스피스, 죽음준비교육에 대한 관심과 방법 개발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