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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소복(遠禍召福)’ 팥죽 먹으며 밝은 새해 기원
[시방세계]이웃과 함께 하는 ‘작은설‘ 동지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추위가 기승을 부린 12월 21일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팥죽나누기 행사를 진행했다.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의 시작을 알리는 ‘작은설’ 동지. 예부터 총림 대중 스님들은 이날 아침 ‘동지법회’를 봉행하고 한해의 삶을 돌아보는 다양한 행사를 열었다. ‘동지법회’는 부처님 전에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잘못을 참회하고 새해의 소원을 비는 행사.

동지는 사찰에서 여름결제인 ‘결하(結夏)’, 여름결제의 해제인 ‘해하(解夏)’ 등과 함께 ‘총림 4절’로 지켜졌다. 특히 젊은 스님들은 이날 은사스님을 찾아뵙고, 그 동안의 가르침에 대한 감사인사로 한해를 회향했다.

불자들에게 동지는 주변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는 날이다. 불자들은 광명과 지혜를 상징하는 붉은 팥죽공양을 이웃들과 나누며 부처님 가피로 모든 악귀를 몰아내기를 바라는 ‘원화소복(遠禍召福)’을 기원했다.

초순에 동지가 들면 그 해는 ‘애기 동지’라 하여 절에 가서 팥죽을 먹고 돌아오는 풍습이 있었다. 불교는 민간풍습인 동지를 수용해 새로운 전통을 형성하고 그 의미를 심화시키는 역할까지 해 왔다.


서울 수효사 주지 무구 스님이 요양중인 어르신들과 함께 새알을 빚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민속명절인 12월 22일 동짓날을 전후로,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과 불자들이 독거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과 따듯한 이웃 사랑의 마음을 나누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마련했다. 사찰과 신도회 등은 일제히 동지불공을 봉행한 후 붉은 팥죽을 써서 주변 이웃들과 나누고 달력을 선물하는 시간을 가졌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말처럼 내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의 여유를 통해 새해 한해를 지혜롭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아동보육시설인 선재동자원(원장 지산)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12월 20일 저녁부터 팥 6가마니, 찹쌀 12가마니를 마련해 4000인분의 팥죽을 만들어 독거노인, 영세민, 장애인아파트 거주자, 소년소녀 가장에게 전달했다.

아동보육시설인 선재동자원은 팥 6가마니와 찹쌀 12가마니로 4000인분의 팥죽을 준비해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했다.


올해로 15년 째 ‘동지 팥죽 나눔’을 통해 자비 정신을 실천하는 지산 스님은 “우리 시설이 좀 어렵더라도 불자들이 보내준 보시금으로 인근 어르신들에게 팥죽 한 그릇이나마 대접해 드리며 한해를 회향하는 자리”이라며 활짝 웃었다.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김의정)는 12월21일 서울 인사동 문화마당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고 동지의 의미를 생각하는 팥죽 나누기 행사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포교원장 도영 스님, 국회의원 박진, 맹형규 의원 등이 팥죽을 끓이고 배식을 하는 역할을 했다.

도영 스님은 “동지에 먹는 팥죽은 새로운 ‘밝음’을 상징하는 만큼 많이 드시고 희망찬 새해를 맞으시라”고 덕담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팥죽나누기 외에도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팥죽을 뿌리는 벽사의식과 풍물공연 등도 함께 진행돼 흥을 돋우었다.

부산 삼광사(주지 도원)는 지름 4.64m 높이 70cm의 쇠솥에 팥죽을 끓였다. 이를 위해 삼광사 신도 5000여명은 동지 하루 전날부터 밤새 새알을 빚었다. 또한 4만5000여 명 분량의 팥죽을 만들기 위한 재료만도 맵쌀 34가마, 새알을 위한 찹쌀 17가마, 팥 24가마가 소용됐다.

또한 삼광사는 21일 저녁 설법전에서 동지예술제를 열고 살풀이, 어린이 가야금 병창, 남도 민요, 합창단의 찬불가 공연 등을 펼치고 이날 저녁부터 팥죽을 끓여 함께 나눠먹으며 한해를 마무리했다.

청도사암연합회(회장 덕현)는 동지를 앞둔 12월 20일 ‘동지팥죽무차만발공양’에 나섰다.


대구 영남불교대 경산도량 불자들은 윷놀이를 하며 화합을 다졌다.


대구 법왕사(주지 실상)도 12월 22일 대구시민들과 팥죽먹기 행사를 개최하고, 23일 합천 용문사 뒤 악견산에서 비둘기와 참새 등을 방생하는 조류방생기도를 봉행했다. 이날 법왕사 불자들은 오후불식으로 한끼 식사분의 음식을 모아 산짐승의 먹이로 보시하며, 부처님의 생명사랑을 되새겼다. 영남불교대학 경산도량(주지 대륜)은 윷놀이로 화합을 다졌다.


조계사 사회국장 범성 스님이 농성중인 사회단체 관계자들에게 팥죽을 전하고 있다.


손가락 ‘따주기 봉사’로 유명한 서울 수효사(주지 무구)는 12월 15일 관내 독거노인 200여 명에게 팥죽을 대접했다. 수효사는 21일 저녁 불자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동지팥죽을 만들기 시작, 22일 동지법회가 끝난 후 인근 충정로 동사무소와 경찰서에 전달하기도 했다.



■ 동지는
동지는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날이다. 12월을 동짓달이라고 할 정도로 동지는 12월의 중심이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동지를 작은설, 즉 다음 해가 되는 날이란 의미로 ‘아세 (亞歲)’라 했다.
고대 주나라와 당나라 등은 동지를 설로 잡고 한해 달력의 시작으로 삼았기 때문에 요즘도 동지를 전후로 달력을 선물하는 풍습이 남아있다.
팥죽을 나눠먹는 풍습은 불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황룡사에서 신라 선덕여왕을 만난 ‘지귀’라는 귀신을 달래기 위해 팥죽을 써서 공양을 했다는 이야기 등 팥죽과 불교에 관한 많은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글=강유신 기자·사진=박재완 기자 |
2005-12-29 오전 11: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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