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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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 수행의 길잡이 '선가귀감'
<1> 연재를 시작하며


한국 참선을 공부하고 싶어 하는 러시아 사람들이 있어서 지난해 9월 모스크바를 다녀왔다. 참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라 처음에는 조계종 납자들이 간화선 지침서라 부르는 <몽산법어>를 바탕으로 법문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한국 참선에 관심이 많은 그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면서 한국의 선도 함께 알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간화선의 본질과 참선 공부의 기초를 다질 수 있는 <선가귀감>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서산휴정(西山休靜 1520-1604년) 스님이다. 스님이 묘향산에 계실 때 50여권의 경전과 논서와 어록을 보시면서 공부하는 데 요긴하고 간절한 말들을 뽑아 두었다가, 후학들을 위하여 거기에 주해나 게송을 달고 풀이한 다음 1564년에 직접 서문을 쓴 것이 <선가귀감>이다.

이것을 1569년에 금화 도인이 한글로 번역하여 153장으로 된 <선가귀감 언해본>을 펴냈고, 1579년 봄에 서산 스님의 제자인 사명유정(四溟惟政)이 발문을 쓰고 81장으로 된 한문본을 펴냈다.
임진왜란 때 탐적사(眈賊使)로 일본에 갔던 사명 대사는 임제종 승려들을 위하여 이 책을 바탕으로 법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 인연으로 이 책은 일본에서 출간되어 당시 퇴폐일로에 있던 일본 임제종을 부흥시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되기도 했다.

‘선가귀감(禪家龜鑑)’이란 간화선을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공부해 나아가야 할지 그 길을 일러 놓은 것이다.
‘선가(禪家)’는 ‘참선하는 집안’이란 뜻으로서 ‘참선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귀(龜)’는 점을 쳐서 미래의 일을 알아내고자 할 때에 쓰는 거북의 등껍질을 말하는데, 뒷날의 내 모습을 미리 알아본다는 뜻이다.
‘감(鑑)’은 ‘거울’이니, 평소 공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올바른지 <선가귀감>을 거울삼아 보라는 뜻이다. 이런 뜻을 가지고 있기에 ‘선가귀감’이란 제목을 ‘선禪 수행의 길잡이’로 바꾸어 보았다.

책의 첫머리를 보면 ‘일물(一物)’을 번역한 ‘그 무엇’이란 말이 나온다.

여기에 ‘그 무엇’이 있는데
본디 밝고 밝아 신령스러워서
일찍이 생겨난 적도 없고 없어진 적도 없었으니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느니라.

여기서 말하고 있는 ‘그 무엇’이란 내용만 알게 되면 <선가귀감>의 공부는 끝난다. 아니 불교의 모든 공부가 다 끝나 버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그 무엇’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책에서는 이어 설명하기를 ‘그 무엇’은 이름 붙일 수도 없고 모양을 그릴 수도 없다고 한다.

이것을 바로 알고 깨치고자 하는 것이 선(禪)이다. 먼 길로 둘러가지 않고 화두로 직접 단숨에 깨치고자 하는 것이 간화선(看話禪)이다.
하지만 어리석은 중생들은 바로 알지 못하니, 자비로운 부처님께서는 ‘그 무엇’을 이해할 수 있도록 팔만사천 법문을 하시게 된다. 이런 가르침이 없다면 중생들은 ‘그 무엇’에 대해 알기가 어렵다. 시간이 걸리지만 차근차근 그 무엇에 대해 알도록 가르치는 것이 ‘교(敎)’이다.

이 선과 교를 아울러서 성불의 길로 나아가게 하는 가르침이 곧 <선가귀감>이다. 올바른 스승을 찾기 어려운 요즈음 세상에서는 <선가귀감>이 바로 선지식이 된다.
선에 대한 가르침으로서 <선가귀감>은 살아있는 말을 참구하라고 한다. 화두를 어떻게 잡아야 하고, 공부할 때 조심해야 할 경계가 무엇이며, 화두참구의 세 가지 요건 등 화두 수행법에 대해서 자세히 일러 주고 있다.
또한 수행을 할 때에 어떤 경전이 제게 참된 경전이며, 주력과 예배와 염불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자상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래서 출가 수행자뿐만 아니라 재가 수행자에게도 올바른 참선 수행의 지침서가 될 만한 것이다.

스님의 가르침은 수행 방법론에 그치지 않고 수행자의 자세에 대해서도 간곡하게 이르고 있다. 수행자가 시주 은혜를 저버리고 세상의 명리를 구하는 일은 부처님을 파는 도적이라고 야단을 치면서 부처님 제자로서의 본분을 지켜나갈 것을 당부하고 있다.

천리 밖에서 이 글을 듣고 보아도
놀라거나 의심하지 않고 받들어 읽어서 보배로 삼는다면
참으로 천 년 뒤에도 꺼지지 않는 밝은 등불이 될 것이다.

사명대사의 발문에 실린 이 원력을 담아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강설은 내용 정리가 잘 되어 있는 81장 한문본을 밑본으로 삼되, 현대 글로 다시 다듬어진 것이 될 것이다.

원순 스님(송광사 인월암) |
2005-12-27 오후 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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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승 원순스님선가귀감 동영상을 어떻게 볼 수 있느지요?
(2011-07-14 오전 9: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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