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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지역별로 고유의 특성을 살린 독자적인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종교도 이제는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그 키워드는 지역이다. 지역불교가 살아야 한국불교가 산다.
이에 2006년 새해를 맞아 지역불교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불교 발전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인물과 단체를 조명해본다.
■ 지역별 불교 현주소
딱히 부족하다고 꼬집을만한 것은 없지만 그렇다고 내놓을 만큼 두드러진 것도 없는 것이 경기불교의 모습이다. 단위지역이 워낙 많고, 또 수도권이다보니 서울과 연계한 움직임도 다른 지역보다 많을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 그래도 내놓을 만한 것이 있다면 문화프로그램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문화시설을 갖춘 사찰도 적지 않고,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사회활동도 다른 지역에 비해 많고 그 분야도 환경, 인권, 교육 등 고르게 걸쳐있다.
신도시가 많은 특성상 도심사찰이 많아 포교활동이 비교적 활발하다는 특징도 있다. 그러나 교육과 복지는 서울과 인접한 지리적 이점을 잘 살리지 못하고 있다.
강원불교는 지역경제가 악화되면서 몇 년 째 동반침체를 겪고 있다. 관광사찰이 많은 특성상 경제 여건에 따라 사찰 활동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신행, 교육, 포교, 사회활동 등 모든 분야에서 강원불교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부 사찰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인 활동이 없어, 소수 사찰에 의해 불교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복지분야는 속초 신흥사와 원주 성불원을 중심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월정사를 비롯해 몇몇 사찰들이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문화활동은 그런대로 탄력을 받고 있다.
충청도는 이제 막 ‘불교 불모지’라는 오명을 벗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상태다. 모든 분야에서 과거에 비해 눈에 띄게 활동이 활발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어느 한 분야도 만족할만한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교육과 포교에서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신행도 수동적이고 미약하다.
다만 문화와 사회활동은 다른 지역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다. 공주 등 상당수 지역이 지역축제와 불교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활동도 왕성한 편이다.
경상 지역은 자타가 공인하는 ‘신심 제일 지역’이다. 전국에서 불교세가 가장 세다는 평가 그대로 이 지역의 불교활동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활발하다.
경상 지역은 보통 부산ㆍ경남, 대구ㆍ경북 두 권역으로 나뉜다. 우선 부산ㆍ경남지역은 경상 지역 중에서도 가장 불교활동이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불교대학만도 부산불교대학을 포함해 60여 곳이나 되고, 어린이 포교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또 불교복지를 빼놓고는 지역복지를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 지역 복지에서 불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막대하다.
대구ㆍ경북 불교도 부산ㆍ경남 지역에 버금갈 정도로 활발하다. 특히 부산과 함께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지역인 대구는 교육과 복지에 관한 한 불교를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동국대와 위덕대 등의 종립학교와 각 사찰 불교대학과 교양대학이 수십 곳에 이르고, 대구시 노인복지시설 6곳 중 4곳을 불교계가 운영할 정도다.
물론 부족한 부분도 있다. 두 권역 모두 문화와 사회활동은 미약한 편이다. 또 부산ㆍ경남의 경우는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과 신행 프로그램이 부족하고, 대구ㆍ경북은 신행문화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남불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생명나눔광주전남지역본부와 평화실천광주전남불교연대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활동은 다른 어느 지역 못지않게 활발하나, 교육ㆍ포교ㆍ문화ㆍ복지 등에서는 기대만큼의 움직임을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많은 사찰과 신행단체들이 분주히 활동한 결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활로를 열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종교인구가 증가하는 곳이 광주ㆍ전남지역이고, 그것이 불교인구라는 점에서 호남불교는 기회를 맞고 있다.
‘불교의 섬’답게 불교활동이 활발하다. 불교와 지역민의 일체감으로만 따지자면 제주를 따라올 곳이 없을 정도다. 여러 분야 가운데에서도 교육ㆍ신행 분야 활동이 두드러진다.
합창단만 20 곳이 넘을 정도다. 특히 불자들이 힘을 모아 불교대학을 세우는 등 자발적 신행은 다른 지역의 모범이 될 만하다.
하지만 복지는 이제 막 눈을 뜬 단계고, 문화나 사회활동은 상대적으로 미약한 편이다. 포교는 프로그램을 통한 체계적인 접근보다는 사찰과 지역민과의 일체감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다.
■ 무엇이 문제인가
각 지역의 상황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가장 시급한 것이 분야별 인프라 구축이다. 각 분야별 접근이 일회성이거나 유행에 편승하는 경향이 짙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접근이 이뤄지지 않다보니, 효과가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재가교육의 경우 스님의 능력에 의존할 뿐 체계적인 교육을 위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포교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매뉴얼을 통해 체계적인 접근 보다는 단편적 행사에 그치면서 지속성을 갖지 못해 ‘체감적인 포교’를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각 분야별로 기본 여건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아울러 이런 프로그램을 효율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인재양성도 시급하다.
지역에서 활동을 하며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사찰의 경우에도 고유의 색깔을 갖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원도 모 지역의 경우 4~5개 사찰들이 교육, 포교, 복지 등 나무랄 데 없는 활동을 벌이고는 있지만 뚜렷한 특징이 없어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지역특성을 고려한 아이템이 없기 때문이다.
또 문화ㆍ관광지인 모 지역에서는 이런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사찰들이 기존의 운영패턴을 고집하고 있기도 하다.
원주 성불원 주지 현각 스님은 “지역불교활동이 풍성한 수확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지역민들의 정서와 지역특성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문화와 관광자원이 풍부한 불교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불교가 활성화되기 위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바로 사찰 또는 단체 간 이기주의다. 어느 지역도 이 문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고질적 병폐다.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지역인 부산에서마저도 ‘깃발만 많고, 깃발을 따르는 대중은 없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사찰들은 저마다 이것저것 하겠다고 외치지만 다른 절 신도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 ‘내 절 일 아니면 관심없다’는 이기주의는 결국 지역불교 전체의 힘을 빼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이웃 사찰의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으면, 그대로 모방까지 한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보다는 쉽게 불자들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다.
■ 나아가야 할 방향은
지방화시대는 ‘적극성’을 요구한다.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제 밥그릇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무한경쟁을 해야 한다. 따라서 기다리는 불교가 아닌 다가가는 불교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성남 봉국사의 경우 문화욕구가 강한 지역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시민들을 대상으로 ‘명사초청 강연회’를 열기 시작했으며, 안동 봉정사 역시 문화도시 이미지에 걸맞게 각종 전시회 등을 통해 지역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인제 만해마을은 지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만해 무료강좌’를 여는 등의 적극적인 접근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또 불교 불모지나 다름없던 호남지역의 사찰들이 불자교육을 지역불교 발전의 최우선과제로 삼고 신도기본교육에 적극 나서면서 호남불교의 불심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은 되짚어볼만한 일이다.
적극성과 함께 반드시 수반돼야 할 것은 특성화다. 특성화는 곧 ‘고유의 브랜드’다. 현대사회에서 고유 브랜드가 갖는 가치는 엄청나듯이 불교 역시 이런 아이템을 개발하고 역량을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반드시 고려돼야 할 것은 바로 지역정서와 특징이다.
충남 공주의 경우 마곡사 갑사 신원사 등 유서 깊은 사찰들과 영평사 학림사 등 새로 주목받는 사찰들이 각자의 특성을 살린 아이템으로 ‘테마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불교 미래를 가꿔나가고 있다.
특히 공주의 사찰들은 공주가 백제의 고도라는 점에 착안해 이와 맞물린 문화행사와 프로그램들로 인기를 얻고 있다.
경기 여주ㆍ양평ㆍ이천은 군부대 지역이 많은 특징을 고려해 세 지역 사암연합회가 군불교위원회를 구성해 군 포교에 나서고 있는 것도 좋은 예다.
강원도 삼척의 경우 삼척대 교수불자회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과 지역경제기반이 어업에 있다는 점을 고려해 사찰들이 교수불자들을 포함한 사암연합회를 구성하고 지역민과 함께 하는 사업을 벌이는 등의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차의 성지인 일지암과 선암사 동원사 불회사 등 해남 순천 나주의 남도사찰들이 대규모 자생차 단지를 조성하고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것도 특성화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공주 갑사 주지 장곡 스님은 “특성화야말로 사찰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이것이 사찰문화로 자리 잡게 되면 지역불교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행 및 포교 프로그램 다양화는 시대 흐름과 지역적 특성, 불자와 국민들의 욕구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프로그램으로서는 불자들과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몇몇 사찰들의 노력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월정사다. 최근 들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월정사 단기출가는 시대흐름과 국민의 정서를 잘 반영한 프로그램으로 평가받고 있다.
화성 신흥사의 경우 법회 참석 불자들에게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주고 이 쿠폰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장터’를 열고 있고, 안양 지장선원은 어린이ㆍ학생ㆍ청년법회를 활성화하기 위해 유발상좌제도를 두고 ‘맨투맨’ 식의 포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또 한마음선원 제주지원은 어린이ㆍ학생ㆍ청년ㆍ성인법회로 신행시스템을 구축해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으며, 서산 부석사는 지역의 특성을 살린 ‘철새탐조 템플스테이’로 인기를 얻고 있다. 해남 미황사의 경우도 산사음악회를 비롯해 한문학당과 괘불제 등 다양한 행사를 개발해 문화포교를 선도하고 있다.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은 “막연히 신심에 기대는 시대가 지난 지는 오래됐다. 이제는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면서도 무엇인가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감동을 주어야만 한다”며 “불교를 알게 하는 것 보다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프로그램 다양화는 필연적”이라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