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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적인 불화가’. 구진경 작가(40)를 단 한마디로 설명하기에 딱 어울리는 말이다. 지난해 불두를 형상화한 실험적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던 구 작가를 12월 20일 작업실에서 만났다.
“언제 어디서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는 불화를 그리고 싶어요. 불화이기에 타 종교인들이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아 불교적이구나’ 하는 자연스런 공감대를 형성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회화, 설치 등 다양한 방법으로 불화를 그리는 구 작가의 설치물에는 흑백의 목판화 같은 느낌의 작품도 있다.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결과다.
“현대적으로 도상화된 제 불화들은 재가불자들보다 오히려 스님들이 좋아했다”는 구 작가는 그의 작품을 눈여겨봤던 한 스님의 요청으로 올해 경남 밀양의 한 사찰에서 극락전 벽화를 현대적으로 꾸밀 계획이다. 구 작가가 벽화를 작업할 곳은 15m에 달하는 토굴 진입로. 이곳에 청동 판을 세우고 안쪽에 조명을 설치해 빛으로 장엄된 아미타 극락도를 재현할 생각이다.
“청동에 구멍을 뚫어서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아미타극락도를 최대한 단순화시키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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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작가는 불화를 전공하게 되기까지 스승 김대영 작가의 힘이 컸다고 고백한다. “절에 가서 불화 보는 것은 좋아했어도 불화를 그리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못해봤던 저에게 불화 그리면 잘 하겠다고 조언해 주셨죠. 눈이 번쩍 뜨였어요.”
불화를 그리겠다는 목적이 뚜렷해지니까 삶의 자세도 바뀌게 됐다. “불화를 그리는 것이 삶의 구원 같은 느낌이 든다”는 구 작가는 “아는 만큼 본다는 말이 있듯 불화 역시 불교를 아는 만큼 표현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꾸준히 경전 공부를 하며, 동국예술인법회에 참석한다.
구진경 작가는 “제 삶의 모든 열정을 불화 도상의 현대적인 변형작업에 쏟아 붓겠다”고 포부를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