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서 스님들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서로 싸우고 시비를 가리느라 급기야 스님들은 조리에 맞지 않는 말을 퍼부어대고 거친 몸짓을 해대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부처님은 싸움의 당사자인 스님들을 불러 앉혀서 이렇게 당부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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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다시 싸움이 일었고 스님들은 상대의 잘못을 드러내느라 그야말로 ‘입 속의 칼(혀)’로 상대를 사정없이 찔러대기에 이르렀습니다. 수행자들의 갈등과 대립을 지켜봐야 하는 부처님은 마음이 아파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싸움이 일 때마다 당사자들을 불렀고 제발 싸우지 말라고 타이르고 또 타일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부처님의 중재와 훈계조차도 받아들일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부처님은 비구들을 불러 모아 이런 옛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마하박가>라고 하는 율장의 이야기입니다.
아주 먼 옛날 코살라국에는 디기타왕이 통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나라의 힘이 이미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항상 이웃 카시국의 브라흐마닷타왕의 침공위협을 받고 있었습니다. 결국 디기타왕은 브라흐마닷타왕이 침공하러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스스로 왕위를 물러났습니다. 왕비와 단둘이 성을 빠져나갔고 그 나라는 단 한 사람의 희생도 보지 않고서 브라흐마닷타왕에게 접수되었습니다.
한편 왕비는 뒤늦게 임신을 하였고 아들을 낳았습니다. 아들의 이름은 디가부.
하지만 언제나 살해의 위협을 안고 살아가는 디기타왕은 아들의 목숨이라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 아들을 멀리 보내었습니다. 아버지의 예견은 정확하였습니다. 결국 왕궁에서 이발사로 있던 자의 밀고로 왕과 왕비는 브라흐마닷타왕에게 붙잡히고 말았습니다. 두 사람은 머리가 빡빡 깎이고 밧줄로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날카로운 북소리가 둥둥 울리는 가운데 사방으로 질질 끌려 다녔습니다.
마침 오래도록 집을 떠나 있던 아들 디가부는 부모님을 만나러 고향으로 찾아왔다가 자기 부모의 그런 처참한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하고 말았습니다. 그는 거의 제정신을 잃고서 부모를 향해 다가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을 발견한 디기타왕은 허공에 대고 외쳤습니다.
“사랑하는 아들아. 너는 긴 것을 보지 말고 짧은 것도 보지 말아라. 원한은 원한으로 누그러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아들아, 원한 아닌 것에 의해서만 원한은 누그러진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의 말에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멈춰 섰습니다. 사정을 알 리 없는 사람들은 수근 대었습니다.
“이 왕이 무서운 나머지 미쳐버렸구먼. 허공에 대고 지금 뭐라고 소리치는 거야?”
하지만 디기타왕은 말했습니다.
“나는 미치지 않았다. 헛소리를 하는 것도 아니다. 현명한 사람은 내 말의 뜻을 알 것이다.”
아버지의 외침에 아들이 멈칫한 사이 사람들은 디기타왕과 왕비를 남문으로 끌고 가서 사지를 잘라 죽인 다음 시체를 거두지도 않고 떠나갔습니다.
이런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아야 했던 아들 디가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하지만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부모의 시신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였던 터라 병사들에게 술을 먹여 쓰러뜨린 뒤에 부모의 시신을 거두어 화장을 치렀습니다.
활활 타오르는 시신을 오른쪽으로 세 번 돌면서 예를 올린 뒤에 그는 한적한 숲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제야 통곡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는 피울음을 토해내었습니다.
가슴 속의 울분이 다 터져 나올 때까지 그의 눈물과 절규는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렇게 한없는 눈물을 쏟아낸 뒤 그는 부모의 원수를 반드시 갚고야 말 것을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려면 우선 왕의 최측근이 되어야 했고 그는 이런저런 방법을 써서 결국 왕의 총애를 받는 신하가 되는 데에 성공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사냥을 나선 왕의 말을 요령껏 몰아서 일행들로부터 왕을 떼어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깊은 숲 속에 왕과 단 둘만 남게 된 디가부. 게다가 왕은 말을 달리느라 피곤하다면서 디가부의 무릎을 베고 잠들어 버렸습니다. 한시라도 부모의 원수를 갚겠다는 생각을 놓아본 적이 없는 디가부에게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입니다.
디가부는 가만히 칼집에서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