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한해는 지속되는 불황 속에 출판계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졌다. 연간 도서매출량이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대형 출판사들이 속속 등장한 반면, 일부 불교계 출판사들은 1년에 2~3권의 책을 만들어내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2006년 새해의 불교출판계의 화두 역시 ‘장기화된 불황을 어떻게 타개하느냐’로 모아진다. 올해 불교출판계 전망과 주목해야 할 출판물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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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소재 다룬 문학작품 잇달아
2005년에는 마라난타 스님의 생애를 다룬 <마라난타>(화남)와 청화 스님의 삶을 소설로 옮긴 남지심씨의 <청화 큰스님>(램덤하우스중앙) 등의 몇몇 권을 제외하면 ‘불교소설’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출간되지 않았던 것과 달리, 2006년에는 불교적 소재를 다룬 굵직한 소설이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소설 <초의>로 평단과 독자의 호응을 한 번에 받았던 소설가 한승원씨는 이번엔 ‘원효 스님’에 도전한다. ‘원효’라는 이름의 명성에 가려져 제대로 고찰되지 못했던 원효 스님의 생애와 사상이 3권의 소설에 녹일 예정이다. 지난 2년간 원효 스님의 삶과 사상을 그리는 소설에 매진해 온 한씨는 특히 전쟁을 통한 삼국통일 대신 불교 사상을 통한 ‘불국토’ 통일을 역설했던 스님의 모습도 조망할 예정이다.
지난해 성철 스님의 발자취를 짚어본 에세이 <자신을 속이지 말라>를 펴낸 소설가 정찬주씨는 부산 영광도서 홈페이지(www.ykbook.com)에 연재했던 경봉 스님 일대기 ‘멋들어지게 살아라’를 책으로 묶어낼 계획이다. 경봉 스님(1892~1982)은 근현대 한국불교의 초석을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고승이다. 정씨는 3년간 경봉 스님의 발자취를 좇아 스님이 머물렀던 통도사 극락암 삼소굴과 수행처를 직접 답사하며 총 44회에 걸친 연재를 마무리했다.
<만다라>의 작가 소설가 김성동씨는 다양한 작품을 집필 중이다. 2002년부터 구상하고 있는 ‘신돈’ ‘묘청’ ‘궁예’를 다룬 3부작 역사 소설을 비롯해, 산을 오르다 어느새 제자리로 돌아오는 가출한 사내의 이야기를 그린 중편 <산>도 출간을 앞두고 있다. <산>은 산을 오르는 여정과 진정한 자아를 찾아 떠나는 삶의 여정을 통해 ‘돌고 도는 세상’을 우화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002년 남양주 봉선사에서 작업하던 중 뜻밖의 수재로 휩쓸려 간 1,200매 분량의 <마하신돈>도 멀지 않은 시간에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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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서 발간 인기 여전
‘수행서’ 발간 열풍은 올해 역시 불교 출판계의 중요 흐름으로 이어진다.
조계종출판사는 재가자를 위해 마련된 ‘간화선 체험프로그램’의 교재로 쓰일 <간화선 입문서>(가제)와 불교의 다양한 수행법을 쉽게 소개하는 ‘수행법 시리즈’ 중 <절 수행>(가제)을 1월 중으로 펴내 독자들을 수행의 길로 이끌 예정이다.
민족사는 ‘선종 제일의 책’이라 불리는 <벽암록>을 완역해 펴낸다. 석지현 스님이 번역을 맡았으며, 본문만 4권 분량이며, 350페이지 가량의 <벽암록 사전>도 따로 발간한다. <벽암록>은 선종 공안집의 하나로, 설두 중현 스님이 선사들의 화두 100개를 골라 송(頌)을 붙인 것(‘설두 송고’)에다, 원오 극근 스님이 수시와 착어, 평창을 달아 만든 책이다.
운주사는 인도의 대승불교의 고승인 용수보살이 저술한 <대지도론>을 10권으로 번역해 펴내는 대작을 준비 중이다. <대지도론>은 <대품반야경(大品般若經)>의 주석서로, 대승불교의 ‘백과전서’라고 불릴 정도로 폭넓은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밖에 출간을 기다리고 있는 스님들의 수행 체험기나 일반인들을 위한 수행 안내서도 상반기 중으로 잇달아 발간된다.
▷불교출판문화협회 활동 본격화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원택, 이하 불출협)는 올 한해 더욱 내실 있는 활동으로 ‘불서 읽는 문화’ 고취에 앞장선다는 계획이다.
초파일을 기해서는 조계사 인근에 장소를 마련해 ‘불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5월 중으로 열리는 서울북페어에도 참가해 불서 알리기에 나선다. 지난해 처음 실시한 ‘올해의 불서 10’ 선정 작업을 이어가는 한편, 불자 독서운동 활성화 방안으로 ‘경전 독후감 공모전’도 개최할 예정이다.
불출협 윤창화 부회장(민족사 대표)은 “교구본사를 중심으로 한 ‘사찰 도서관 건립 추진운동’ 등의 자세한 올해 사업 계획은 1월 중 이사회를 통해 확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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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불교계 뿐만 아니라 올한해 출판계의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를 사항은 ‘도서정가제’가 될 전망이다. 발행된 지 1년 이내인 책에만 정가 판매를 의무화하고, 인터넷 서점에는 예외적으로 할인판매를 허용하는 현행 도서정가제에 대해 ‘영구적인 완전정가제 도입’을 골자로 한 법 개정안이 3월 국회에 제출됐다.
이에 인터넷 서점과 시민단체들은 “완전정가제 시행으로 동네서점이 살아나지는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는 반면,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완전정가제가 도입되지 않으면 중소 서점이 무너지고 출판 유통시장이 붕괴된다”며 조속한 완전정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영구적 도서정가제에 대해 불교계 출판사들은 “완전정가제는 메이저 출판사나 대형 서점에만 유리한 정책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찰에서 불구점(佛具店)과 함께 운영하는 서점 코너 외에는 이렇다 할 ‘불교서점’이 없는 입장에서는 도서정가제가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도서비가 높아지고 출판사측에서는 마진율이 낮아질 위험이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