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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손길 102차 노숙인 거리야간상담 현장을 가다


2006년부터 작은손길 대표를 맡는 송호무씨가 노숙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고영배 기자
연일 옷 속을 파고드는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 남부지방은 계속되고 있는 폭설로 수천억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밤이나 낮이나 “따뜻하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을 정도다.

12월 15일 밤 9시 서울 을지로입구역의 지하 광장도 춥기는 마찬가지다. 성탄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쾌한 캐럴 음악과 젊은 연인들의 모습을 제외하면 을씨년스러움 그 자체다.

지하 광장에 노숙인들이 두꺼운 박스를 들고 하나 둘 모여든다. 박스를 바닥에 깔고 몸을 그 위에 얹기 위해서다. 깔개 없이 시멘트에 앉아 보았다. 뼈 속까지 시릴 정도로 한기가 느껴진다.

잠시 후 ‘작은손길’(대표 김광하)의 상근자와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10여명의 상담원들이 따뜻한 차와 커피를 들고 지하광장에 도착했다. 2003년 12월부터 매주 목요일 밤마다 진행하고 있는 ‘거리야간상담’을 하기 위해서다.

작은손길이 운영하는 노숙인 쉼터 ‘사명당의 집’ 전형준 간사가 모습을 드러내자 노숙인들이 동생을 만난 듯 반갑게 맞이한다. 가정불화로 얼마 전부터 노숙생활을 하고 있는 김순석(63 · 가명)씨는 전 간사에게 지난 일주일간의 얘기를 ‘숨도 쉬지 않고’ 털어 놓는다.

사실 노숙인 거리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바로 ‘얘기를 들어 주는 것’이다.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에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주위 노숙인들과도 이렇다 할 대화도 나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말 벗’이 생긴다는 것이 노숙인들에게는 큰 행복이다.

신용수(39 · 가명)씨와 박경식(38 · 가명)씨는 자원봉사자들을 보자마자 대뜸 “침낭 없냐?”고 묻는다. “오늘은 없다”는 설명을 듣고도 “2주 전에 어떤 사람이 여기서 침낭을 받았다고 해서 용산에서 일부러 왔다”며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작은손길은 12월 1일 거리야간상담 100회를 맞아 침낭과 속옷, 양말 등을 나눠줬었다.

침낭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노숙인들의 모습. 사진=고영배 기자
작은손길 김광하 대표는 “워낙 추운 날씨여서 노숙인들이 겨울 잠바와 바지, 침낭 등이 필요하다고 말을 하지만 재정적인 한계로 원하는 사람들에게 다 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이렇게 을지로입구역 지하광장에서 노숙인들과 1시간여 동안 대화를 나눈 작은손길 상담원들이 다시 짐을 챙긴다. 걸어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서울시청역 노숙인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서울시청역의 노숙인 집결지는 지상으로 통하는 출구가 가까워서인지 찬바람이 더 매섭다. 내년부터 작은손길 새 대표로 활동하는 송호무(51)씨가 누워있는 노숙인들에게 따뜻한 커피를 건네며 안부를 묻지만 피곤한 듯 반응이 없다.

그래도 송호무씨는 “낮에는 신설동에 있는 사명당의집에 와서 쉬다 가시라”며 약도를 건넸다.

그동안 작은손길은 거리상담을 진행하며 다양한 노숙인들을 만났다. 남대문에서 부부와 아이가 함께 노숙을 하고 있어 방을 얻어 줬지만, 3개월만에 연락이 끊겼다. 또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한 노숙인은 다시 일을 하기 시작해 지금은 가끔 거리상담에 동참하기도 한다. 이날 거리상담에 나온 자원봉사자들 중에도 노숙인 출신이 적지 않았다.

의정부에서 PC방을 운영하며 상담에 동참하고 있는 자원봉사자 노영자(30)씨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 노숙자들을 볼 때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며 “노숙인들이 결코 게으르거나 삶의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이날 거리상담은 밤 11시가 넘어서야 마무리됐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기기 시작할 시간, 작은손길 상담원들은 다시 보온병을 챙겨 사무실로 향한다. 다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으로 따뜻해진 보온병의 물이 노숙인들에게 전달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불교계 노숙인 자활 위한 프로그램 개발 절실

현재 정부가 추산하는 국내 노숙인 숫자는 4000여명 안팎이다. 전국의 대도시를 중심으로 조사할 결과라고 한다. 그러나 노숙인 지원활동을 벌이고 있는 전문가들은 쪽방이나 여인숙, 찜질방 등을 전전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일제 조사를 한다면 노숙인의 수는 대략 10만명을 상회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정부의 노숙인 정책이 아직도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작은손길 상담원들이 따뜻한 커피를 나눠주고 있다. 사진=고영배 기자
불교계의 노숙인 지원활동도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불교계가 운영하고 있는 노숙인 복지 시설은 서울과 부산, 구미의 ‘보현의 집’ 5곳과 작은손길 ‘사명당의 집’, 우리는선우 ‘화엄동산’ 등 11개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시설들 대부분이 쉼터 기능이외에 특별한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하는데 스님이나 사찰, 불자들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아 ‘현상 유지’에 급급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불교계가 불교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한 노숙인복지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아직 많이 있다고 지적한다. 또 사찰에서 월 1회 이상 노숙인을 주제로 한 법회를 진행하고 노숙인 관련 수행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노숙인들에게 사찰을 개방해 쉼터를 제공한다면 노숙인들의 재활과 포교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사찰 소유 농지를 이용한 1사찰 1노숙인 귀농지원활동을 전개하는 것도 노숙인들의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작은손길 이주원 사무국장은 “불교계의 장점을 살린 노숙인 천도재를 정기적으로 봉행하고 상담 프로그램 등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면 노숙인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철주 기자 | ycj@buddhapia.com
2005-12-19 오후 2:00:00
 
한마디
속담에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있듯이 보다 가까이서 베프는 사랑이 참 사랑이라 생각됩니다.
(2005-12-26 오후 3:3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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