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2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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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서 만든 색다른 차 어떤게 있나?
□ 산사에서 찾은 색다른 ‘茶’
<산사에서 만든 차> 펴낸 이정애씨에게 듣는 사찰 차



우리나라 차문화의 맥을 잇는데 큰 역할을 담당한 사찰. 그러나 오늘날 사찰에서 만드는 차는 스님들이나 일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만 알려지고 있다. 생산량 자체가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대량생산되는 차와 달리 수행의 방편으로 여겨져 일반인들의 관심과 눈길에서는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사진작가 이정애씨는 최근 일반인들이 쉽게 볼 수 없는 스님들의 차 만들기 비법을 사진과 글로 담아 <산사에서 만든 차>를 펴냈다. 지난 3년간 전국 곳곳의 사찰을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한 결과물이다.

20여 년 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그에게 변화한 고국의 모습은 ‘문화적 쇼크’를 안겨주었지만 사찰만은 예전 그대로였다. 사찰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던 그는 사찰 곳곳에 숨겨진 우리 문화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002년 출간한 사찰 음식 소개 영문책자 <한국의 사찰음식(Korea Temple & Food)> 역시 ‘우리 것’을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자는 뜻에서 펴낸 것이다.

“사찰 음식을 취재하다 보니 자연스레 스님들이 매일 마시는 ‘차’에 눈길이 가게 됐어요. 스님들이 한 잔의 차를 만들기 위해 새벽부터 찻잎을 따고 뜨거운 불에 덖고 정성스레 갈무리하는 모습이 바로 수행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사찰의 차를 찾아 나서게 됐습니다.”

하지만 생전 처음 보는 사람에게 자신의 살림살이를 내보여주기란 쉽지 않을 일. 처음엔 ‘취재’란 말은 꺼내지 못하고 그저 차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오기는 걸로 만족했고, 꽃차를 만들 꽃이 피었단 얘기에 단숨에 달려갔지만 전날 내린 비로 꽃이 다 떨어져 1년을 꼬박 기다려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방문한 사찰도 50여 곳이 훌쩍 넘었다. 이번에 펴낸 <산사에서 만든 차>에는 녹차와 발효차를 비롯해 연꽃차ㆍ국화차 같은 꽃차, 감잎차ㆍ구기자차 같은 대용차 등 사찰에서 만들어 마시는 50여 가지의 차가 담겨 있다.

“이 책은 귀찮게 구는 저를 마다 않고 소중한 비법과 자료를 공개해주신 많은 스님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독자들이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는 시간에 들춰보며 산사의 정취와 차향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의 불교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책을 펴내고 싶다는 이씨는 내년 부처님 오신날 즈음에 <산사에서 만든 차>의 영문판도 발간할 예정이다.
이씨가 발품을 팔며 찾아낸 사찰의 다양한 차를 만나본다.

■ 효천 스님(함평 끽다치선원)의 ‘나비황차’

ㆍ갓 딴 찻잎을 소쿠리나 돗자리에 널어 숨을 죽인다. 햇볕이 좋을 때는 햇볕에, 날씨가 안 좋을 때는 따뜻한 그늘에서 수 시간 동안 서서히 잘 저어주어 찻잎이 부드러워질 때까지 둔다.

ㆍ향이 나기 시작하면 부드러워진 찻잎을 보자기에 싸서 잘 비벼준다. 자연온도에 내 두었다 다시 비벼준다. 5번 반복해 차가운 자연발효를 시킨다.

ㆍ대나무 소쿠리에 보자기를 깔고 그 위에 찻잎을 담고 뚜껑을 덮은 후 2~3시간 자연발효 시킨다. 50% 이상 발효된 찻잎이 향이 좋고 단맛이 난다.

ㆍ뜨거운 방에 널어 말리거나 300℃로 달군 솥에 덖어 발효를 정지시킨다. 마른 찻잎을 보자기에 싸서 발효 작업에 들어간다. 30분~1시간 정도 약한 불에서 덖어 완전히 건조시킨다.

■ 불갑사의 ‘돈차’

ㆍ단오 전후로 부드러운 찻잎을 채취해 잡티와 큰 잎을 골라낸 후 절구에 찧는다. 어느 정도 곱게 찧어지면 5가지 약재 분말(곽향, 정향, 계피, 감초, 건강)을 넣고 잘 저어주면서 만져 봤을 때 부드러울 정도까지 찧는다.

ㆍ빈 그릇에 곱게 찧은 차를 담고 비닐봉지에 한 주먹씩 넣고 만져준다.
ㆍ다식판에 비닐을 깔고 차를 조금 떼어 다식판 속에 눌러 채운 후 젓가락으로 구멍을 뚫어주고 비닐을 들어내 대나무 채반에 담아 놓는다.

ㆍ뜨거운 방에 한지를 깔고 돈차를 널어놓고 한지 한 장을 덮어 말리다가 한번 뒤집어 준다. 마르면서 발효가 된다.
ㆍ마실 때 젓가락으로 차를 집어 불에 살짝 구은 후 다관에 넣고 우려 마신다.

■ 혜성 스님(강화 백련사)의 ‘인삼녹차’

ㆍ750g 수삼(6년근)에 물 6배를 붓고 중불에 끓인다. 끓으면 은은한 불에 졸이다 물이 1500㏄ 정도 되면 다시 6배의 물을 붓고 끓여 졸인다. 엑기스가 100㏄가 될 때까지 졸여 식힌다.
ㆍ녹차는 찻잎을 2~3번 덖고 비비는 일반 덖음차 제다법으로 만든다.

ㆍ방에 불을 때고 차를 3일 정도 말린다. 인삼녹차는 숙성을 안 시켜도 되나 차가 숙성된 후 만들면 더욱 좋다.
ㆍ1㎏의 녹차에 200㏄ 수삼 엑기스를 골고루 뿌린 다음 연한 불에 쬔다.

ㆍ방에 불을 때고 놔둔다. 항아리에 넣어 두고 10일에 한번 씩 신문지로 싼 석회석을 바꿔주어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다.

■ 승범 스님(사천 다솔사)의 ‘죽향차’

ㆍ찻잎을 100℃의 솥에 넣어 뒤집어 주어 숨만 죽인다. 꺼내어 진이 찐득찐득할 때까지 비빈다.
ㆍ다시 솥에 넣고 약한 불(70~80℃)에서 덖은 후 꺼내 비빈다. 이렇게 8번을 반복한다. 항아리나 옹기에 넣고 일주일간 숙성시킨다.

ㆍ숙성시킨 찻잎은 대나무통 한 마디에 대나무 잎과 줄기를 함께 넣고 황토를 발라 봉한 후 철판 위에서 굽는다.
ㆍ대통의 차를 꺼내 뜨거운 방에 한지를 깔아 널어놓고 냄새가 빠지지 않도록 한지를 덮어 완전히 말린다.
ㆍ다시 약한 불에서 2~3시간 천천히 덖은 후 식혀 공기가 통하지 않도록 포장해 보관한다.

■ 굉천 스님(금선암)의 ‘청발효차’

ㆍ찻잎을 따 잘 달궈진 무쇠 솥(60℃ 정도)에서 가볍게 덖는다.
ㆍ덖은 찻잎을 꺼내 비빈 후 털어 황토방에 한지를 깔고 널어 건조시킨다.
ㆍ건조한 찻잎을 가향(맛내기) 처리한다. 은은한 불에서 2시간정도 열처리 한다.
ㆍ약 40~50% 정도 발효시킨 차는 끓는 물에 바로 우려마실 수 있고 약 80℃ 정도 식힌 물에 우려 마실 수 있다.
여수령 기자 | snoopy@buddhapia.com
2005-12-15 오후 2: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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