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 쌍이 결혼하고, 하루 한 쌍이 이혼하는 현실. 각 종교는 이런 세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또 사회 지도층 원로들은 이에 대해 어떤 해답을 가지고 있을까.
12월 14일 오전 서울 정동 세실극장 세미나실에서 불교 개신교 가톨릭 원불교 천도교 대종교 천리교 등 7대 종교 지도자들과 법조계, 학계, 사회단체 지도자 50여 명이 모여 ‘이혼’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주최는 서울고등법원조정위원협의회(회장 연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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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교별 입장을 먼저 정리해보면 불교의 경우 결혼을 개인의 선택과 판단 문제로 보고 있는 반면, 개신교와 가톨릭은 창조주나 하나님이 정해주는 절대적 인연으로 보고 있다. 또 천도교는 하늘과 땅의 조화로, 천리교는 순리적 삶의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이혼에 대해서도 불교의 경우는 연기와 중도사상에 입각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개신교는 이혼을 창조주의 뜻에 이탈한 행위로 간주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적극적인 계몽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가톨릭은 이혼에 대한 개념은 개신교와 비슷하면서도 불교의 연기론과 비슷한 부부의 이타적 행위를 해결방법으로 제시했다.
먼저 불교계 대표로 발표에 나선 법명 스님(대한불교사상연구회 공동대표)은 “가족이 붕괴되는 원인은 갈등에 있고 갈등은 신의가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와 중도에서 가족 공동체의 의미를 찾을 때 이혼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노영환 목사(한국기독교개혁교단회장)는 “창조주가 아담의 아내를 만들어 준 것이 결혼의 시작이며, 이혼은 창조주의 뜻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자, 성경을 이탈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노 목사는 또 “개신교에서는 5월 셋째 주를 ‘부부의 주’로, 5월20일을 ‘부부의 날’로 정해 가정문제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면서 “종교계가 새 가정 운동을 펼쳐 이혼문제에 적극 대처하자”고 제안했다.
가톨릭의 안정수 교수(경희대교육대학원장) 역시 “부부는 하나님이 정해주는 것이며, 인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고귀한 인연이기 때문에 이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안 교수는 또 “얼마 전 바티칸에서 부부를 선익의 관계이자 평생 운명공동체로 규정한 바 있다”고 소개하고 “부부의 선익 관계는 이타적 행위를 말하는 것이며, 부부간의 이타적 행위는 가정은 물론이고 나아가 사회와 국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원불교는 선연(좋은 인연)과 선업(좋은 업)을 강조했으며, 대종교는 교리에 따라 ‘순리적인 삶’을, 천도교는 ‘사람은 하늘’, ‘부부는 天地’라는 교리에 입각해 천지의 조화를, 천리교는 인간을 생명과 평화의 창조물로 각각 설명하며 결혼과 이혼에 대한 종교적 입장을 설명했다.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은 이혼 문제를 법률적 측면보다는 인간본성에 대한 접근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종교계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최공웅 前초대특허고등법원장은 “가정문제는 조정의 문제이며, 상담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이런 문제를 푸는 데는 종교가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오형근 前동국대 교수는 “가정은 수행도량이며, 바른 말을 사용하고 질서를 지키는 것이 바로 수행이라고 생각하면 이혼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극범 前한국교원대 총장은 “이상과 현실, 전통과 현재의 조화를 통해 정신세계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원로들이 바른 소리를 해야 하며, 배워가면서 종아리를 때리자”고 역설했다.
이날 세미나는 서울고법조정위원회가 주최했다는 점도 이채로웠지만, 참석 인사들 모두가 예외없이 원로급 사회지도층 인사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날 세미나에는 태고종 총무원장 운산 스님, 조계종 중앙종회 수석부의장 장주 스님, 대한불교사상연구회 공동대표 법명 스님과 오형근 前 동국대 교수, 김용표 한국교수불자연합회 회장 등 불교계 인사들과 이수성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정호영 서울고등법원장, 연정열 한국명예교수회장, 신극범 한국교원대 총장, 최공웅 초대특허고등법원장을 포함해 원로교수와 법조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또 각 종교계에서는 개신교 노영환 한국기독교개혁교단회장, 가톨릭 안정수 前 한국국민윤리학회장, 원불교 조원오 화곡교구장, 대종교 이재룡 대전교(불교의 종정에 해당) 비서실장, 천도교 오윤지 여성중앙회 회장과 박남수 중앙교의의장, 조수현 대한천리교 원로교통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