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불교출판계는 지난해 겪었던 최악의 출판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으로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우리나라가 주빈국이 되어 치른 2005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은 국내 일반ㆍ교계 출판 활성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행 열풍은 종단 차원에서 펴낸 <간화선>(조계종출판사)과 <수행법 연구>(조계종교육원) 등 굵직한 선(禪) 수행서 발간의 기폭제가 됐다. 또한 불교출판문화협회(회장 원택, 이하 불출협)는 ‘전국 불서 전시회’와 ‘올해의 불서 10’ 선정작업을 펼치는 등 불교출판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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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23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이 도서전에서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목판인쇄물인 <팔만대장경> 등이 전시돼 우리나라 인쇄문화의 우수성을 알렸고, <지눌의 선사상> <선가귀감> <삼국유사> 등의 불서들도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선보였다.
특히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에서는 <직지심체요절>을 영어로 옮긴 <직지>를 전시해 최고 금속활자본에 담긴 불교사상을 세계출판시장에 전하기도 했다.
선 수행 열풍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출판계 ‘태풍의 핵’이었다. 조계종단 차원에서 발간한 선 수행 안내서 <간화선>은 판매부수 1만여 권을 훌쩍 넘겼고, 염불 간경 등 다양한 수행법을 소개한 <수행법 연구>를 비롯해 선원장 스님들의 법문집 <설선(說禪) 문 없는 문을 열다>(여시아문), 장휘옥ㆍ김사업 교수의 수행체험기 <길을 걷는 자, 너는 누구냐>(더북컴퍼니), <간화선의 이론과 실제>(동국대출판부) 등의 수행서도 잇달아 출간돼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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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출판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설립된 불출협은 올 한해 바쁜 행보를 보였다. 부처님 오신날을 기해 전국 62개 서점에서 ‘전국 불서 전시회’를 개최했고, 한해 동안 출간된 불교서적 중 양서를 가려 뽑는 ‘올해의 불서 10’을 선정ㆍ시상하는 등 불서 알리기에 앞장섰다. ‘올해의 불서 10’에 출품된 불서들로 짚어본 출판 흐름 역시 수행서와 불교문화 관련서 등 ‘현대인들에게 불교를 쉽게 알릴 수 있는 책’이 주를 이루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서출판 민족사가 개최한 불교계 최초의 ‘출판원고 공모전’도 올해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참신한 원고와 대중적인 필자를 개발하기 위해 실시한 이번 공모전은 두 달여라는 길지 않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30여 편의 원고가 접수돼 공모를 통한 출판원고 발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출품작 대부분이 주변적인 이야기에 그쳐 대상을 배출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또한 <미소는, 어디로 가시려는가>를 펴낸 장석남 시인과 미당문학상을 수상한 문태준 시인 등 불교적 세계관을 담은 시집은 여럿 선보인 반면 불교적 소재를 다룬 소설은 남지심씨의 <청화 큰스님> 정도만 눈에 띄는 점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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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비 스님(범어사 승가대학장)이 펴낸 <한글세대를 위한 경전> 시리즈 등 15권의 책과 불교계 최초의 호스피스 시설인 정토마을을 이끄는 능행 스님의 에세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이별이지는 않게>는 올 한해 불교출판계의 큰 수확으로 손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