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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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전통사찰 보존, 포괄적 점검과 준비 필요
불사 심의·관련법 개정·환경평가 뒤따라야



이병인 밀양대 교수.
그간 불교계와 정부관련 기관이 협의해 오던 전통사찰보존법 개정이 11월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현대불교 554호 2면 기사 참조). 전통사찰의 유형적 관리뿐 아니라 역사적·문화적 가치의 보존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다.

전통사찰보존법의 개정은 역사문화보존구역 지정과 보존위원회 설치·지정취소제 도입 등을 골자로 했으며 이에따라 새로운 사찰환경(寺刹環境)의 적절한 관리를 위한 법적인 정비가 시작되고 있다.

오랜만에 종단차원에서 그동안의 경험과 현황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전반적인 정비가 제대로 준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고,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그러나, 아직도 이 시대의 정토(淨土)인 청정한 도량을 유지하고 관리해 가기 위해서 몇 가지 보완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첫째가 우선은 내부적 불사(佛事)에 대한 자율적인 점검과 정비문제이다. 외부적 불사와 통제에만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진정한 관리자로서 책임있는 역할과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종단에서도 ‘불사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찰내의 내부적 불사에 대해서도 심의한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사실 그동안 일어나는 사찰의 무분별한 관리로 인한 문제는 전적으로 불교계 내부의 사부대중의 책임이다.

그런 면에서 사찰내부의 이기주의로서만이 아니라, 이 시대의 불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공익과 공유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진행시켜나가야 한다. 그러기에 불사심의위원회가 단순히 불사를 추인하고, 형식적인 통과절차로서의 기능을 담당해서는 안된다고 본다.

엄정하게 운영되어 과거의 유산자원을 온전하게 지켜가고, 이 시대의 진정한 유산자원을 남기도록 함으로서 이 시대 불사의 바람직한 전형과 모범을 보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불교계·국가기관 호흡 맞추기도 중요

둘째는 최근 개정된 전통사찰보존법에 규정된 내용을 충실하게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발생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역사문화보존구역의 지정과 전통사찰보존위원회를 설치하였으나, 실질적인 법시행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전사법뿐만이 아니라, 유관된 관련법규정에 대한 개정작업에 들어가야 한다.

그 구체적인 내용중의 하나가 역사문화보존구역의 지정에 대한 것이다. 시도지사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하였으나, 그 구체적인 지정내역과 범위가 불명확하다. 지금과 같이 개발위주의 관행을 추진하고 있는 시도지사들이 과연 얼마만큼의 관심을 가지고 보존구역을 지정하겠느냐?가 관건이 될 수가 있다. 그리하여 기본적으로 전통사찰로 지정된 모든 사찰에 대하여 보존구역의 지정 및 검토를 시행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는 방안 등에 관한 내용을 시행령 등에 구체적으로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함께 전통사찰에 대한 실질적인 역할과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전통사찰보존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이다. 현실적으로 전통사찰의 관리를 위한 최종기구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개정법에는 전체적인 윤곽과 역할을 기술하였을 뿐이기에, 실질적인 집행을 위한 구체적인 내용을 삽입할 필요성이 있다. 외형만 갖춰놓고 실질적인 운용의 미비 등으로 사찰환경이 피해를 입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셋째는 환경정책기본법에 제정된 환경성 검토사항과 사전협의문제이다. 가능한 환경성검토의 초기단계이전에 전통사찰 또는 문화재 보호구역 등 불교관련보존지역이 포함되어 있을 경우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수행하고, 더불어 개발시 보호지역에 대한 사전협의를 명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영향평가법규정에서도 역사문화환경에 대한 실질적인 평가를 위해 구체적인 지침 등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많은 개발사업들이 계획단계에서 사전협의나 고려가 없었으며, 사후에 협의하려는 관행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역사문화환경분야 뿐만이 아니라, 많은 경우 아직 불교계 내부의 전문성이 충분히 확보돼 있지 못한 실정이므로 불교계 내부의 전문인력을 적절히 배치하고, 양성하여 조직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이 점은 우선적으로는 각 사회 각 전문분야에 대한 기존의 전문가그룹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스님들을 중심으로 전문인력을 키워가고, 종무원 등 재가자들에 대한 전문성도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

지금의 시점에서 분명 전통사찰보존법의 개정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큰 진보이다. 그것은 또한 이 시대의 유산자원을 온전하게 보전시켜가는 활동이므로 이제 불교계내부뿐만이 아니라, 중요한 국가적이자, 국민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명분과 당위성을 갖는 일이므로 대내외적으로 적극홍보하고 장려하여 우리의 청정도량이 삼세(三世)의 진정한 유산(遺産)으로 유지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이병인(밀양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 |
2005-12-05 오후 3: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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