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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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도 체험담
현대불교신문 연재 - 불자 신행수기


어느 날 갑자기 몸이 갑자기 열기 나고 아파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걸음도 걸을 수 없고 발바닥에 밟히는 모래도 전신을 자극할 정도로 신경이 곤두서고 있었다. 백방으로 노력해도 차도는 없었다. 그러다 우연히 ‘구인사에 가서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소문을 들었다. 짐을 챙겨 물고 물어 구인사에 도착해 기도를 접수했다.

처음 기도 온 사람이 한 달 기도를 접수했다며 담당 스님이 용납하려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런 것에 아랑곳 할 겨를이 없었다.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목청 터져라 불러댔다. 높은 산 높은 허공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내 소리가 너무 커서 기도를 못하겠다고 나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림=최주현
그렇게 일주일가량 전심전력으로 병을 던져 버리기 위해 씨름을 했더니, 기진맥진하여 쓰러져 버렸다. 몇 시간이 흘렀을까? 일어나니 몸과 옷이 물에 빠진 듯 젖어 있고 이불이 산을 이루고 있었다. 옆에서 기도하던 보살님들이 걱정하며 생강을 진하게 타서 먹이고 이불을 겹겹이 덮어 줬다고 했다. 그 후로 엉덩이 부분에 엄지손가락 마디만한 큰 부스럼이 많이 돋아 나오더니 몸이 조금 개운해졌다.

그 후 기도 도중 환상을 봤다. 무덤 속 나무의자에 해골이 앉아 있다가 사다리를 타고 구멍을 헤집고 밖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환청도 들렸다. 돌아가신 조사 스님이 지팡이로 땅을 세 번 찍었다. 쾅쾅쾅. 그런 경험을 하고난 후 아침 먹기 전에 적멸보궁에 기다시피 다녀오고 머리도 스스로 빗을 수 있었다.

기도로 건강을 회복했으니 그만큼 공덕을 짓고 싶은데 내겐 돈이 없었다. 병고로 병원에 쫓아다니느라 돈을 벌지 못한지가 오래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택한 것인 삼성각 복도 청소였다. 한 달 기도를 회향할 때 까지 청소를 하고나니 마음이 뿌듯했다. 그리고 조사전 건립하는데 마루 시주 80만원을 외상으로 했다. 노스님께 ‘지금은 돈이 없으니 외상으로 받아달라’고 간청했더니 “어떻게 갚을려고”하면서 웃으셨다. 회향하고 집으로 돌아와 내내 시주 외상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어떻게 갚을까? 돈을 벌 방법도 없고, 떼먹을 수도 없고…. 걱정으로 아픔도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러다 우연히 신문을 봤다. 아동도서 가정 방문 판매직 모집 광고였다. 사무실은 바로 우리 옆집에 있었다. 승산이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쫓아가서 하겠다고 했다.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내가 판매에 나선 것이다.

그렇게 해, 드디어 외상 시주를 갚은 것은 물론 판매왕에 올라 황금열쇠도 받고 월급도 제일 많이 받고 진급도 했다. 한 삼년 동안 해서 밑천을 마련했다. 밑천이 마련되면 그것으로 준비를 해서 출가를 해야지 하는 계산이었다.

그 사이 한 달 기도를 두 번 정도 들어갔다. 두 번째 한 달 기도를 하던 중이었다. 관세음보살님을 한 번 부르는데 천년이 흐르는 듯 몸이 비틀거렸고 5분 동안에도 시계를 몇 번이나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마음이 터질 것 같았다. 쏟아버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은데…. 주위에서 알까봐 쏟을 수가 없었다. 그런 찰라 마음이 말했다. “이런 말들은 할 수가 없어. 주위에서 모르는 말로 대신하자.” 그리곤 이상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처음에는 글자 한 자 한 자가 나오다 두자 석자 자꾸만 늘어가더니 나중엔 경을 읽는 듯 했다.

환상도 보였다. 두루마리에 펼쳐지는 끝없는 글을 입으로 외고 눈으로 글을 더듬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몰랐고 고통도 잊었다. 기도시간이 끝나가는 줄도 모르고 그러고 있었다. 그때 기도 끝내는 목탁소리가 들렸다. 눈을 뜨니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몸이 상쾌했다. 큰스님이 “나오는 대로 해라 정신만 빼앗기지 말고”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는 시간을 잃어버리고 깊이 빠져서 했다. 해야만 했다. 걸으면서도 앉아서도 밥 먹을 때도 잘 때도 대화할 때도 무슨 말인지도 모르는 이상한 말이 입에 붙어서 떼어 버려 지지가 않았다. 아동 도서를 팔면서도 나 자신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수없이 내뱉어지는 소리. 이것이 무엇일까?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러다 미쳐버리는 것은 아닐까? 끝은 어디일까? 이대로 계속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속에서 갈증과 불안이 뒤엉켜왔다. 스님을 붙잡고 “이런 행동을 계속 해도 됩니까?”라고 여쭈었지만 “그대로 하라”는 말씀 밖에 들을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물어봐야 속 시원한 대답도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백척간두가 그곳이었다. 한동안 억지로 누르기도 하고 간간히 하기도 하면서 일이년이 흘러갔다.

또 다시 한 달 기도를 들어갔다. 그때는 느긋하게 기도를 하고 있는데 마음이 말했다. “스님이 된다는 것은 좀 그래.” 그러자 환청이 보였다. 가사장삼을 입은 내가 계단을 내려와 아귀벽화도 앞에 섰는데. 거기서 목이 댕강 떨어져 버렸다. 어느새 다리 건너 리어카에 실리고 강물에 버려지고 강물에 시체와 리어카가 둥둥 떠내려가고 있었다. 이때 나는 모든 걸 잃었다. 이상한 말도, 관세음보살님도.

입에 아무 것도 붙지 않았다. 언덕에서 툭 떨어진 것 같은 느낌. 둥그런 해가 바다에서 쑥 솟은 느낌. 그런 느낌이랄까? 눈만 둥그렇고 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마냥 우두커니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기도 끝내는 목탁소리 음악소리가 들렸다.

그 후론 마음이 잔잔할 뿐 아무런 일이 없었다. 이상한 말을 해 보려 시도해 보면 나오긴 해도 힘도 없고 시들했다. 모든 게 잠잠하고 담담하고 적적했다. 답답한 것도 아니고 편안하지도 나태하지도 긴장되지도 않았다. 좋지도 싫지도 않았다. 그 후로 몸은 많이 좋아져서 출가를 결심하고 보리정사라는 곳에 갔다. 그러나 온전한 몸이 아니어서 출가를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로 옮겨 다니다 결국은 지금의 토굴에 혼자 관음상을 모시고 기도하며 살고 있다.

기도 중에 나타난 이상한 말, 환청, 환상 등등은 모두 마음표현의 한 상태였다는 것을 지금은 안다. 그때 나는 관음정근을 하다가 ‘이것이 무엇일꼬?’ ‘이뭣고’ 화두를 받아 이 화두를 깨치려 한 것은 아닌가 하고 어설픈 결론을 내려 본다. 이제는 마음작용을 알았고 마음이 요상하게 변하는 것, 마음의 힘을 체험했다는 것을 안다. 이제 나는 홀로 기도하며 살아가고 있고 만족하고 노력하며 살고 있다. 부처님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끝)
문남북(경남 창원시 북면) |
2005-12-08 오후 5: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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