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성인과 동일한 생명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낙태에 대해서는 반대, 안락사는 불살생계의 어기는 것이므로 반대, 배아복제에 대해서는 입장 표명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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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의 보고서가 12월 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실에서 공개심포지엄 형식을 빌어 발표됐다.
이번 심포지엄은 생명조작·낙태·뇌사·장기이식·안락사·사형제도 등 생명윤리 측면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한 불교적인 답을 모색하기 위해 조계종 사회부와 인드라망생명공동체가 구성한 ‘불교생명윤리 정립을 위한 연구위원회’가 1년여에 걸쳐 연구한 결과를 대중에 처음 알리는 자리였다.
심포지엄은 생명조작 분야, 낙태분야, 뇌사·장기이식·안락사분야, 사형제도분야 등 4개 분야로 나뉘어 진행됐다.
배아복제에 대한 입장 “유보”
이 가운데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은 생명조작분야. 생명조작분야에서 배아복제 문제가 다뤄졌다. 초점은 배아의 지위에 맞춰졌다. 발표는 생명조작분야 팀(미산 스님, 허남결 동국대 교수, 우희종 서울대 교수)을 대표해 미산 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이 맡았다.
배아가 생명체인가 하는 점에 대해 미산 스님은 “어느 시기부터 배아를 인간개체로 볼 것인가 하는 논의는 인간이라고 규정할 만한 어떤 실체가 있다는 관점에 서 있는 것으로, 5온을 자아로 취착하는 전도된 가치관을 토대로 한 것”이라며 이 같은 논의가 불교적인 관점에서 주된 관심사가 될 수 없음을 상기시키면서도 “5온의 생성 시점을 논한다면 <유가사지론>을 따라 수정부터 인간개체라 볼 수도 있고, 초기경전을 따라 감수성(情)과 의지성(行), 행위성(業)을 갖추게 되는 착상 이후부터를 인간생명체로 볼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배아를 생명이라 할 때 더 큰 자비의 대상을 위해 희생돼도 좋은가 하는 점에 대해 미산 스님은 “배아가 생명이라면 불살생계의 입장에서 존중돼야하겠지만, 다른 생명체를 희생시켜 생명을 영위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설득력 없는 이율배반적 태도가 될 수 있다”며 “인간만이 존엄하다는 태도가 지양돼야 한다”고 말했다.
결론부에서 미산 스님은 “선악시비에 미혹되지 않으려면 다양한 원인과 조건의 처음과 중간과 끝의 전체적인 흐름을 연기적으로 파악해 판단해야 한다”며 “다양한 원인들이 다 파악되기 전에 성급하게 배아가 생명체다 아니다 판단할 경우 끝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은 짓이 될 수 있다”는 말로 입장 표명 유보를 시사했다.
아울러 미산 스님은 “이번 논의를 시작으로 종단에 상설연구기관을 설립해 생명윤리 전반에 고나한 연구를 본격화해야한다”며 불교생명윤리연구소의 설립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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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반대”, 안락사 “반대”
낙태에 대해서는 팀원(고영섭 동국대 교수, 조은수 서울대 교수, 유호종 연세대 교수)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팀을 대표해 발표를 맡은 고영섭 교수는 “태아는 생명체며 성인과 동일한 의미의 생명성을 지니고 있다”며 “임신중절을 금지해야한다는 것이 불교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불교의 생명존중정신을 계승하면서 임신중절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 교수는 △탁아 및 장애아 시설 확충 △낙태된 영가 천도 △부모에 참회 기회 부여 등을 제안했다.
뇌사·장기이식·안락사 분야 팀(곽만연 동아대 교수, 전재성 한국빠알리성전협회장, 황상익 서울대 교수)은 뇌사에 대해 “의식이 신체를 대상으로 집수하지 못하는, 즉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상태”로 규정하며 죽음의 상태로 규정했다. 또 장기이식에 대해서는 “대승불교적 보시와 방생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자비정신의 실천”으로 평가했다.
안락사에 대해서는 자발적인 안락사이건 비자발적인 안락사이건 추방이라는 중벌로 다스려졌던 율장을 근거로 “반대”로 입장을 정리하는 한편, 안락사의 대안으로 “자신의 현재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며,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부분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 호스피스운동”을 제시했다.
사형제도분야 팀(김재성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 백도수 동국대 강사, 진희권 경기대 법대 교수)은 “생명을 존중하고 인간으로 태어나는 인연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불교의 관점에서 볼 때 사형제도는 증오를 증오로 해결하려는 잘못된 사회적 제도”라며 “악행을 반성하고 선행을 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불교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