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등사 사리구는 1980년에 내가 훔쳐 중간 판매상들에게 넘긴 것이다.”
가평 현등사(주지 초격)가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현등사 사리구 반환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현등사 사리구를 본인이 훔쳐서 판매한 것이라는 사람이 나타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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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공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서모(46)씨는 11월 2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80년에 나와 3명의 공범들이 현등사에 가서 3층 석탑에 있던 각종 문화재들을 훔쳤다”며 “그중 현등사 사리구가 있었고 사리구를 비롯한 문화재들을 중간 판매상 정모씨에게 넘겼다”고 주장했다.
“현등사 3층 석탑 주위를 삼각 크레인으로 고정시켜 놓은 뒤 유압기로 탑을 들어 올려 그 안에 있던 문화재들을 꺼냈다”고 설명한 서씨는 “사리구는 은제로 돼 있었으며 사리구 표면에 현등사라는 글자가 음각돼 있었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서씨는 또 “최근 언론보도를 보고 현등사 사리구가 삼성문화재단측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필요하다면 법정에 증인으로 나가 당시 상황을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봉선사 총무과장 혜문 스님은 “서씨의 당시 정황에 대한 설명이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것으로 보아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서씨의 주장대로라면 삼성측이 장물을 구입해 보관하고 있는 것인 만큼 사리구는 현등사로 다시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님은 또 “서씨를 증인으로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강신태 문화재청 문화재사범 단속반장은 “서씨의 발언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앞서 현등사는 지난 8월 22일 삼성문화재단을 상대로 “사리 2과와 사리를 보관한 은제 원통형 사리함, 사리를 담는 수정 사리호 등 3종의 불교유물은 사찰 내 3층 석탑에서 나온 것인 만큼 사찰에 반환해야 한다”며 서울서부지법에 민사조정신청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삼성문화재단이 반환을 거부해 민사조정이 결렬되면서 조만간 진행되는 소송을 통해 반환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