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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의 대표적 율사인 자운 스님(1911~1992)의 계맥을 이은 지관 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은 ‘계법전승역사의 정립’이라는 원력을 담아 <한국불교계율전통>을 최근 펴냈다. 이 책에서 지관 스님은 불교가 성했던 삼국시대와 고려시대는 물론, 불교가 탄압받던 조선시대조차도 계법전통이 상속돼왔음을 확인하고, 한국불교 특유의 계율전통을 밝혀냈다.
6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이 책은 초기 계맥과 남산율종의 계맥을 다룬 부분과 수계전통의 역사를 조명한 부분, 그리고 한국불교의 계법전승을 고찰한 부분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백미는 단연 한국불교의 계법전승을 밝힌 대목이다.
지관 스님은 범어사와 만하(萬下)ㆍ대은파(大隱派)ㆍ백파파(白坡派) 등 한국계율의 대종을 이루는 주요 전승을 분석하는 한편, 200여 쪽에 걸쳐 수계기록이 남아있는 400여 스님의 행장을 조사해 계법을 주고받은 전승관계를 파악하고 계법수수전승도와 수수계법계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이에 따르면 2ㆍ3대에 걸친 관계가 대부분을 이루는 가운데, 길게는 5ㆍ6대에 걸친 관계까지 확인됐다. 특이한 점은 불법이 성했던 고려시대보다도 핍박받던 조선시대에 계법 전승이 많이 발견된다는 것. 남아있는 기록에 의존했다는 한계를 인정하더라도 고려시대 3대에 걸친 계법전승관계가 1건 발견된데 반해, 조선시대에는 3대 10건을 비롯해 최장 6대의 전승관계가 파악돼 승가의 계법 수호의지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드높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에 삽입된 통도사 금강계단, 송광사 금강계단 해인사 감로계단·천화계단 등 전국각지계단에서 사용된 호계첩문 사진 16점도 과거 승단이 계법수호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음을 실감케 한다.
이 같은 계법의 전승은 계법의 종주국으로 인식되는 스리랑카 등 남방불교국가와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어 보인다. 스리랑카의 경우 인종차별전쟁으로 교단이 황폐화돼 150여 년 전 미얀마로부터 계법을 이어왔고, 미얀마 또한 수계의식을 제대로 갖춰왔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계법이 단절되는 폐불(閉佛)의 역사가 없었던 한국불교교단의 계법 전승이 더욱 우월하다는 것이 지관 스님의 주장이다.
지관 스님은 한국의 계법전승을 “구족계법을 근간으로 해 대승계법을 포섭하여 회통한 다중적이고 자주적인 계승”이라고 규정하며 “여러겹으로 이어진 한국불교계법의 자주적 전승을 기틀삼아 사부대중의 특별한 발심과 정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