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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 서정초등학교 교사 서미숙씨가 11월 25일 본사로 걸어왔다. 담담한 목소리로 본사에 헌혈증 54매를 기증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서씨는 본지에 연락하게 된 사연을 전했다.
"큰 언니가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유방암으로 9년 간이나 고생하면서…. 그 언니를 위해 모은 헌혈증인데 쓰지를 못했네요. 그렇지만 다른 분들에게는 필요하겠지요?"
담담했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나 서씨는 "언니가 생각이 많이 난다"며 다시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서미숙씨의 언니 고 서경숙씨는 '소문난' 불자. 서미숙씨와 마찬가지로 임종 직전까지 교편을 잡았던 서경숙 씨는 항상 불법에 귀의하면서 주위에도 전달하려 애썼다고 한다.
그러나 서미숙씨와 형제ㆍ자매들은 서경숙씨의 뜻을 함께 하지 못했다. 그러던 올 9월, 서미숙씨는 언니로부터 달마도를 한 장 선물받게 됐다. 바로, 본지에서 '민수돕기 성금 모금' 행사의 일환으로 판매한 일허 스님의 달마도였다.
다른 형제들에게도 똑 같이 달마도가 한 장씩 전달됐다. 이제 남은 삶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한 서경숙씨가 마지막 회향으로 민수돕기에 참여하면서 형제들에게 불법에 귀의하라는 의미로 달마도를 선물한 것이었다.
그 때부터 서미숙씨는 "언니의 간절한 뜻을 알게 됐다"고 한다. 정기적으로 절에 다녀보지 않은 서미숙씨가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 100일기도. 당진 흥국사에서 매일 새벽 108배를 한 후, 천수경ㆍ금강경을 독경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서경숙씨는 그렇게 간절한 뜻만을 전한 채, 11월 1일 세상을 떠났다. 서미숙씨의 새벽기도가 60일 정도 됐을 무렵이었다.
"처음에 100일기도를 시작했을 때, 언니가 무척 좋아했어요. 하루도 빠지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하면서요."
이제 12월 13일이면 서경숙씨의 막재. 서미숙씨는 100일기도도 그 날 함께 회향하기로 했다.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언니 서경숙씨가 전해준 불심을 가슴에 안은 채, 또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을 돕겠다는 마음을 간직한 채.
"사실 새벽마다 법당에 있는 언니 사진 보는 것도 제겐 참 의미있는 일이었어요. 이제 그렇게 얼굴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앞으로 가슴 속에서 언니를 찾고, 언니 뜻대로 불자 답게 살아가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