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7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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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일ㆍ이각범 선배께 드리는 공개편지
불교와사회포럼 창립세미나 발표문 '불교와 정치'를 보고

박세일·이각범 선배님께 올립니다.

박세일 교수.
우선 제 소개를 드리는 것으로 선배님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저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 1974년 입학하여 불교학생회 활동을 했던 이병두입니다. 대학 졸업 후 건설회사에 다니며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하고, 뒤늦게 대학원 사학과에 입학하여 다시 중국사 공부를 하여 몇 년 동안 대학 강사로 지내다가 1996년도부터는 불교계에서 활동을 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두 분 선배님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대불련 초기 멤버로 매우 활발한 활동을 하였고 서울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는 중에도 연구와 후진 양성에 누구보다 열심이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두 분 선배님께서 김영삼 정부 시절에 청와대 수석보좌관으로 들어가셨을 때 많은 젊은 후배들이 비판을 하였지만 저는 비판을 아꼈습니다. 박세일 선배님께서 한나라당에 입당하여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이어서 정책위원회 의장을 맡으셨을 때에도, “열린 우리당이나 한나라당이나 오십 보 백 보이니, 한나라당에 갔다고 해서 비난할 수 있겠느냐?”면서 이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제자인 선배님이 이 땅을 정토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는 데 기여하셨으면 좋겠다’는 기대도 해보았습니다.

지난 11월 23일 <불교와 사회> 포럼 창립 세미나 현장에도 기대를 안고 갔었습니다. “불교로 세상을 말하고 세상으로 불교를 말한다.”는 포럼의 창립 배경에도 동감하고 여러 언론에 소개된 세미나 관련 기사에서도 흥미를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맨 처음 발제자로 나선 조성택 교수와 김종욱 교수의 논평을 들으면서는, “이 포럼이 가능성이 있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조성택 교수의 발표 논문에 대해, 보수(保守)적인 분들은 - 승단 내의 정치적 보수주의자뿐만 아니라 마치 성경의 무오류성(無誤謬性)을 내세우는 보수 기독교도들처럼 “대승경전이나 선어록만이 유일하다”고 내세우며 “단 하나의 손가락을 쳐다보라”고 우겨대는 교리적 보수주의자도 말하는 것입니다 - 불만 차원을 넘어 분노할 수도 있을 것이라 예상이 됩니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그 분 발표 논문의 마지막 페이지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입장입니다. 한 마디로 ‘경청할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박세일 선배님의 발제와 그에 이은 이각범 선배님의 논평을 들으면서, “이 포럼의 장래를 기대하기 어렵겠구나!”라는 쪽으로 느낌이 확 바뀌었습니다.

혹 발표하신 글의 제목이 「불교와 한국 정치」라고 했다면 이해를 해드릴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불교와 정치」 라고 제목을 붙여놓고 실제 내용은 신자유주의적 입장에서 한국 정치, 그것도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일방적 비난으로 일관하셨습니다. 논평자로 나선 이각범 선배님께서도 “발표자가 썼던 것과 똑 같다”고 사회자가 말을 했을 정도로 긴 시간을 쓰면서까지 하신 말씀이 ‘발제에 대한 특별한 논평은 없는 노무현 정권에 대한 일방적 비난’이었습니다.

이각범 교수.
솔직한 말씀을 드리자면, 선배님들께서 제기하신 한국 정치의 重病 - 실제로는 노무현 정권의 重病이라고 하시고 싶으셨을 것이라 여깁니다 - 에 일정 부분 동의하는 입장입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는 ‘국민 분열과 갈등’에만 치중하지 ‘국민 통합과 화합’ 노력은 크게 미흡하다” · “우리의 정치가 ‘過去와의 전쟁’에 매몰되어 있고 ‘未來의 건설’에는 관심이 적다”는 진단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두 분 선배님의 글을 자세히 읽어보면 그 한계를 넘어섰습니다. 그래서 “아, 결국 신보수주의로 치닫게 되는 신자유주의자의 주장이 아니야?”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발표하신 글의 22쪽을 보면 “올바른 개혁(평등주의적 개혁이 아니라 자유주의적 개혁)을 하여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괄호 안에 따로 표기하신 내용에 이미 선배님이 앞서 힘들여 비판, 아니 비난했던 ‘二分法的 思考’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불교적 해결 방식이 아니지요.
IMF나 세계 시장을 넘나들며 경제 사냥을 하고 다니는 ‘국제 금융자본가’들이 흔히 이런 주장을 내세우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아닙니까?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보수’인지도 모르는 ‘엉터리 보수주의자’들이 쉽게 동조해버리는 주장이 아닌지요?

“부처님이 지금 이 땅에 오신다면 어떻게 말씀하실까?”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오셨다고 한다면, 선배님께서는 “올바른 개혁(평등주의와 자유주의적 개혁을 고르게 아우르는 진짜 개혁)을 하여야 한다”고 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 동안 평등주의적 개혁만을 내세웠던 쪽과 자유주의적 개혁만을 고집했던 쪽 모두 실패한 역사를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나요?

‘過去와의 투쟁’과 관련해서도 한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도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일부러 만들어내는 것으로 비치는 과거사 논쟁’이나 ‘보복을 목적으로 하는 과거사 척결 주장’ 등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고, 잘잘못을 가려내며 역사에서 교훈을 찾는 일’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필요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선배님께서는 매우 일방적으로 “과거와의 투쟁에만 매달려 있다”고 매도하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두 분 선배님의 주장과 의견은 요즈음 ‘우리가 정말 지켜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진짜 보수가 무엇인지’에 대해 깊은 고민과 식견도 갖추지 못한 채 ‘알량한 기득권을 지켜내려는 엉터리 보수주의자’들이 펼치는 이른바 <뉴 라이트 운동>과 일치하는 것이 아닌가요?

물론 제 개인의 생각과 의견이 있을 수 있듯이, 두 분 선배님들께서도 이번보다 더 심한 생각을 하고 밖으로 말씀을 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부처님 이름으로 하면 안 된다고 주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배님들의 글에는 부처님의 말씀이 없습니다. 혹시 있다면, “부처님이라면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라며 부처님에 가탁(假託)한 선배님의 생각과 주장이 있을 뿐입니다. 저는 이번 발제문과 논평문이 불교계 바깥에 알려지면, 두 분 선배님뿐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집단이군!” 하며 불교계 전체를 욕하게 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됩니다.

“참 버릇없는 후배로군!”하며 욕을 하셔도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비난하거나 욕을 해대고 싶어서 이런 글을 드리는 것이 아니니, 혹 그런 욕을 들어도 섭섭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부 드립니다. 선배님들의 글에서 여러 차례 말씀하셨듯이, “부처님께서 이 자리에 계시다면, 이 문제들을 어떻게 보실까?”라는 고민을 훨씬 더 진지하게 하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이병두(출처: 불교정보센터) |
2005-12-01 오후 5:15:00
 
한마디
이선생님 훌륭한 지적을 객관적 입장에서 하신것 같읍니다. 현직 교수이지만 이미 정치의 중심에 섰고 정치한 분들이기 때문에 정치적 견해표명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2005-12-04 오전 10:37:32)
44
박교수님 반갑습니다.
(2005-12-02 오후 4:44:43)
42
부처님은(예로 공산주의 대 민주주의 등 등)사상에 대한 중도를 말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과 대한민국에 대한 사상적 내지 경제등 에 대하여 침묵 했을 까요? 천만에 말씀입니다. 북한에 증오를 보냈음이 결론입니다. '옳고 그름을 초월한 중도'는 불교에 없습니다.
(2005-12-02 오후 12:30:17)
45
일면 동감이 가는 부분이 많군요... 부처님이 다시 오셨다면... 자유와 평등, 진보와 보수, 옳고 그름을 초월한 중도의 침묵과 무주상의 자비행을 보이시겠지요... 박-이 교수님과 이병두 님의 의견 역시 대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언어의 한계가 지닌 어쩔수 없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양자를 초월하여 중도실상을 드러내는 방향으로 모두 노력했으면 합니다... 날마다 행복하십시오. ()
(2005-12-01 오후 6: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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