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야심경찬>(원측 지음, 박인성 옮김, 주민, 1만5천원)
“일반 불자들이 <반야심경>을 읽겠다는 것은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읽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반야심경>에는 <반야경>을 비롯한 모든 불교의 요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원측 스님(613~696)이 쓴 <반야심경>에 대한 주석서 <반야심경찬>을 우리말로 옮긴 박인성 교수(동국대 불교학과)의 말이다. 박 교수는 의미를 명료하게 밝히지 않은 불요의(不了義) 경전인 <반야심경>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원측 스님의 <반야심경찬>을 디딤돌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반야심경>을 공부하려면 먼저 5온(蘊) 12처(處) 18계(界) 등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5온이 공하다’는 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온’의 정확한 의미를 파악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대부분의 불자들은 공(空)에 먼저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동국대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반야심경찬>을 강의하기도 한 박 교수는 “온과 처 등의 개념을 밝혀 놓은 <반야심경찬>을 통해 학생들이 <반야심경>을 더 깊게 이해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박 교수는 <속장경>을 저본으로 삼아 필사 과정이나 인용문을 적을 때 나타난 오류, 문맥상의 오류 등 26곳을 교정했다. 그리고 어려운 불교 용어를 현대의 언어로 풀어씀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표문(表門)을 ‘지시해서 표현하는 문’으로, 가지(假智)를 ‘추리’로 번역한 것을 비롯해 일반적으로 ‘전(詮)’은 ‘표현하다’로, 즉(卽)은 ‘합일하다’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불교전통에 기반을 둔 우리 불교계에서는 인도불교사상의 전통이 강한 <반야심경찬>은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났었다”는 박 교수는 “최초의 <반야심경> 해설서인 만큼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박 교수는 서울 삼성동 봉은사(주지 원혜)에서 11월 30일부터 2006년 2월 22일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반야심경찬> 무료강좌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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