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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에서 ‘불교’는 어떤 위치일까? 시와 소설의 다양한 소재를 제공하는 존재일까 아니면 우리의 인식과 사상의 기저를 이루는 원천일까?
문학평론가 유임하씨는 <한국문학과 불교문화>에서 “한국 근대문학의 전통에서 불교문화의 웅숭깊은 실체는 그 얼굴을 드러내기보다는 서구의 물질적 가치와 자본의 힘에 맞서는 마음의 활력으로 육화된 느낌이 짙다”고 말한다.
“그동안 우리는 근대문학의 성과를 평가함에 있어 불교문화의 저변을 자주 간과하거나 그 특징을 찾아낸다고 해도 크게 의의를 부여하지 않았습니다. 불교라는 문화의 저변이 도드라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 폭발력과 함의(含意)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불교문화의 채취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내뱉는 어휘 속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 속 깊이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은이는 작가의 사상의 족적에서 불교 전통의 향취를 찾기도 하고 작품 속에서 다뤄진 불교 사상을 찾아내기도 한다. 만해 스님의 ‘님의 침묵’에 나타난 ‘님’에서는 스스로 수립한 자기 윤리이자 절대적인 사랑을 낳는 마음의 원척을 읽고, 불교를 상상력의 원천으로 삼았던 미당 서정주의 문학세계에서는 불성(佛性)과 자비심을 읽는다.
김달진의 시에 나타나는 ‘깨달음의 고요한 경지에 이른 화자의 모습’에서는 지은이 자신이 시에서 평생 표현하고자 했던 마음의 행로가 무엇인지를 짐작해 본다. 또한 김동리의 <등신불> 최인훈의 <회색인> 조정래의 <태백산맥> 등 한국소설의 나타나는 불교정신이 무엇인지도 살펴본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지은이는 “작가의 상상과 사유의 낯익은 기층 하나가 불교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다만 지은이 자신도 지적했듯이 작가의 불교관과 불교정신에 대한 좀 더 심도 깊은 논의가 부족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