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통증으로 까무러쳤다가 또 다시 통증 때문에 깨어나는 하루하루가 이어졌을 때, 무비스님은 차라리 죽는게 낫다는 생각을 했다. 4개월 남짓 이어진 ‘병고’의 시간은 부처님의 6년 고행에 비할만큼 엄청난 고통이었고 주위에선 마지막을 준비했을 정도였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니까 살아 있는 동안, 내 의지대로 내 모든 것 다 회향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진 것은 비록 보잘것 없지만 그래도 내 생애를 다 받쳐서 부처님 가르침 배워왔으니 힘 닿는데까지 되돌려주고 가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11월 21일 범어사 서지전에서 만난 무비 스님이 하는 모든 말들은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반짝’ 빛을 낸다. “인생은 짧고 소중
한 것이잖아요?” 하시는데 그만 고개가 절로 끄덕여져 버린다. 짧고도 소중한 인생을 남김없이 연소시키기 위해 일분일초를 아끼는 스님의 일상이 최근 이어지고 있는 책 출간에서 짐작되고도 남는다.
스님은 최근 조계종출판사, 운주사 등에서 <천수경> <반야심경> <임제록 강설> 등 무려 10권이 넘는 책을 한꺼번에 출간했다. 특히 11월에는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불교 명구 모음집>을 펴냈다. 기록했다가 태우고 또 기록하길 반복해오던 명구들을 병상(病床)에서 다시 정리했다. 경전이나 어록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한구절을 얻으면 하루종일 읊조리고 써보면서.
이렇게 700쪽 분량의 <불교 명구 모음집>이 탄생했다. 스님은 곧 이 책에서 다시 가려뽑은 명구들을 번역, 해설한 책을 펴낼 계획이다. 또한 120회 걸친 <법화경> 강의 시리즈를 펴내고 내년 쯤에는 선에 관한 책을 펴낼 생각이라고 귀뜸했다.
몸을 아끼지 않는 스님의 포교 열정이 피워낸 불꽃은 인터넷에서도 뜨겁다. 2004년 11월에는 개설한 카페(http://cafe.daum.net/yumhwasil)는 시공을 초월해 법을 전할 수 있도록 실시간 법문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다 아낌없이 내어주는 풍부한 컨텐츠로 회원이 2600명을 넘어섰다. 평일 접속자수만도 5백명선을 윗돌아 개설 1년만에 7천개에 달하는 다음의 불교 카폐 중 10위권 안에 들었을 정도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다른 사람의 이익과 행복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목숨을 걸라”고 주문하는 무비 스님이 목숨을 걸고 사람들에게 전하고픈 메시지는 무엇일까?
“사람이 곧 부처님입니다. 아프면 아픈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지금 현재 그대로의 사람이 바로 부처님입니다. 그것이 불교 궁극의 가르침입니다. 점차적으로 되어가는 부처는 없습니다. 부처님이 꽃을 드니 가섭이 미소지었듯 우리는 부처와 함께 일어나고 부처와 함께 말하고, 부처와 함께 밥 먹고 있습니다. 이거 알리는 것이 부처님 밥 축 낸 밥값하는 거라 믿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