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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月岳山)은 설악산, 북한산, 속리산, 월출산 등 남한을 대표하는 암산(巖山) 가운데 하나이다. 산세가 험준하고 기암단애로 이루어진 월악산은 백두대간이 소백산(1440m)~도솔봉(1314m)~문수봉(1161m)~조령산(1017m)~속리산(1058m)으로 연결되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덕주사는 월악의 정상인 영봉에서 흘러내린 덕주골에 자리하고 있다. 해마다 10월말이면 월악산 덕주골은 단풍으로 산불이 난다. 꽃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면 단풍도 십일홍이긴 마찬가지다. 서리 찬바람 단풍이 질세라, 관광객을 실은 버스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월악산으로 향한다.
월악의 소나무들은 같은 백두대간의 소나무이지만, 지리상 중부내륙형에 속해 있어서 금강송처럼 쭉쭉 곧은 것은 흔하지 않다.
남문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덕주골이 시작된다. 덕주골은 덕주봉(890m)과 960봉이 만들어 내는 길이 3km의 골짜기이다. 갈수기라 수량은 많지 않으나, 곳곳에 작은 폭포와 소들이 생태아지트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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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폭의 물속에 드리워진 단풍 그림자 사이로 물고기들이 왔다갔다 한다. 2005년도 조사에서 한국특산종인 쉬리, 새코미꾸리, 참종개, 퉁가리, 꺽지, 미유기를 비롯하여 무려 22종의 어류가 송계계곡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광객들의 불법어획으로 개체수는 매우 빈약하다. 국립공원측에서 곳곳에다 어류포획금지를 알리는 안내판을 내걸지만, 근절이 쉽지 않다.
우리나라 특산종인 참종개는 덕주골에서도 관찰된다. 참종개는 미꾸라지를 닮은 체형에 몸통의 무늬가 미학적이다. 몸의 길이는 10센티 미만, 입가에 짧은 수염이 세 쌍 나있다. 미꾸라지와는 달리 물이 맑고 자갈과 굵은 모래가 깔린 곳을 좋아해서 덕주골의 환경지표종이 될 만하다.
덕주사까지는 1km 거리. 계곡을 따라 덕주사로 오르다보면 계곡과 산자락에서 화강암과 변성퇴적암층이 드러나 있다. 한반도의 대표적인 암석인 화강암은 중생대 한반도 전역에서 연이어 일어난 화산 폭발과 지각 변동의 결과물이다. 즉, 당시 불덩어리인 마그마가 지각의 약한 틈을 뚫고 올라와 냉각되어 굳어진 것이 화강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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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과 속리산으로 대표되는 제천~충주~문경~보은지역의 바위산들은 모두 같은 시기에 형성된 불국사화강암에 속하는 산들이다. 그리고 멀리 월출산까지도 불국사화강암에 속한다.
덕주사가 덕주골에 처음 자리한 것은 신라 진평왕 때의 일이다. 진흥왕에 이어 왕권을 강화하고 어렵게 확보한 영토를 보전하기 위해 국방에 심혈을 쏟던 무렵이다.
덕주사의 좌향은 양명(陽明)하지만, 큰 절이 들어설만한 형국은 아니다. 골짜기와 산기슭을 따라 길쭉하게 난 경사지에 석축을 쌓고 전각을 앉히다 보니 가람배치가 전통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대웅보전 마당을 평지사찰처럼 넓히는 과정에서 석축이 성벽처럼 가팔라졌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돌계단이 숨 가쁘고 부담스럽다. 욕심을 조금만 덜어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석축은 눈이 부담스럽지 않아야 생태적이다.
전화(戰禍)를 입은 탓인지, 덕주사 주변엔 역사를 느끼게 하는 노거수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수령 1백년 미만의 느티나무 몇 그루와 늙은 감나무가 고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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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국과 쑥부쟁이와 금불초 등이 군데군데 흩어져 남은 가을시간을 불태우고 있다. 이들은 늦게까지 가을을 장식하는 들국화들이다. 손으로 심은 흰 구절초도 한 켠에 보인다.
산국은 키가 1m에 가깝지만, 꽃은 지름이 겨우 1cm 남짓하다. 꽃과 잎에서 나는 향기는 들국화 가운데 가장 진하지만, 독성이 있어서 국화차로 적당하지 않다. 다만, 번식력이 좋아서 사찰 주변에 손쉽게 심어서 가을을 즐길 수 있는 초본이다.
쑥부쟁이는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퍼져나가는데 봄에 어린 순을 뜯어 나물로 먹는다. 처음 나오는 잎에는 붉은 빛이 돈다. 꽃은 7~10월에 걸쳐 피는데 꽃 가운데의 통상화는 노랗고 가장자리 설상화는 자주색이다. 꽃지름은 산국보다 커서 3cm 정도나 된다.
작은주홍부전나비 한 마리가 늦가을을 힘겨워하며 양지 기슭에 앉아있다. 부전나비 종류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은주홍부전나비는 평지에서 산지에 이르기까지 고루 분포되어 있다. 제비나비와 줄흰나비처럼 한해에 3~4세대를 거치는 나비이다. 단풍철에 만난 것이 올해 마지막 세대가 된다. 덕주사에서 마애불까지는 나무다리를 건너 1.7km 거리이다. 숲길 왼쪽으로 덕주골 계곡이 함께 하지만, 갈수기라서 몇 군데의 소를 제외하고는 물이 보이지 않는다.
숲은 키가 서로 다른 나무들이 어울려 있는데, 이를 ‘층위구조’라고 말한다. 층위구조가 발달할수록 건강한 숲이다. 덕주골의 층위구조는 잘 발달되어있다. 식생조사란, 숲속에 사방 10m 간격으로 줄을 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식물들의 이름과 개체수 그리고 층위구조를 알아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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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주골의 나무들은 거의가 일반사람들에게도 눈에 익은 것들이다. 덕주골 주변의 식생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면, 계곡 주변엔 비교적 활엽수가 우점하고, 계곡에서 먼 암석지대에는 소나무들이 포진하고 있다.
덕주골 입구에서 마애불에 이르는 구간에 서식하고 있는 키 큰 활엽수들로는 참나무류를 비롯하여 박달나무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북쪽 기슭의 보덕암 주변에 모감주나무 군락이 있다. 열매를 ‘금강자(金剛子)’라 하며, 그것으로 염주를 만든다고 해서 ‘염주나무’라 부르고 있다.
월악산 8부 능선 위로는 험준한 암릉지대이다. 정상인 영봉에 오르면 첩첩한 바위봉우리들이 월악산의 암골미를 여실하게 보여준다. 높고 낮은 산봉우리마다 희뿌연 화강암을 머리에 이고 있다.
덕주사 마애불도 높이 13m의 화강암벽이다. 지하에 있던 화강암은 지표로 올라오면서 팽창에 의해 수직 또는 수평으로 틈이 생기게 된다. 그 틈에 물과 흙이 침투하여 화학적 풍화작용을 일으켜 화강암이 붕괴되거나 갈라진다. 그렇게 절벽에다 새긴 것이 마애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