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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불교수행에서는 선(禪) 수행만이 강조된 나머지 지혜의 수행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정작 불교 수행에서 중요한 것은 지혜의 완성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현상은 큰 문제가 있습니다.”
쉬운 불교, 생활 속의 불교를 널리 전파해온 동국대 불교학과 권기종 교수가 이번학기를 끝으로 36년간 정든 강단을 떠난다. 이를 기념해 후배와 동료들이 11월 22일 동국대 다향관세미나실에서 퇴임기념강연을 마련했다.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들과 동문, 후학들이 자리를 가득 메운 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퇴임기념강연에서 권 교수가 택한 강연 주제는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密多)’였다.
평소 권 교수가 지향하던 바대로 이날의 강연 역시 어려운 용어나 개념을 피한, 이해하기 쉬운 설명으로 채워졌다. 하지만 거기에는 오늘날 주류를 이루고 있는 선종이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 완곡하게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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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교수는 “선종의 중심 과제는 선(禪), 즉 6바라밀다 중의 선정바라밀다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의경전은 반야를 중시하는 반야부 경전이며, 수행에 있어서는 선 수행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바라밀다의 의미를 “피안에 도달한 상태, 즉 완성”으로 풀이한 권 교수는 “여섯 가지의 바라밀다 가운데 다섯 가지(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는 반야바라밀다가 이끌어줄 때 가능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근본적인 것은 반야바라밀다”라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권 교수는 <반야심경>의 “삼세의 모든 부처님이 반야바라밀다를 의지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룬다”는 구절을 들었다.
이어 권 교수는 “선수행만 강조돼 지혜의 수행에 관심을 갖지 않는 현실은 반야부 경전의 관점에서 볼 때 큰 문제”라고 비판하며 “<금강경>에서도 반야바라밀다에 의해 선정이 완성되는 것이지, 선정에 의해 반야바라밀다를 이룬다고 설해져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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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반야바라밀다의 내용은 무엇일까. 권 교수는 “무분별지(無分別智)”라고 설명했다. <유마경>의 불이법문이나 <반야경>의 공사상을 중심으로 한 무분별, 무집착의 도리가 선지(禪智)의 핵심이라는 것.
권 교수는 “선정이 번뇌를 제거하고 마음을 고요히 하는 방법이긴 해도 깨달음, 즉 지혜를 완성시키는 직접적인 수행법은 아니다”며 “미래의 불교실천에서는 반야바라밀다가 선정바라밀다에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퇴임강연의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