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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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계율수행 대법회 결산
성과... 동화사 주지 인터뷰.. 이렇게 제안한다... 참석자들 소감... 법회 이모저모

계율 중요성 새롭게 인식한 場
성립과정, 정신 등 전반적 문제 다뤄
인류가 겪는 난제 해결 키워드 제시



계율수행대법회로 불교계 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동화사.

“계율 법문을 듣고나서 계를 받으니 수계의 의미가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부처님의 제자로 태어난 것이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10월 9일 동화사 보살계 수계불자)
“우리 향천선원에서는 10월말부터 해인사 율원장 혜능 스님 등의 선지식을 모시고 계율공부를 시작합니다. 동화사 계율수행대법회가 계율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교리공부와 더불어 지계실천의 생활화를 위해 더욱 정진하려고 합니다.” (유광옥 서울 향천선원장)

대구 동화사(주지 지성)와 현대불교신문사(사장 김광삼)가 공동주최해 8월 6일부터 시작한 ‘깨달음으로 가는 길, 계율수행대법회’가 10월 9일 보살계 수계법회로 회향됐다.
이번 법회는 계율 관련 첫 대중법회라는 의미와 함께 계율의 중요성을 새롭게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불교계 안팎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연인원 1만5천여명의 불자들이 동참한 이번 법회는 계율이 ‘깨달음으로 가는 사다리’임을 분명히 했고, 계율교육의 필요성과 지계의 생활화라는 공감대를 넓혔다.

또 재가불자들에게 ‘계율수행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계율성립과정부터 경전속의 지계정신, 종단제도, 한국불교 계맥전승 등 계율의 전반적인 문제를 다루었고 과제도 제시했다.
계율수행이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는 생활규범임도 확인했다. 또한 계율이 환경훼손ㆍ전쟁ㆍ테러 등 인류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된다는 근거도 찾았다.

계율에 대한 관심 고조는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현산 혜국)가 선원공동 청규제정을 위한 위원회구성, 가산불교문화연구원의 ‘근대한국불교율풍진작과 자운율사’ 심포지엄, 서울 향천선원등의 계율강좌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향천선원의 경우, 10월말부터 3개월 과정의 학당을 열어 체계적인 계율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법회를 기점으로 불교계에서는 지계수행의 생활화를 위해 전국의 각 불교대학이나 사찰에서 계율강좌가 개설돼야 한다고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종단 차원의 ‘계율지침서’ 재가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계율해설서 출간, 자자ㆍ포살법회 상설화, 계율지도법사(율사) 양성, 한글 계율용어 해설집 편찬 등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인터뷰- 계율법회 마친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
“국민 누구나가 지켜야 할 행동규범”


“스님들만 알아야 한다며 담을 쌓고 있었던 계율 문제에 대해 사부대중의 눈을 뜨게 했다는 점이 이번 법회의 수확이고 보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사진)은 계율수행대법회의 성과를 이렇게 말했다. 계율이 불자뿐 아니라 국민 누구나 꼭 지켜야 할 행동 규범으로, 사회적 윤리와 도덕으로 승화되는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법회는 큰 의미를 갖는다고 덧붙였다.
스님은 “신라시대 원광법사가 세속오계로 일반인들이 쉽게 법을 지켜나갈 수 있도록 이끌었듯 이 시대 국민들의 행동강령이 될 수 있도록 계율을 가르치고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회를 전반적으로 볼 때, ‘2%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한다며 아쉬움도 드러냈다.
오랫동안 계율학을 공부했던 스님들과 뛰어난 교수들이 법주와 논찬자로 참여하는 등 모든 것을 갖추었고 계율법회가 그동안 동화사에서 열린 어떤 행사보다도 성황리에 마쳤지만 내용면에서 계율의 성립과정, 문화적 배경, 생활실상 등이 의미있게 부각되지 못했다는 것. 특히 남방계율과 북방계율, 계율에서 본 종단 제도 등은 터치도 못하고 넘어갔다며 아쉬워 했다.
지성 스님은, 계율을 주제로 어렵게 연 법석이니만큼 계율수행법회에 참여했던 분들이나 혹 참여하지 않았더라도 계율에 관심 있는 스님, 학자, 사회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모여 종합토론의 장을 향후 마련해 정리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계율수행법회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다시 한번 부각시키고 승가나 사회가 공감하는 문제(계율의 흐름, 법난이나 조선시대 때 계율이 훼손된 부분 등)를 잘 정리해 갈무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
스님은 고등상식사회에서는 사회법이 필요 없다는 ‘법철학적’인 측면에서 법조인들의 참여도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동화사 주지를 맡은 첫해, 백고좌법회부터 이번 계율법회까지 매년 한 차례씩 신도들을 위한 큰 법회를 열어 ‘부지런하고 학구적인 주지스님’이라는 평가를 받은 지성 스님은, 앞으로도 비전을 제시하는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내적인 면을 관조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밝혔다.
스님은 법회에 동참한 모든 사부대중과 공동주최자 현대불교신문에 감사함을 표했다. 또 출·재가자들에게 계율정신을 잊지 말고 생활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렇게 제안한다


동화사 계율수행대법회가 첫 대중 계율법회인 만큼 법주스님들은 계율의 중요성과 지계의식 확산을 위해 종단과 스님들, 그리고 재가자들을 향해 다양한 제안들을 거침없이 개진했다. 법회에서 나왔던 제안들을 요약ㆍ소개한다.

마성 스님(팔리문헌연구소장)
‘상가법’ 도입하고 율장공부 확산


불교국가인 태국은 스님인구가 40만 명을 넘어 자발적인 계율로 상가를 통제할 수 없다. 그래서 스님들도 잘못하면 상가법에 따라 스님 재판소의 판결을 받고 있다. 이처럼 한국불교도 상가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상가법을 도입하면 한국불교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확인한다.
보살계 수계법회를 할 때, <우바새계경> 6중28경계를 재가자들에게 수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율장을 재가자들에게 공개했으면 한다. 한국불교가 발전하려면 율장을 공부해야 한다. 남방불교 스님과 재가자들이 율장을 필수적으로 공부하는 것처럼, 한국도 율장을 공부하는 수행분위기를 확산시켜야 한다.

혜능 스님(해인총림 율원장)
‘재일’에 꼭 포살 했으면


6개월간의 행자교육 후 사미계를 받는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수계 후 2년 동안 계율과 승가원형, 승단의 조직, 종헌ㆍ종법에 대해서 교육을 하는 커리큘럼을 제안한다.계율을 가르쳐 기도하고 공부하는 승가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가자들은 보름마다 자기 청정을 확인하고 지난 보름 동안을 반성하면서 다짐하는 포살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재가자들은 한달에 여섯 번, 열 번, 또는 하루만 해도 된다.
특히 재일(齋日)에 재계를 지키는 것이 재가자의 포살임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재가자들이 ‘수계→지계→참회발원’으로 이어지는 계율수행을 할 수 있도록 출가자들은 재가자의 포살ㆍ자자를 지도해줘야 한다.

지운 스님(동화사 강주)
스님들에게 술·고기 권유말길


승가를 외호해야 할 재가자들은 스님들에게 고기와 술을 권하지 말아야 한다. 재가자는 절에서 오신채를 먹자고 주장하거나 출가자가 만행할 때, 고기나 술을 공양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만약 출가자가 술과 고기를 사달라고 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가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재가자들도 출가자와 마찬가지로 포살할 것을 제안한다.
남방에서 포살은 30여분 정도 소요된다. 합장하고 게송을 외우고 나면, 출가자가 하루 있었던 일을 지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된다.
이런 포살은 ‘작법참회(作法懺悔)’로, 자신의 죄목을 들어보고 그것이 잘못된 것을 알면 참회를 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잘못을 고하는 가벼운 참회법, 20여 명 승가 앞에서의 참회법도 제안한다.

법혜 스님(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출가연령 등 율장으로 더 점검해야


부처님의 근본사상, 사분율장의 정신, <범망경>의 정신을 살려 독신출가 교단을 만들어 나가고 출가자들의 수행을 여법 원만하게 하도록 종헌 종법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종단과 힘을 합쳐 종도들의 전반적인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출가 시에 학력 구분, 연령 제한 등도 율장 정신으로 다시 점검해야 한다. ‘선교육 후득도제’도 율장을 더 참조해야 한다. 율장에 의하면 20살이 되면 비구계를 주고, 은사스님 밑에서 3~7년 계율을 배운 후에 수행하도록 돼있다.
수행 교단은 이판사판을 겸해서 수행해야 하는데 너무 사판화 되어가는 것 같다.
권력에 끄달리는 종단이 되지 않도록 계율을 더 알아야 하고 계율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야 한다.

철우 스님(파계사 영산율원 율주)
‘오계’ 계목을 적극적 行으로


현재의 삶에서 한걸음 나아가 진정한 불자가 되기 위한 자세로 오계를 받아 지녀야 한다. 또한 계를 지킬 자신이 없다고 해서 가려서 받는다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한다.
이를 위해 오계의 계목을 적극적인 행으로 옮기자는 제안을 해본다. 불살생(不殺生)은 ‘자비롭게 살라’로, 불투도(不偸盜)는 ‘베풀며 살라’로, 불사음(不邪 )은 ‘청정하게 살라’로 창조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불망어(不妄語)는 ‘진실하게 살라’로, 불음주(不飮酒)는 ‘지혜롭게 살라’는 뜻으로 여겨야 한다.


각묵 스님(초기불전연구원 지도법사)
‘소의율장’제정해 교육하자


현재 종단에 소의경전은 있는데 소의율장은 없다. 소의율장도 정했으면 한다. 소의율장을 정한 뒤, 한글로 정확히 번역해 가르쳐 주자.
자운 스님이 번역한 <사분비구계목>을 소의율장으로 제안한다.
출가자의 ‘육식과 오후불식 문제’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엄격한 채식주의로 할지, 오후불식을 하고 육식을 허용할지 등을 명확히 했으면 한다.
또 토굴·자동차 등의 소유는 승가공동체에, 사용은 개인이 하는 방식이 어떨까 한다. 종단은 토굴 크기, 시설물 등에 관한 지침을 마련해 검박한 생활이 되도록 강력히 규제해야 하고, 승랍 10년 이하 출가자는 토굴생활을 금지토록 했으면 한다.
또 율장에 나와 있지 않은 소소한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었으면 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 맞는 청규를 제정함으로써 출가자가 경험하는 지계실천상의 갈등을 풀어줘야 한다.


경성 스님(중앙승가대 강사)
여법한 갈마통해 이해관계 해결을


호계위원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 제한을 풀어야 한다. 전체 대중의 참여로 이뤄지는 갈마와는 상반되기 때문이다. 율장에서의 만장일치제는 화합정신에 있다.
만일 가까이에 스님이 없을 때는 20인 이상의 승단을 찾아가야 하며, 병이 들어 참석 못하면 병자를 들것에 싣고서라도 참석하게 하는 갈마를 하는 엄중함을 보여야 한다.
원로회의의 역할을 강화할 것도 제안한다. 종교적 의례인 갈마가 교단 정치적ㆍ행정적인 분규 등의 범계 행위를 다룰 때는 한계가 있을 수 있기에 그렇다.
원로회의 어른들의 여법한 갈마를 통해 첨예한 이해관계를 해결할 수 있다.


### 법회 참석자들 소감

종진 스님.

종진 스님(해인총림 율주)
중요성 알았으니 여법하게 정진을


“그동안 유례가 없었던 계율대법회의 첫 법주로 나선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해인총림 율주 종진 스님은 “선(禪)과 관련한 법회는 많았지만 이렇게 계율만으로 법회를 연 것은 한국불교에서 무척이나 드문 일”이라며 동화사 주지 지성 스님을 비롯한 대중들과 현대불교신문, 법회에 참석해준 불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이으려면 계(戒)가 가장 우선이고 정(定)과 혜(慧) 3가지가 고루 갖춰야 한다”며 “훌륭한 법주들과 열정적인 논찬자들이 계의 중요성을 아홉번에 걸쳐 전한 만큼, 출ㆍ재가자 모두가 정성을 다해 부처님 제자로서 마음가짐과 행동을 흐트리지 않고 여법하게 정진할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일진 스님.


일진 스님(운문사 강원 학감)
무심히 흘려보냈던 일상 점검하는 기회


“계율은 생활 그 자체니 논할 필요도 없지만, 무심하게 흘려보냈던 생활을 점검하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계율법회는 특별했습니다.”
계율의 중요성이 부각돼야 할 때, 계율을 주제로 하는 귀한 법회가 열려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두 참석했다는 운문사 강원 학감 일진 스님은 계율에 무관심한 요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장이 열려 감사했고 참 희망적이었다고. 다만 “스님들의 참석이 많지 않아 서운했다”고 토로했다.
"계율수행대법회가 한번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앞으로 계율을 논하고 실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잘 정리되었으면 한다”는 일진 스님은 “현대불교신문이 매주 법회내용을 잘 정리ㆍ보도해주어 참석하지 못했던 많은 스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읽었고 감사해 한다”는 말도 들려주었다.

장영관 거사.


장영관(대구광역시 조계종 9교구신도회장)
알고 노력하려는 공감대 형성


“무관심했던‘범망경’ 10중48경계를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이번 법회는 큰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00% 지키기는 어렵지만, 알고 또 노력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동화사에서 그동안 열렸던 2002년 백고좌대법회부터 2003년 화엄논강, 2004년 담선법회를 죽 지켜봐 왔던 대구광역시·조계종 9교구 신도회 장영관 회장은, 계율이라는 생소한 주제로 열리는 법회에 불자들이 얼마나 참석할지 처음에는 걱정이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그러나 우려는 빗나갔다. 10번의 법회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는 장회장은 많은 불자들이 참석해 놀라웠고, 개인적으로는 계율의 중요성을 새롭게 느끼게 한 소중한 법회였다고 말했다.


권대자(조계종 9교구 신도회 부회장·포교사)
신심 깊어지고 지계 결심 계기 돼


“불자라면 누구나 계율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념이 부족해 지키지 못했어요. 이번 법회는 그 신념을 내 재산으로 만들어, 계율을 지키겠다는 결심의 계기를 줬습니다.”
너무나 감사한 나머지, 회향하는 날 국화화분을 통일부처님 앞에 올렸다는 권대자(63) 조계종 9교구 신도회 부회장은 “서슬 퍼런 계율 속에서 자비한 계율이 있다”는 법주스님들의 가르침을 되새겼다.
“어렵게 얻은 선물은 평생 잊지 못하잖아요? 이번 법회를 세세생생 영원의 보물로 간직할 겁니다.” 앞으로 전국의 교구본사가 부처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이러한 법회를 자주 열어 불법이 널리 전파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소망도 밝혔다.

오동주 거사.

오동주(대구불교대학 총학생회장)
도반들과 담론의 장 열고 성찰의 시간


“매주 법회가 끝나면, 도반들간에 계율을 주제로 한 담론의 장이 열리곤 했어요. 그간 무심히 넘겼던 생활속 일반적인 규범들을 어떻게 지켜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들도 많이 나눴어요.”
대구불교대학 총학생회 오동주(70) 회장은 계율법회 이후, 새로워진 불교대학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또 장엄하고 여법한 법회와 회향인 수계의식은 도반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지키지도 못할 테니 계를 받을 필요도 없다’던 재학생들도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도반들이 계를 꼭 받아야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어요. 계율의 필요성을 절대 공감하는 눈치예요. 너무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부처님의 세세한 가르침이 3천여 년동안 어떻게 내려왔을까 신기해하더군요.”

신동엽 거사.

신동엽(택시운전기사)
인생 참답게 살아가도록 한 전환점


“불교의 기초를 새로 배운 느낌입니다. 사람이 참다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기를 돌아보고 제어할 수 있는 지혜를 주는 법회였습니다.”
대구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신동엽(53)씨. 영업용 택시를 운영하다보니, 교대시간과 회사 입금액을 맞춰야 하는 어려운 여건에서도 9번의 동화사 계율대법회에 모두 참석했다.
매주 토요일, 3시간의 법회를 듣기 위해 동료들에게 사정해 근무시간을 바꾸고, 때로는 자신의 돈으로 입금을 맞춰가며 법회에 참석한 노력가이자 열성파.
신 씨는 “법회가 열린 두 달 여의 시간이 너무나 값지고 보람됐다”며 “사람이 참다운 삶을 살아가도록 전환점이 되는 이런 법회가 매년 열리기를 진심으로 발원한다”고 말했다.

정홍영 거사.

정홍영(대구정동고 국사 교사)
불법이 바로 생활속에 있더군요


“자기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이 계율을 잘 지키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대구 정동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정홍영(47) 교사는 “불법이 바로 생활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며 “앞으로 더 열심히 살고, 부처님 가르침도 더 열심히 배울 것”이라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정 교사는 또 “수계를 통해 그동안 무심히 해왔던 행동들을 한 번 더 살펴보고 조심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며 “무엇보다 학생지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개인사정으로 9번의 법회에 모두 참석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붓다뉴스’를 통해 법문을 다시 청취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며 “지금도 쉬는 시간에는 수시로 법문을 다시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덕수 거사.

김덕수(대구시 서부경찰서 법우회장)
자만하고 있던 나 자신 일깨워 줘


“법문을 들으면서 내가 얼마나 자만하고 있었던가를 점검하고 경책하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초발심의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겁니다.”
법회를 통해 스스로를 겸허하게 반성하게 됐다는 김덕수 대구 서부경찰서 법우회장은, 스님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으로 여겼던 계율을 사부대중 앞에 공개적으로 내놓고 토론의 장을 열었다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또 계율을 통해 사회법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법(法)은 그 한자처럼 물이 흘러가듯 진리대로 살아가는 것이잖아요. 사회의 제도적 기본 장치인 세속법은 결국 불교의 계율과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계율정신을 사회에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일터에서도 지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동화사 계율수행대법회 이모저모
법주스님들, 직접 만든 인쇄물 법보시


○…9번의 법회가 열리는 동안 누구보다도 기뻐했던 사람은 법주스님들. 법주들 대부분이 율사스님들이고, 물질문명에 사로잡혀 혼탁해가는 현 시대에 너무나 필요한 것이 계율정신이기 때문이다.
첫 문을 연 종진 스님은 ‘말을 잘하는’ 비결을 일러주고 그것을 A4 용지에 인쇄해 매 법회 때마다 불자들에게 법보시했다.
해인사 율원장 혜능 스님도 삼귀의계, 오계, 보살십중대계의 내용을 모아 <불자의 청정한 길>이라는 소책자로 엮어 불자들이 매일 또는 재일에 송계할 수 있도록 보시했다.
그리고 법회 시작 때마다 동화사 합창단의 선창에 의해 ‘오계의 노래’를 사부대중 모두 불러 계율법회의 의미를 한층 각인시켰다.


논찬자 중 유일한 비구니 일진 스님


○…8월 27일 열린 네 번째 법회 ‘계율과 수행, 그리고 깨달음’에는 논찬자로는 유일하게 비구니스님인 일진 스님(운문사 강원 학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일진 스님은 법주로 나선 지운 스님의 법문을 4~5번이나 읽고 와 여러 대중들이 궁금해 할 점을 다양하게 질문해 박수를 받았다.
스님은 “어쩔 수 없이 절 밖에서 공양을 해야 하는 수행자를 위해 동화사가 나서서 사찰음식 식당을 운영해 보는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대법 스님.

여법한 진행으로 박수받은 사회자 대법 스님


○…이번 법회 내내 한결같은 목소리로 중심을 잡으며 여법한 진행으로 눈길을 끈 대법 스님(동화사 사회국장·사진). 계율법회는 사회국장 소임을 맡은 후 처음 맡게 된 큰 법회라고.
미리 사회대본을 준비해 수도 없이 읽고 또 읽으며 법회를 준비했는데 첫 법회때는 많이 미흡했었다고 토로한다.
대법 스님은 이번 법회를 “승가와 재가에게 계율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나태함을 경책하며, 인류 현안 문제점의 해결책을 ‘계율’에서 찾기 위한 의미있는 법회라 회향한 지금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은은한 백련차, 구수한 메밀차 인기


○…두 달 여 동안 펼쳐진 동화사 계율수행대법회. 감로법문이 설해지는 동안 한결같은 모습으로 감로수를 제공한 ‘참 보살’들이 있다. 동화사 팔공다회(회장 광명자) 회원들.
30여명으로 구성된 팔공다회 회원들은 뜨거운 8월에는 목이 마를세라 시원한 오미자, 매실, 감주를 준비했고, 가을로 들어서자 따뜻한 세작과 오룡차, 중국차를 준비했다.
법회기간 가장 인기 있었던 차는 은은한 백련차와 구수한 메밀차. 팔공다회 회원들은 법회시작 두 시간 전이면 어김없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나타나 1말 찜통으로 물을 일곱번 여덟 번 길어 날랐다.
또 맛있는 떡과 다식도 준비해 더욱 풍성한 법회가 되는데 일조를 했다.

동화사의 귀염동이 개 마야.

빠짐없이 참석해 법문 들은(?) 개(犬) ‘마야’


○…매주 동화사에서는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유독 특이한 인연이 포착됐다. 법회 때마다 나타난 누런색 리트리버종 개(犬). 키가 1m에 달할 정도로 덩치도 크다. 이름은 마야(사진). 처음엔 모두 ‘법회장소에 웬 개가 왔지?’라며 의아해 했지만 한번도 빠짐없이 나타나자 ‘다음 생엔 사람으로 태어나길 바란다’고 축원을 해주는 이들까지 생겼다.
마야는 대구 어느 사찰에서 키우고 있다.
절에 온 사연도 특이하다. 신도가 새끼 때 잠시 절에 데리고 왔는데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절에서 키우게 됐다는 것.
마야는 법회를 방해하는 일 없이 통일기원대전 계단 밑에 웅크리고 앉아 점잖게 법문에 귀를 귀울였다.


수계법회 5천여명 참석 ‘대성황’


○…계율을 주제로 한 9번의 법회에 이어 10월 9일 보살계 수계대법회가 열렸다. 법회 전날 수계신청자는 이미 3,900여명을 넘겼고, 당일 수계법회에는 무려 5천여 불자가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지난 2000년 보살계 수계법회 이후 동화사가 5년만에 여는 수계법회지만 이렇게 많은 불자들이 모인 데는 각별한 이유가 있다. 계율을 주제로 한 아홉 번의 법회가 불자들에게 계율정신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시켰고, 한국불교계의 으뜸가는 스님들이 3사7증으로 자리해 부처님을 대신해 계를 내리는 자리였던 것.
게다가 일요일에 열린 수계법회이다 보니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들 손자 등 온 가족이 함께 나올수 있었다.
이날 수계동참자들은 “9주간 열린 법회를 통해 스스로를 점검하고 나서 받는 수계라 그런지 계를 받는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장엄하고 좋았다”며 만족해 했다.
김철우ㆍ배지선 기자 |
2005-11-21 오후 4: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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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으로 체험하는 꽃 작품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