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원더풀!”
지난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선어록 <직지>를 접한 현지인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극동의 작은 나라가 만들어낸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 인쇄술에 놀랐고, 직지가 담고 있는 불교사상에 감동 받았다. 당시 세계인들이 보여준 영문판 선어록 <직지>에 대한 엄청난 관심은 한국 불교문학의 해외진출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2005년, 한국불교문학의 해외진출 현주소는 어디까지 와 있을까. 또 앞으로 우리 불교계가 준비해야할 대책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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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해외 저작물들이 국내에 번역되는데 반해 한국문학이 외국에 소개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한국문학의 외국어 번역사업을 지원하는 대산문화재단에 따르면 2001년까지 외국어로 번역돼 출판된 한국문학작품은 총 640종이다. 순수문학을 대상으로 외국어로 번역돼 해당언어권에서 출판된 것만을 집계한 수치이다.
이중 불교문학 작품은 60여 종 정도밖에 안된다. 만해 한용운ㆍ미당 서정주ㆍ고은 시인 등 시집이 주류이다. 1970년대까지의 한국문학 번역은 고전을 중심으로 학자들의 사명감이나 필요에 의해 이루어졌다. 김만중의 <구운몽>, 제망매가 등 향가가 담긴 <한국시가집>, ‘님의 침묵’ 등을 수록한 <한국시선> 등이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에 선보였다.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이 미국에서만 세 차례씩이나 출간돼 주목을 끌었던 80년대로 넘어오면서도 번역 문학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주로 현지에서 출판되는 것들이 대부분이어서 책임 있는 관리가 부실해 문제점이 많이 드러났다. 여기에다 보급에도 대부분 실패해 현지인들이 번역 작품을 받아보기란 하늘에 별따기였다.
이에 비해 90년대는 김성동 장편소설 <만다라>가 프랑스에서 출판되는 등 프랑스와 독일에서 불교문학이 크게 주목받은 시기였다. 특히 고은 시인의 <조국의 별>은 독일 최고 출판사인 주어캄프에서 1994년 출판된 이래 올해 <주어캄프 세계시인총서: 세상의 바람>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재발간되는 영광을 누렸다. <주어캄프 세계시인총서: 세상의 바람>은 20세기 저명 작가들의 작품 1300여점을 수록한 <주어캄프총서>중 주요 시인들의 시집을 별도로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올해 8월 첫 선을 보인 이 10인의 작품집에는 고은 시인을 비롯해 사무엘 베케트, 87년 노벨상 수상자 요세프 브로드스키, 파울 첼란, 독일 최고 시인으로 평가되는 두어스 그륀바인, 9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등이 포함돼 있어 고은 시인의 독일 내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해준다.
문학 전문가들은 고은 시인의 선시(禪詩)가 유럽에 불고 있는 선불교 열풍과 맞물려 한국불교에 대한 관심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평한다. 고은 시인의 작품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해 한국불교문화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지면서 한국불교 붐에도 일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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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미당 서정주 시인은 미국 영국 독일 스페인 멕시코, 신경림 시인은 미국 독일 일본, 오세영 시인은 독일 멕시코 등지에서 시집이 번역 출간됐다. 또 1999년 프랑스에서 <유형의 땅>으로 첫발을 내디딘 소설가 조정래씨는 독일에서 호응을 얻어 올해 신간 <불놀이>를 출간하는 등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문학은 한 민족의 삶과 사상, 역사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문학은 가장 효과적으로 한 집단의 문화를 다른 집단에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역할을 한다. 우리 민족의 삶에 녹아 있는 독특한 불교문화를 담고 있는 불교문학도 외국인들에게 쉽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좋은 포교 매개체 구실을 한다.
그렇다면 불교 사상과 소재를 다룬 시와 소설 등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가장 시급한 문제가 전문번역가를 양성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리 불교문학의 번역 현실은 종교에 상관없이 몇몇 번역가가 여러 종교의 작품을 두루 번역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불교적인 사상이나 교리ㆍ용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번역하거나 오역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설상가상으로 국가나 종단 차원의 전문 번역가 양성 프로그램도 거의 없다. 2003년부터 정부 지원으로 시작된 외국인 번역가 양성 프로그램이 유일하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참가자 수가 16명 정도 밖에 안돼 제대로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번역가에 대한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가 운영하는 한국문학번역원은 공신력 없는 민간 기관의 자격증 교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국가 번역 자격증 제도의 시행을 연구 중이다.
이와 함께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을 위해 국가에서도 여러 가지 시행착오 끝에 본격적으로 관심 갖기 시작했다.
이에 발맞춰 불교계도 좀더 다양한 불교문학이 활발히 수출될 수 있도록 전문번역가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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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 윤창화 사장은 “종단 차원에서 우수 불교문학작품들을 선별ㆍ번역해 해외에 소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불교출판문화상이나 저자상을 만들어 작가와 번역자들을 격려하는 등 종단의 작은 관심에서부터 불교문학이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산문화재단 문화사업팀 곽효환 팀장도 번역지원을 위해 ▲체계적인 번역ㆍ출판 지원 정책 ▲대표적인 작가들의 작품 집중번역 및 젊은 작가들의 작품 소개 ▲영어권 번역의 활성화 ▲신진 번역가 양성 ▲한국문학 보급을 위한 기초여건 조성 ▲한국문학 번역지원기관 간의 협력과 전문 행정인력 육성 등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 한국불교문학 해외출간 리스트
(대산문화재단 2001년 집계)
김만중의 <구운몽> 1922년 영국,
1961년 러시아, 1986년 중국, 1992년 체코
<한국시가집>(향가 고려가요 시조 현대시등) 1960년 영국
<한국시가집>(신라 고려 조선 20세기) 1964년 미국
<김지하 시선> 1978년 미국, 1980년 미국,
만해 한용운의 <님의 침묵>
1980년 미국, 1984년 미국, 1986년 미국,
1996년 프랑스, 연대미상 일본, 1996년 체코
<외국시인 합본시집-서정주> 1981년 미국,
서정주 시선 <동천> 1981 미국,
미당 시선 <안 잊히는 일들> 1986년 미국,
조지훈 등 4인 시선집 <바람과 파도> 1989 미국
미당 서정주 초기시선집 <미당> 1993년 영국
한용운 등 <한국현대시선> 1994년 미국
서정주 시선 <떠돌이의 시> 1987년 프랑스,
1995년 아일랜드, 2000년 스페인
고은 선시집 <자아를 넘어서> 1997년 미국
서정주 초기 시선 <밤이 깊으면> 1998년 미국
<김지하 시선집> 1998년 미국
신경림 김수영 이시영 시선집
<사랑의 변주곡> 2001년 미국
한용운 등 <한국시선> 1972년 프랑스
잡지 <유럽> 85년 10월호
‘한국현대시 28인선’(한용운 등) 1985년 프랑스
김성동의 장편소설 <만다라> 1992년 프랑스
조정래 소설집 <유형의 땅> 1999년 프랑스
시계간지 <포에지> 한국시특집호(고은 등) 1999년 프랑스
조정래 <불놀이> 2000년 프랑스
고은 선시집 <이뭣고> 2000년 프랑스
신라 월명대사 등 <한국고전시가집> 1959년 독일
<김지하 작품선>1976년 독일
김지하 시선 <황토> 1983년 독일
신경림 김지하 등 <한국문학선집> 1985년 독일
서정주 시선 <석류> 1988년 독일
고은 등 현대문학사화집
<침묵 속에서도 살아있는 목소리> 1989년 오스트리아
한용운 등 현대시선집 <바람과 풀> 1991년 독일
고은 시집 <조국의 별> 1996년 독일, 1989년 일본
한승원 등 한국현대중단편선 <새끼무당> 1998년 독일
오세영 시선집 <먼 그대> 1999년 독일
김지하 등 <한국의 마당극-정치풍자극 7편 선집> 2000년 독일
서정주 시선집 <국화 옆에서> 1988년 스페인
서정주 등 <한국현대시선> 1991년 멕시코
<서정주 시선> 1995년 스페인, 1997년 스페인
오세영 시집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1997년 멕시코
고은 시선집 <불타는 샘>
고은 선시집 <두들판 경계의 돌> 1999년 멕시코
잡지 <외국문학> 중 김지하 시선 1978년 러시아
<신경림 시집> 1977년 일본
<김지하 시집> 1978년 일본
<미당 시선> 1982년 일본
김지하 신경림 등 <마침내 시인이여>
1984년 일본, 1989년 일본
서정주 등 <한국의 현대문학Ⅴ-시> 1991년 일본
조정래 장편소설 <태백산맥> 1999년 일본
한용운 등 <한국시선> 1994년 중국
한용운 등 한국현대시선 <내가 돌이 되면> 1996년 체코
한용운 등 <한국현대시선집> 1997년 마케도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