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불교’ 552호에 실린 동국대 불교대학발전위의 공청회 관련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불교학계 내부의 기득권 지키기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여실히 지켜봤다.
불교학과 선학과 인도철학과 3개과 체제에서 학부제로 변경된 최근에 이르기 까지 동국대 불교대학은 한국불교의 동량을 키워낸 현대교육의 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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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3개과 체제는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지혜를 수행의 순서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눈 문사수(聞思修)를 본뜬 가장 이상적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문혜(聞慧)’ ‘사혜(思慧)’ ‘수혜(修慧)’는 불교학, 인도철학, 선학의 3단계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문학의 세계적 추세와 급변하는 대학의 현실이 그러한 주장을 그대로 고수하기에는 여의치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
한해 100명이 넘는 인원이 불교대학을 나오고, 석사, 박사 수십 명이 배출되는데도 이들이 배운 것을 어디서도 마음껏 펼칠 수 없는 현실을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이 옳은가 반문하고 싶다.
이미 오래전부터 불교대학에 이론뿐만 아니라 포교, 사회복지, 종무행정, 문화재 등 실용학문을 접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고 이는 모두가 공감하는 바였다.
그러나 막상 11월 11일 공청회 기사를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정말 교육의 수혜자인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면, 그리고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는 시대에 불교대학이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면 그러한 식의 대응은 너무나 시대착오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동안 불교대학 인사들에게 쏟아진 비판과 우려에 대해 귀를 막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불교대학 교수들은 한국불교가 사회로부터 외면당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변화하고, 학문적 성과에서도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도록 성실한 모습을 보여야 할 책임이 있다. 그렇지 못하면 언제나 기득권에만 얽매인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