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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고해 끊고 확철대오"
[시방세계]동안거 들어간 무문관들


대자암 무문관
을유년 동안거 결제날인 11월16일 새벽 3시.

산사를 깨우는 도량석 소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계룡산 대자암(大慈庵)을 휘감아 돈다. 오늘이 무슨 날이든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수행의 한날. 입동이 지나 살얼음이 서린 수각에서 이빨이 시리도록 차디찬 물 한 모금을 삼킨다.

미명은 아직도 저산 너머에 숨어있다. 정신을 깨우려 냉수에 얼굴을 씻고 대중들과 같이하는 마지막 예불을 올리려 큰 법당에 들어섰다. 생사를 가르는 그날까지 쉼 없이 정진해 깨달음을 얻어 불타(佛陀)의 ''크나큰 자비(大慈)''를 실천하겠노라 엎드려 빌고 또 빌었다.


‘문 없는 문’으로 들어가다

계룡산 대자암 무문관(無門關)에서 음력 시월 보름(11월 16일) 동안거 결제에 맞춰 구참수좌 25명이 3년 결사에 돌입했다. 지난 2002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오전 10시, 무문관 3년 결사를 부처님께 고하는 동안거 결제법회가 시작됐다. 법회에는 결사를 시작하는 수좌들과 사중 스님 등 30여명, 그리고 신도 100여명이 동참했다.




법회 말미에는 대자암 조실 정영 스님이 손수, 25명 수좌들이 일대사를 해결하고 3년 결사를 무사히 회향할 것을 기원하는 천도재를 집전했다.

오후 2시, 수좌들은 시방당(十方堂)에서 결사에 들어가기 전, 방사 이용의 주의사항을 전달받고 대자암 삼매당(三昧堂)과 부여에 있는 제2무문관(옛 매화초등학교)으로 향했다.

이들은 2008년 10월까지 오직 깨달음을 위해 일체 외부와 단절한 채, 새벽 3시 일어나면서부터 밤 10시 잠들때까지 쉼없이 정진한다. 정영 스님은 이튿날인 17일 오후부터 각 방사의 출입문을 밖에서 잠궜다. 스님은 3년간 수좌들 가운데 확철대오한 이가 나올때까지 ‘문 없는 문(無門關)’ 수행을 지도하고 점검해 줄 예정이다.




“반드시 생사고해 끊고 확철대오 할것”


이날 정영 스님은 수좌들에게 “본래의 마음자리를 깨닫는 것은 생사를 걸고 매달릴 만큼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얻기 어렵다”며 “이번 2차 결사에 들어가는 스님들 가운데 큰 깨달음을 얻어 온 세계에 불법을 널리 펼칠 명안종사가 나오기를 바란다”고 기대를 표명했다.

지난 1차 결사에 이어 2차 결사에 다시 도전하는 서범 스님은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생사고해를 끊고 본래면목을 확인할 것”이라며 결의를 다졌다. 삼매당 3층에 입방한 비구니 석원 스님도 “부처님의 6년 고행과 달마 스님의 9년 면벽에 비하면 3년은 짧다”며 “반드시 3년 안에 깨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38세 비구부터 68세 비구니까지


대자암은 40년 전 서울 천축사에서부터 이어져 온 무문관의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다. 지난 8월 21일 정영 스님의 주관으로 결사에 들어갈 수좌 21명을 선발했었다. 그러나 선발에서 떨어진 입방 희망자들의 간절한 청을 이기지 못해 제2무문관에 4칸의 방사를 더 마련해 25명이 입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번 결사 동참자들은 38세 비구부터 68세 비구니까지 평균 법랍 20년차 내외의 비구, 비구니 구참 수좌들로 대자암 삼매당에 12명, 부여 제2무문관에 13명이 입방한다. 이 가운데 8명은 2002년 시작한 제1차 3년 결사에도 참가했던 이들로, 서울 천축사 무문관에서 6년 수행을 회향한 관응·제선 스님의 뒤를 잇는다.

한편, 대자암은 무문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있어 불자들의 후원 동참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우체국, 310623-02-033475 문판오(정영).



■ 전국 무문관 수행처

일반 선원은 대중들이 모여 3개월 동안 하루 8시간 이상 수행하는데 비해 무문관은 대중들과 떨어져 철저히 혼자 수행한다. 기간을 정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깨달음에 이를 때까지 문을 폐하고 2~3평 공간에 스스로 몸을 가둔 채 화두타파에 매달린다.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는 오직 가로 40cm, 세로 30cm 크기의 ‘공양구’ 뿐이다. 공양은 매일 오전 10시에 들어오는 하루 한 끼. 이런식의 수행이 이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아직도 티베트 등지에서는 산중토굴 수행의 전통이 남아 있고, 가까이는 근대의 선지식인 경허·효봉 스님 등이 이러한 방법으로 깨달음을 얻었다.

지금처럼 무문관이라는 수행형태가 일정한 형식을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로 1966년 시작된 천축사 무문관이 그 효시다. 현재 공식적으로 알려진 전국의 무문관은 내년 3월 개원하는 강릉 성원사의 국제선원을 포함해 모두 7곳이다. 혼자 수행하는 개인 토굴 무문관까지 합하면 약 30여 곳 정도로 추산된다.




△ 대자암 - 1984년 천축사 무문관이 문을 닫자 정영 스님이 새롭게 공주 계룡산 갑사의 산내암자 대자암에 시민선방을 개설했다. 스님들을 위한 무문관은 1993년부터 시작됐으며 유일하게 비구니 수좌를 받고 있다. (041)857-5880

△ 남국선원 - 현재 입방한 스님은 7명. 기한 없이 무기한으로 방부를 들이는데 포기자가 나오면 다음 순서 입방대기자를 들인다. 1994년 시작됐으며, 현재 3년차 수행자가 입방해 있다. (064)733-2278

△ 백담사 무금선원 - 1999년 3년 결사를 작정하고 첫 무문관 입방자를 받기 시작했지만 1년 반 만에 문을 열었다. 현재는 기한을 3개월 이상으로 정하고 진허, 월파, 보선 스님 등 승랍 20~30년 이상 구참들만 받고 있다. 정원은 10명. (033)462-6969

△ 백련사 만덕선원 - 2002년 4월 방부를 받기 시작했고 욕실과 방음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동안거 결제일 맞춰 3개월 단기로 안거 때만 운영하며 정원은 5명이다. 산철기간에는 재가자들도 7일정도의 무문관 정진이 가능하다. (061)432-0837

△ 천성산 조계암 - 2004년 5월에 10명의 스님이 첫 방부를 들였다. 현재는 8명의 수좌가 정진중이다. 하안거 3개월, 동안거 5개월 동안만 운영한다. (055)365-1578

△ 감포 영남불교대학 무일선원 - 올해 10월 개원한 영남불교대학 감포도량 무일선원도 16일부터 수좌 12명, 재가자 6명이 무문관 수행을 시작했다. 기한을 정하지 않는 무일선원은 법랍 10~20년차 비구 수좌들을 중심으로 입방했다. 재가자를 위해서도 동안거 3개월 단기 무문관을 진행하고 있다. (054)771-835
공주/글=조용수 기자ㆍ사진 고영배 기자 | pressphoto1@hanmail.net
2005-11-19 오후 3: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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