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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49(2005)년 동안거 결제일을 맞아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원담 스님이 결제 법어를 내렸다.]
원담 스님은 법어에서 “옛도 없고 지금도 없는 묘한 본체는, 청정하고 공적(空寂)해서 온 세계가 모두 무너지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몸이 있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부처님은 사라쌍수 아래서 특별히 두발을 보이셨고, 달마조사는 웅이산 마루에 외짝신만 남기신 것이 이것이니라. 이로써 반토막의 뼈는 모두 흩어져도, 묘한 본체는 영원히 신령하여 하늘과 땅을 덮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라고 법문했다.
다음은 법어 전문.
법은 가고 옴이 없고 움직이고 바뀜이 없다.
온갖 법이 다 한 곳에 또렷또렷한 형상이 있을 것이요, 온갖 법이 날 때에 비고비어 항상 적적하니라.
주장일타(株杖一打)
일법원무만법공(一法元無萬法空)
개중오도상한정(箇中悟道尙閑情)
십자가두박수소(十字街頭拍手笑)
만허기풍운월경(滿虛起風雲月驚)
한 법도 없는데 만법인들 있겠는가
이 가운데에는 깨달음도 부질없는 생각이라.
네거리에서 손뼉치고 웃으니
허공가득 이는 바람에 구름과 달이 놀라겠네.
한 납자(納子)가 혜월 선사(慧月 禪師)에게 “견성한 사람이 나고 죽음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하고 여쭈니 혜월 선사께서 반문하시되 “저 허공을 보라! 생(生)하고 멸(滅)함이 있더냐 없더냐?”하셨다.
이에 납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만공 선사(滿空 禪師)를 찾아뵙고 이런 사실을 이야기 하니 선사께서는 “왜 대답을 않고 돌아왔느냐?”고 하셨다.
이에 납자(納子)가 “뭐라고 대답하여야 합니까?” 하고 여쭈니 선사(禪師)께서 이르시되 “대답이나 하라는데 무슨 잔소린고!” 하시니 납자(納子)가 잠시 멍멍 하다가 문득 말하기를 “스님! 참 그렇겠습니다”라고 말하니 선사께서 이르시길 “이것이 바로 선지식의 머리가 깨지는 대목이니라” 하셨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대중들은 일러보라,
납자(納子)의 생사(生死)와, 저 허공이 생(生)하고 멸(滅)함이 어떠한가!
양구(良久) 하신 후
납자(納子)의 생사(生死)는 그렇거니와, 허공은 제 자리를 여의지 않고 항상 조용하나 찾으려면 끝끝내 볼 수 없는데, 어찌 허공에 눈을 붙이게 하는가! 허공에다 눈길을 돌리면 지견(知見)과 알음알이를 일으키니라.
대중들이여!
옛도 없고 지금도 없는 묘한 본체는, 청정하고 공적(空寂)해서 온 세계가 모두 무너지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몸이 있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부처님은 사라쌍수 아래서 특별히 두발을 보이셨고, 달마조사는 웅이산 마루에 외짝신만 남기신 것이 이것이니라. 이로써 반토막의 뼈는 모두 흩어져도, 묘한 본체는 영원히 신령하여 하늘과 땅을 덮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알겠는가!
주장일타(柱杖一打)
덕숭서목무근체(德崇瑞木無根蔕)
송괘편월생야량(松掛片月生夜凉)
덕숭산 상서로운 나무는 뿌리도 꼭지도 없고
소나무에 걸린 조각달에서 써늘함 생겨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