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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49(2005)년 동안거 결제일을 맞아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보성 스님이 결제 법어를 내렸다.
보성 스님은 법어에서 “걸어갈 때에 앞뒤로 팔을 흔드는 것은 무방하지만, 남에게서 구하는 것은 도리어 자기에게서 구하는 것만 못한 것”이라며 “만약 눈앞에 잎새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간 곳마다 바람 없는데 물결을 일으킬 것이요. 홀연히 찬 기러기 울음 한마디라도 듣게 된다면 모두가 캄캄한 귀신 굴속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법문했다.
다음은 법어 전문.
보성 조계총림 송광사 방장 2549년 동안거 결제법어
금풍(金風)이 송후(送候)하고 상광(霜光)이 영시(迎時)하니
고불면목(古佛面目)이 수시현현(隨時顯現)이요
조사가풍(祖師家風)이 처처항신(處處恒新)이로다.
개전(階前)의 수주황국(數株黃菊)은 누천하지만추(漏天下之晩秋)요
영상(嶺上)의 계수한영(桂樹寒影)에 만월륜지기백(滿月輪之氣魄)이로다.
운문선사인승문(雲門禪師因僧問) “수조엽락시여하(樹凋葉落時如何)닛고.”
사운(師云) “체로금풍(體露金風)이니라.”
대중(大衆)이여!
행보무방전후도 (行步無妨前後
구타불여반구제기(求他不如反求諸己)로다.
면전약유일엽(面傳若有一葉)이면 도처무풍기랑(到處無風起浪)이요
홀문한안일성(忽問寒雁一聲)이라도 함몰흑산귀굴(咸沒黑山鬼窟)이로다.
회마(會麽)?
내년경유신조생(來年更有新條生)하야
뇌란춘풍종불휴(惱亂春風終不休)로다.
가을바람은 시절을 보내고 찬 서리 빛이 새 계절을 맞이하니,
옛 부처의 면목이 때를 따라 나타나고
조사의 가풍이 간 곳마다 언제나 새롭도다.
뜰 앞의 몇 그루 황국은 천하의 만추를 누설하고,
고개 위의 계수나무 차가운 그림자에
둥근달의 기백이 가득하도다.
운문 선사에게 어느 스님이 묻기를 “나무가 마르고 잎이 다 떨어진 때는 어떠합니까” 하니,
선사가 말하기를 “본체가 가을바람에 드러난다” 하였다.
대중들이여!
걸어갈 때에 앞뒤로 팔을 흔드는 것은 무방하지만,
남에게서 구하는 것은 도리어 자기에게서 구하는 것만 못한 것이니라.
만약 눈앞에 잎새 하나라도 남아있다면
간 곳마다 바람 없는데 물결을 일으킬 것이요.
홀연히 찬 기러기 울음 한마디라도 듣게 된다면
모두가 캄캄한 귀신 굴속에 빠지고 말 것이다.
알겠는가.
내년에도 새가지가 다시 돋아나
봄바람에 쉬지 않고 흔들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