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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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내 인생의 동력
현대불교신문 연재 - 신행수기


부처님 법문에 발을 들여 놓은 지 어언 3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세상을 살다보면 혼자서는 살 수 없는 것이 이 사바세계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이 몸은 부모로부터 태어나 알게 모르게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부모 형제 친구 연인 처자식 부부 등으로 형성되는 우리의 인간관계의 기준점은 바로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 나 역시 멋진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인간의 운명은 바꿀 수 있어도 숙명은 인간의 힘으로 미치지 못할 때가 종종 생긴다. 만약 불교가 제 몸에 배어있지 않았다면, 스님들의 법문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이 몸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어두운 밤길을 헤매고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나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어머니를 따라 초하루와 사월 초파일이면 사찰에 다녔다. 그때는 부처님 법이 무엇인지 모르고 오색등이 너무 아름답고 목탁 소리가 내 귓전을 때리는 재미로 따라다녔다. 평소에 건성으로 불교를 대하고 접하던 어느 날 고요한 사찰에서 무심코 절을 하던 중 스님의 목탁소리와 독경 소리에 내 몸과 마음에 전율이 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직문제로 상경해 서울에서 성동강철회사에 다니면서 제대하고 결혼해 아들 딸 낳아 잘 살았고 일요일이면 부천 석왕사에 꼭 가서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직원 몇 명을 거느리는 자그마한 개인 사업도 하고 일찍 결혼해 아이들은 대학도 잘 다니고 단란하게 살았다.

10여 년 전 내 나이 45세에 인생에 큰 시련을 맞았다. 성인이 되고난 후 처자식 거느리고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요 희망이었다. 그래서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고, 소박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다. 너무 규모가 작은 사업체라 한 번의 부도에 완전히 빈손이 됐고, 설상가상으로 친한 친구의 빚보증을 잘 못 서는 바람에 살던 집도 경매로 날아가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가족이 흩어져 살게 되는 비극을 맞게 되자 온 세상이 끝인 것만 같았다.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고 세상 살기가 싫어졌다.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행복하게 보였다. 정말 이런 시련에 빠져보지 않고는 이 서러움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완전 맨손이 되었을 때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도움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사실도 나는 그때 깨달았다. 그래서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도, 주위 친지에게조차도 나는 내 처지를 하소연하거나 도움을 구하지 않았다. 망망대해에서 한 조각 의지할 곳은 오직 내 마음을 다스리는 길 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쌍계가 조실 고산 큰스님으로부터 계를 받았으며 석왕사 유마회 간부로 활동하며 큰스님 법문에 의지해 내 마음 하나 다잡는 것이 올바른 불자의 자세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자신이 너무도 미약한 존재임을 뼈로 가슴으로 새기고 또 새겼다. 매일 저녁 <금강경>을 독송하고 잠자리에 들었고 월세방에 혼자 살 때도 매일 <금강경>을 주야로 독경하고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일심(一心)으로 기도했다.

“그래! 빈손으로 왔는데 얻을 게 무엇이고 남을 게 무엇인가?”


큰스님 법문에 태산이 무너져도 마음만 다잡으면 살아난다는 가르침을 나는 믿었다. 그러나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그해 겨울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나는 처음으로 춥고 배고픔을 실감했다.
내 일천한 경험을 바탕으로 볼 때, 세상사 마음먹기 달렸다는 말이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질 때 불교를 믿는 마음의 문이 열린다고 말하고 싶다. 살얼음을 밟는 듯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기도를 할 때 부처님의 위대함과 스님의 큰 가르침을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생활불교는 허물을 감추는 새옷이 아니라 본래의 모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실천을 말한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나는 생에 처음 겪어보는 이 큰 어려움을 내 두터운 업장을 달게 받겠다는 일념으로 이겨내고자 했다. 마음을 다잡고 일심으로 관세음보살님을 부르며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앗!’ 하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죽기를 각오하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자!’는 말처럼 나는 온몸을 다 바쳐 영업을 시작했다. 닥치는 대로 뛰고 뛰던 중에 새로운 인연 있는 사람을 만나 열심히 일하면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길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최선을 다해 일하다 보니 이제는 집도 마련하고 조그만 사업도 하게 됐다. 그리고 떨어져 지내던 가족과도 함께 지내게 됐다.

나는 감히 말한다. 부처님께서 나를 좋은 일 많이 하고 착하고 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해, 그리고 깊은 불구덩이에 빠져도 살아나올 수 있다는 지혜를 알려주기 위해 나에게 시련을 주신 것이라고. 부족한 내가 신행생활에서 깨달은 것은 삼독심 중에 제일 먼저 다스려야 할 것이 우치(愚癡) 즉 어리석음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리석음은 모든 죄악의 근본이요 지혜는 모든 수행의 근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리석음을 번뇌의 기운을 끊을 수 없고 지혜로운 사람은 번뇌망상을 다스려 해탈의 길로 나아가게 된다.

그물 중에는 어리석음보다 촘촘한 그물이 없다고 한다. 냄새 맡는 것은 코에 속기 쉽고 먹는 것은 입에 속기 쉽고 소리 듣는 것은 귀에 속기 쉽기게 우리는 어리석음에 빠져 속고도 속는 줄 모르는 삶을 살고 있다.

나의 이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어리석음을 잘 다스려 지혜와 선정으로 마음을 밝게 해 참된 수행자가 되길 바란다. 시간 나는 대로 꾸준히 매일 <금강경> <화엄경>을 염불하고 아침마다 독경을 하며 지혜와 자비를 방편으로 삼아 살아가시길 간절히 기도하고 합장드린다. 나무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남열우(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동) |
2005-11-18 오전 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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