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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남지심씨는 40여 년간 치열한 구도의 삶을 살았던 청화 스님을 <청화 큰스님>이라는 장편 소설로 그려냈다. 남씨는 소설 속에서 불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준’이란 인물과 함께 청화 스님의 생가와 출가 사찰, 수행처 등을 답사하며 스님의 생애를 복원해내고 있다.
우선, 소설에서 그려진 스님의 생애를 잠시 짚어보자. 일제강점기인 1923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스님은 광주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사재를 털어 망운중학교를 세워 교육사업을 펼쳤다. 이어 동서양 철학을 공부하던 중 47년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화상을 스승으로 출가했으며, 이후 40여 년간 진불암, 상원암, 백장암, 벽송사, 사성암 등의 토굴에서 묵언과 하루 한 끼 식사, 장좌불와 수행에 전념했다. 60세가 넘어 토굴생활을 끝낸 스님은 85년부터 10여 년간 폐찰이 되어가던 전남 화순 태안사를 중창하고 그곳에 주석했다.
남씨가 청화 스님과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 태안사 시절이었다. 청화 스님을 처음 만난 남씨는 ‘인간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발견했고, 10여년 가까이 스승을 찾아 헤매던 방황을 마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관념적이고 추상적으로만 느껴졌던 도(道)가 실재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어 이후 20여 년간 스님을 가까이서 뵈며 가르침을 받았다. 따라서 이 소설을 통해 남씨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인간이 육신을 갖고 성불할 수 있다’는 것에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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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씨 스스로 청화 스님의 가르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던 까닭일까. 소설에는 손수 불 때고 빨래하고 청소하며 정진했던 모습이나, 누룽지와 된장국, 물김치 외엔 상에 올리지 않았던 스님의 밥상, 열반에 들기 전 40㎏이 넘지 않는 몸으로 확대경까지 이용해 <육조단경>을 번역하는 모습까지 눈에 보일 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또한 당시만 해도 ‘외도’로 치부됐던 염불선(念佛禪)을 체계화시키고 대중화시키기 위해 수많은 편견과 차별을 이겨냈던 스님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치열한 구도정신을 간직한 성자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때문에 이 책을 덮고 나면 “불교 집안의 어른이자 우리 시대의 큰 스승”(백양사 유나 지선 스님)이라거나 “수행자의 교본 같은 분”(실상사 前 주지 도법 스님)이라는 후세의 평가가 무조건적 차사가 아닌 마음에서 우러난 헌사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