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3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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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충동 이겨낸 비구니
[현대불교신문 연재]행복을 찾아주는 부처님 말씀 (22)


목을 매기전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누구나 불완전 존재라는 걸 알았더라면…

참 멋진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스크린에서 그녀의 연기를 볼 때마다 ‘참 소탈하면서도 실감나게도 연기하는 구나’ 감탄을 하였지만 그녀에게 그토록 심한 우울증이 있으리라고 까지는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아, 어쩐지…. 그래서 그녀의 연기에는 슬몃슬몃 짙은 우수가 풍겨 나왔구나.’

그녀의 자살소식을 듣고 난 뒤에야 이렇게 억지로나마 추리해보았습니다.

무엇이 그녀를 자살로까지 몰고 갔을까요? 구구한 억측만 감돌 뿐 어느 것도 당시 그녀의 절박했던 심정을 설명해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그녀는 몹시 힘들고 괴로워했었다는 사실입니다. 자살 직전에 불면증, 정신적인 혼란과 갈등, 대인기피 등의 증상을 보였다는 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유명연예인이기에 원활한 병원치료도 힘들었을 것이요, 어쩌면 심한 우울증 환자이기에 치료조차도 적극적으로 받으려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문득 극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의 직전까지 갔던 비구니의 노래가 생각납니다.

“바르게 생각하지 못했기에
저는 욕정으로 괴로워하고
지금까지 계속 들떠 있어
마음을 다잡을 수 없었습니다.
번뇌에 사로잡혀 쾌락적인 생각만 좇고
욕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여
저는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가 없었습니다.
바짝 야위고 파리하니 흉한 몰골로
저는 7년을 헤맸습니다.
엄청난 고통으로 밤이고 낮이고
안락을 얻기란 불가능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끼줄을 구해들고
숲 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비참하게 살아가기 보다는
이만 목을 매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면서.
단단하게 매듭을 지어 나뭇가지에 매고,
저는 그것을 목에 걸었습니다.
순간 저의 마음은 해탈하였습니다.”(<테리가타> 시하비구니의 노래)

<테리가타>의 내용을 음미해보면 7년 동안 밤마다 불면증에 시달렸을 것이고, 낮이면 그로 인해 지치고 힘들고 식욕조차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결국 택한 길은 자살이었습니다.

하지만 시하 비구니는 자살에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녀는 살아서 깨달음에 이르렀고 그런 까닭에 자신이 방황하고 힘들었던 그 시절을 이렇게 담담히 들려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테리가타>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어서 자살 직전에 삶 쪽으로 돌아섰는지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시하 비구니의 말을 역추적해본다면 그녀가 그토록 심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렸던 이유는 바로 ‘바르게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계속 들떠 있었기 때문’이고, ‘번뇌에 사로잡혔기 때문’임을 알 수 있습니다.

바르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나’라는 존재와 ‘이 세상’에 대해 있는 그대로 파악해서 알아채고 인정하는 것, 즉 세상은 항상 하지 않고 ‘나’라는 것은 영원불멸하지 않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채는 것을 말합니다. 덧없고, 덧없기 때문에 괴롭고, 괴롭기 때문에 ‘나’라고 할 수 없다는 삼법인의 이치를 알아채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이렇게 바르게 보고 생각하게 되면 이제 덧없는 나를 향한 이런저런 번뇌 망상들이 멈출 것입니다.

왜냐하면 번뇌 망상이란 덧없는 나를 바르게 보거나 생각하지 못한 까닭에 덧있다고 착각하고서 ‘그런데 왜 이런 거지?’, ‘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거지?’, ‘나는 이러저러해야하는데 왜 그리 안 되는 거지?’라며 스스로를 채근하고 옭아맴으로써 생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결국 그런 생각을 품는 자신에게 깊은 자괴감을 품을 것이요, 마음은 평온을 찾느라 부질없이 이런저런 대상을 좇아다니게 될 것이며, 마음이 한 대상을 찾아 안주하지 못한 까닭에 수많은 번뇌가 그를 옴쭉달싹하지 못하게 묶어버리고 마는 것입니다.

자살의 충동을 이겨내어 훌륭하게 깨달음을 완성한 시하 비구니의 노래를 읽으면서 앞서의 여배우를 뇌리에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인기의 절정을 달리며 뭇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목을 매기 직전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존재요, 그 속에서 완전한 자기를 찾아 모두가 똑같이 일생을 걸어간다는 사실을 알려줄 이가 주변에 없었다는 것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삶을 향한 정견(正見)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여 한 줌의 재가 되고 만 그녀가 극락왕생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
2005-11-09 오전 10: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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