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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으로 엄청난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난민 구호를 위해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단이 10월 21~27일 현지에서 의료봉사를 벌였다. 의정부 연화복지의원 이건식 원장 등 자원봉사자 15명은 하루 200명 이상의 환자들을 돌보며 한국불교계를 대표해 철저한 자비행을 실천하고 돌아왔다. 의료봉사에 동참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최종환 부장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겪은 생생한 체험담을 본지에 보내왔다.
10월 14일 생면부지의 낯선 땅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의 공항에 발을 내딛는 순간 또 다른 용기와 미래의 상황에 대한 도전의식이 나를 일깨우는 것 같다.
선발대원으로 함께 파견된 의정부 연화복지의원 이건식 원장과 함께 약간의 비상식량과 파키스탄 지도만을 손에 든 채,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쌀쌀한 새벽공기와 대면했다. 우선 차량과 현지지원요원을 확보하여 피해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서둘러 나섰다.
외신을 통해 들은바 와는 달리 수도 이슬라마바드는 너무나 평온했고 피해상황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북쪽으로 차량을 이용해 3~4시간 달리자 차차 붕괴된 건물과 이재민들의 텐트촌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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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5시간 후부터는 발라코트시내에 들어설 수 있었고 도시전체가 폭격을 맞은 든 폐허가 되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차에서 내리자 사방에서 시신 썩는 냄새가 났다. 금방 수습된 시신들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부상자들의 치료에 거의 넋이 나가다시피 한 의료진들의 모습에서 전쟁터가 바로 이런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히말라야의 K2봉으로 가는 관문에 설산이 보이는 아름다운 관광도시로 유명한 인구 6만명의 ‘발라코트’시는 진도 7.8의 강진으로 4만 여명이 희생되는 끔찍한 재난을 당하게 된 것이다. 발라코트와 만세라, 아보트바드, 무자파라바드, 바그 등 피해지역들을 하루 17시간동안 차량으로 둘러보는 강행군속에 기초조사를 대략마친 선발대는 종단에 신속한 보고를 통해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본진을 급파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국내에서 본대파견을 위한 준비를 하는 동안 선발대는 현지 지원인력을 확보하여 조직화하였고, 그들의 임무는 한국에서 근로자로 활동했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통역요원과 캠프코디네이터, 수송지원반등으로 구분하여 차질 없이 준비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현지에서 거의 동나다시피 한 텐트를 구입하기 위해 수백㎞가 떨어진 곳에서 어렵게 확보한 텐트를 본진이 들어오기 전날 야간작업까지 해가면서 ‘불교 메디컬 캠프’설치를 완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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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본진이 들어온 22일, 곳곳의 처참한 광경과 아직도 계속되는 여진에 본진일행들의 표정은 불안과 공포가 역력해 보였다. 애써 안심을 시키고 도착과 동시에 삼귀의, 반야심경, 희생자에 대한 묵념 등의 순서로 ‘불교 메디컬 캠프’개소식을 치르고 본격적인 진료에 들어갔다. 대원들은 여법하지 않은 장소였지만 아침, 저녁 이동 중간 차량 안에서 조, 석 예불과 천수경, 찬불가합창 등으로 기도하면서 힘든 고비를 넘기고 서로를 아끼고 격려하는 힘을 얻게 되었다.
약사보살행을 실천하는 한국에서 온 불자들의 모습에서 현지인들은 마치 형제들을 만난 듯한 심정으로 앞 다투어 진료소를 찾아왔고 긴급구호봉사대원들은 최선을 다해 이들을 치료하고 보살폈다. 우리들의 손길이 미치는 곳에 생명의 싹과 희망이 움터 오는 것을 느끼면서 장사진을 친 대기환자들 가운데 우선 아이들과 중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콘크리트에 부딛쳐 깨진 아이들, 살아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의 끔찍한 부상을 당한 아이들, 손이 모두 잘린 아낙네…. 진료가 시작되는 첫날 우리대원들은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들에 눈물과 땀이 뒤섞이면서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이들을 살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급속히 입소문으로 퍼졌고 결국은 진료 마지막 날까지 몰려드는 환자들로부터 “제발 여기에 남아달라(Keeping Here Please)”라는 부르짖음을 계속 들어야만 했다.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우리의 체계적인 의료캠프운영을 유심히 지켜보던 고려대 의료원측과 대한의사협회측에서 우리캠프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그 자리에서 계속 진료를 하겠다고 나섰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린 그때까지 남아있던 약품을 비롯한 모든 의료품목들과 진료용 텐트, 행정용품 일체를 고려대 의료원측에 인계하고 다소 편안한 마음으로 빌라코트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직도 진도 6정도의 지진이 계속되고 산간계곡이 무너지고 있는 등 불안한 현장이지만 그속에서 치료하던 일은 우리 ‘불교 메디컬 캠프’ 조계종 긴급재난구호봉사대 활동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