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 주도’보다는 지원 체제 필요…동국대 문제 묘수 찾아야
조계종 제32대 총무원장 지관 스님 체제가 출범했다. 총무원장 선거가 ‘뒤탈’ 없이 끝난 가운데 한국불교의 모든 염원이 ‘종단의 화합과 안정’으로 쏠리고 있다. 조계종은 그간 도약을 향한 다양한 움직임을 끌어안은 채 새로운 종단 면모 갖추기에 심혈을 기울여 오면서 내적인 갈등도 함께 키워왔다. 기존의 갈등구조를 일소하고 종단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출범한 지관 스님 체제의 당면 과제들을 진단한다.
● 행정의 자세 교정
일반 기업체들이 ‘관리 행정’에서 ‘서비스 행정’으로 변화를 꾀하며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정부 또한 ‘작은 정부’ ‘전자 정부’를 표방하며 몸집은 줄이면서 높은 효율을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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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총무원은 각 사찰 주지 임면권과 종단과 사찰에 속한 재산의 감독과 처분 승인권을 갖는 등 권한과 책임이 막중하다. 이로 인해 총무원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교구본말사는 총무원의 눈치를 보며 위축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총무원의 권력화로 이어져 과열선거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총무원의 체질개선을 위해선 집중된 권한을 일정부분 교구본사로 이양해야 한다. 또 각종 사업 주체를 단위 사업체로 넘겨야 하고, 총무원은 주요 정책결정 기구로 남아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총무원은 자연스럽게 ‘슬림화’되고 교구는 ‘활성화’될 수 있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도 △각 교구본사 특성에 맞는 분권종무행정 기틀 마련 △말사주지 인사권 이하 주요 종무 권한 교구본사 상황에 맞게 이양 등을 10대 분야 종책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중앙종회의원 성관 스님(前 총무부장)은 “율장이나 청규 등 불교 고유 전통은 도외시한 채 일반 사회이론을 무조건 도입하는 것은 고민해 봐야 한다”면서도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면밀하게 검토한 뒤 구호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 ‘장자종단 이데올로기’ 벗어야
조계종은 한국불교 대표종단, 장자종단임을 표방하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주요 종단들의 모임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당연직 회장을 맡는다. 조계종 총무원장은 불교계를 대표할 뿐 아니라 종교계를 대표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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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계종이 ‘장자종단 이데올로기’에 빠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즉 권한과 이익만 강조한 채 책임은 도외시한다는 것이다. 거시적인 안목으로 한국불교 전체 발전을 도모해야 하지만 ‘조계종’에만 국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태고종 사회부장 법현 스님(前 종단협 사무국장)은 “조계종의 현실적인 위상은 인정하지만 지금보다 많은 역할론이 요구된다”며 “그래야 다른 종단에서도 조계종을 한국불교 대표종단으로서 믿고 따를 것”이라고 지적했다.
● 단체 활동 뒷받침
조계종에는 중앙신도회를 비롯해 각종 산하단체들이 있다. 또 외곽으로는 신행단체와 불교시민사회단체, 각종 학술단체들이 있다. 이들 단체는 대사회 활동을 직접 펼치며 교육과 포교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역할한다.
종단 위상이 높아지려면 각종 단체 활동이 보다 활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교의 대사회적 활동 요구가 더욱 증대되는 요즘 ‘공공성’이 강조되는 종단보다는 ‘목적성’이 분명한 단체들의 활동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불교계 단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해 온 ‘불교시민사회단체 공모사업’이 예산상의 이유로 유보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지관 스님은 △‘불교시민사회센터’ 설립 지원(불교 인력풀로서의 역할) △‘불교시민사회단체 지원법(가칭) 법제화 추진 등을 10대 분야 종책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박광서 상임대표는 “불교계 단체 활동이 활발해야 종단 외연과 위상이 높아진다”며 “종단에서 이에 대한 분명한 마인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 동국대 위상 높이기
동국대 정관에 따르면 이사는 연간 3000여 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심의할 뿐 아니라 산하 기관장 선임 및 교원 임용, 수익사업 등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13명의 이사 중 정관을 개정할 수 있는 이사 정족수인 9명의 스님 이사는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동국대 이사회에 종단 각 계파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인사, 예산, 행정 등 거의 모든 결정을 이사회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사회가 안정되지 않으면 학교도 안정될 수 없다. 또 학교가 안정되지 않으면 종단 또한 안정되지 않고, 종단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교 100주년을 앞두고 동국대 발전을 위해선 현 이사회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님 이사 수는 그대로 인정하더라도 재가 이사 수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교 재정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갖춘 사회인사 중심으로 이사회가 운영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국대 교수는 “과거 3대 사학 중 하나였던 동국대 위상이 현재처럼 떨어진 것에는 이사회 책임 또한 크다”며 “더 이상 종단 정치에 학교가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