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 2568. 10.24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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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패 보존ㆍ현대화 아직 할 일 많아
'한국의 불교음악' 펴낸 법현 스님이 말하는 영산재
각필악보를 펼쳐놓고 설명하고 있는 법현 스님
범패와 작법무로 이루어진 불교전통의식 ‘영산재’와 범패 악보인 ‘각필악보’를 낱낱이 분석한 <한국의 불교음악>(운주사 刊)이 최근 나왔다.

<한국의 불교음악>은 범패의 이론과 체계 확립을 위해 법현 스님(불교음악연구소장·사진)이 매진한 연구 성과물이다. 2000년 발견된 <묘법연화경> 각필악보에 대한 연구 성과도 포함됐다.

이 책을 완성하기 위해 법현 스님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대만 중국 등을 돌며 불교의식 관련 자료들을 찾아냈다. 책 발간을 계기로 지은이 법현 스님에게 불교음악의 세계와 각필악보 등에 대해 들어봤다.


<묘법연화경>의 각필 흔적을 보고 범음을 들려주고 있는 스님.
▲ 이론과 실기를 두루 경험한 스님이 정의하는 불교음악이란 무엇입니까?

불교음악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표현한 모든 노래’를 말합니다. 크게 나눠보면 전문의식 음악인 범패(梵唄), 일반 의식음악인 평염불(平念佛), 찬불가 등의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지요.

‘범패’는 범음의 가패라는 뜻으로 곡조를 붙여서 경문(經文)을 노래하거나 각종 게송을 불러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는 것입니다. ‘평염불’은 신도들이 <천수경> <반야심경> 등을 평성으로 염불하는 것을 말합니다. 1920년 이후 서양음악의 악보인 오선보 형태로 제작된 ‘찬불가’는 현대적인 불교음악으로 볼 수 있지요.

이 가운데 의식음악 범패는 의식무용 작법무와 함께 ‘영산재(靈山齋)’로 구현됩니다. 영산재는 불교음악과 불교무용 대부분의 형태를 완벽하게 보여주는 불교의례입니다.




스님은 범패 음악을 오선보에 옮기는 작업도 병행했다.
▲ <한국의 불교음악>은 어떤 책입니까?

97년 <영산재 연구>, 2002년 <불교무용> 등에 이어 보다 상세하게 범패와 불교음악의 뿌리를 밝히기 위해 준비해온 책입니다. 이번 책은 영산재 중에서도 ‘범패’에 대해 집중 연구했습니다.

범패는 입으로 전승된 가락을 배우는 것입니다. 사찰에서 집중적으로 범패를 배우지 않는 한 일반 음악도들이 범패를 배우기는 어렵지요. 범패를 15년 이상 배운 스님들은 신라말 고려초기에 사용됐던 범패 전용 악보인 각필악보를 보고도 다 연주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음악도들은 요즘 범패에서 사용하는 악보인 ‘사성보’ ‘실성보’들을 보고 연주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지요. 그래서 이론적으로 범패를 분석 연구한 <한국의 불교음악>과 함께 서양식 오선보로 범패 음악들을 옮긴 <불교음악감상>도 함께 냈습니다. 입으로 전승돼온 가락을 현대적 악보로 되살려 내 범패 보존 및 현대화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작업한 것입니다. 이번에 펴낸 이론서와 악보는 보다 많은 음악도들이 범패음악을 효과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2000년 발견한 <묘법연화경> 각필악보를 재현한 두루마리.
▲ 책에서 범패의 악보로 알려진 각필악보에 대해 설명하셨는데요. 각필악보는 어떤 것입니까?

각필(角筆)은 대나무나 예리한 뿔 등으로 한자 옆에 발음이나 해석을 알려주기 위한 목적으로 종이에 자국을 낸 것을 말합니다. 각필을 사용해 기록된 각필악보는 각필로 음의 높낮이 및 음의 길이를 경전 위에 그림처럼 그려 놓은 것입니다. 2000년 10월 우리나라 최초로 성암고서박물관에 소장된 <묘법연화경> 권1과 권8에서 각필악보를 발견했습니다. 이것이 현재까지 발견된 우리나라 각필악보의 최고(最古)본입니다. 이는 동양 최초의 악보로 조선 세종 때 만들어진 유량악보(有量樂譜)인 ‘정간보(井間譜)’ 보다 4백년 정도 앞서서 제작된 것이기도 합니다.

각필악보의 길이는 1~8㎝ 등 다양합니다. 모양도 소리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표시돼 있습니다. 특히 한자를 4등분해 사성소리에 맞춰 높낮이를 표기하고 있는 점이 사성보와도 연계되면서 선으로 길이와 음높이를 표현한 것은 실선보와도 일맥상통합니다.





▲ 어떻게 각필악보를 발견하게 됐습니까?

범패를 배우던 25년 동안 왜 범패에는 악보가 따로 없을까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러다가 조선 중후기 풍속을 그대로 담아낸 감로탱에서 힌트를 얻었지요. 감로탱에서 연주하는 스님들이 촛불을 밝히고 경전을 들여다보며 범패를 하는 모습이 나타났던 것입니다.

이를 힌트로 저녁 불빛 아래에서 비스듬히 <묘법연화경>을 비춰보자 낮에 찾아볼 수 없었던 각필의 흔적이 드러났습니다. 각필악보를 발견하는데 큰 도움이 된 감로탱은 영산재 의식과 무용, 복식 등을 복원 재현하는 연구 자료로도 큰 역할을 하는 귀중한 자료이지요.





▲ 앞으로의 계획은?

불교음악에 관심들은 많으나 전문연구가는 드뭅니다. 좀더 많은 학자들이 불교음악을 연구할 수 있는 이론적인 토대를 계속 구축해나갈 계획입니다. 그래서 올해도 5편의 불교의식 관련 논문을 국내외에 발표했습니다. 7년 동안 40여 편 정도 내놓았는데영산재를 비롯해 다른 불교의식까지 이론 정비작업을 계속할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한국의 불교음악은 물론 외연을 넓혀 동양의 불교음악까지 연구하고 싶습니다. 일본 중국 티베트 남방불교에 이르기까지 불교음악을 총 집대성하는 것이 평생의 원(願)입니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입니다. 1700년을 이어온 한국불교문화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들을 고취시키기 위해 보다 많은 공연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올해도 일본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등에서 공연했습니다. 내년에는 2월의 오스트리아 공연이 예정돼 있고, 7월 이탈리아 등 다수의 유럽공연을 기획 중입니다.
글=강지연 기자ㆍ사진=박재완 기자 | jygang@buddhapia.com
2005-11-02 오후 3:07:00
 
한마디
법현 교수님 큰일 하셨습니다 나날이 많은 발전 기대합니다() () ()
(2005-11-05 오후 8:5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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