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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들었다]기러기 아빠


내 것이라고 집착하는 모든 사물은 여러 가지 괴로움을 일으키는 근본이고, 모든 성자들이 싫어하는 것이다. <화엄경>



자녀 유학을 위해 자녀와 아내를 미국에 보내놓고 홀로 지내던 한 50대 가장이 숨진 지 5일만에 발견됐다고 한다. 혼자 지내는 외로움과 유학비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담배로 달래다 지병인 고혈압이 악화돼 뇌출혈을 일으킨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조기유학이 늘면서 가족 간에 생이별하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아내는 외국에서 자녀를 뒷바라지하고, 남편은 한국에서 돈을 벌어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는 식의 역할분담이다. 수년을 그런 식으로 헤어져 살다보니, 한국에 남은 남편은 외로움에 지쳐가기 마련이다.

초중고 조기유학생이 2만920명, 유학·연수비용이 연 10조원. 적지 않은 학생이 해외로 나가 엄청난 비용을 뿌려대고 있다.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영어실력이 진학과 취업에 큰 프리미엄이 되는 현실, 내 자식을 잘 키워보겠다는 부모의 마음이 맞물려 빚어낸 현상이다.

근대화시기에 교육열은 한국의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됐다. 대학을 상아탑이 아닌 우골탑으로 부를 정도로 교육열은 뜨거웠다. 그때 부모가 소 팔아 대준 등록금으로 대학을 다녔던 이들이 이제 자녀를 위해 기러기아빠 신세를 자처하는 셈이다. 조기유학이 아니더라도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 부모는 돈 버는 기계로, 자녀는 공부하는 기계로 전락하고, 가족관계는 왜곡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가족관계를 왜곡하고 가정을 붕괴시키는 교육열이라면 곰곰이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그 같은 교육열은 ‘내 것’이라는 망상과 더 많은 것을 가지려하는 욕망의 표출에 지나지 않는다. 사회구조만 탓하고 그에 맞춰가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박익순 기자 | ufo@buddhapia.com
2005-11-02 오전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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